차별과 배제의 벽 앞에서도 꿋꿋이 민족교육 지킨 재일 조선학교 일상 렌즈에 담아
‘사랑이 넘치는 우리학교’ 라는 표제를 내걸고 재일 조선학교 학생들의 일상에 앵글을 맞춘 특별한 전시가 열려 눈길을 모으고 있다. 이번 전시는 한겨레 사이트에 연재 개인전 이후 처음으로 여는 오프라인 전시다.
9월 13일~30일 전남 화순문화원(화순읍 교리)에 마련된 이번 전시는 전재운 작가의 작품 40점이 관람객을 맞는다. 오사카, 교토, 와카야마, 시가로 등 일본 각지의 조선학교를 찾아다니며 렌즈에 담은 장면들은 보는 이들에게 따뜻한 울림을 전한다.
해방 직후 국어강습소에서 시작해 500여개에 이르렀던 학교들은 폐교와 통합으로 하나둘씩 사라져가고 지금은 50여개 남짓 학교가 남아있다. 전 작가는 사라져가는 학교들을 보며, 사진 속에서라도 존재의 증거를 남기고 싶어 카메라를 들었다. 2015년부터 시작된 작가의 사진작업은 무려 15만점에 이를 정도로 방대한 양으로 쌓여있다.
사라져가는 학교들이 말해주듯이 재일 조선학교는 언제나 차별과 배제의 벽 앞에 서있었다.
분단의 비극은 늘 그들 학교들을 옥죄었고, 일본사회의 뿌리 깊은 차별과 멸시, 그리고 정치의 굴레들은 그 벽을 더욱 굳건하게 만들었다. 98년 북한이 대포동 미사일을 쐈을 때는 일본 우익들이 몽둥이를 들고 몰려와 학교 앞에 진을 쳤을 정도로 심각한 위기를 맞기도 했다.
하지만 전 작가가 렌즈를 통해 만난 아이들은 해맑았고, 그 아이들을 지켜내려는 학부모와 교사 등 어른들의 헌신은 뜨거웠다. 작가는 그 순백의 세계에 빠져들어 2015년부터 시작된 작가의 사진작업은 무려 15만점에 이를 정도로 방대한 양으로 쌓여있다.
조선학교 아이들의 해말간 웃음은 여전하지만, 현실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일본 정부의 무상화 정책에서 배제되었고, 보조금은 끊겼으며, 이에 따라 학부모의 부담은 갈수록 무거워지고 있다.
전재운 작가는 자신의 사진작업이 그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되기를 소망하기에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카메라 가방을 놓을 수가 없다.
작가는 “제가 만난 아이들과 선생님, 그리고 부모님들의 얼굴에는 늘 ‘존재한다’는 강한 위지가 담겨있다. 그 존재의 힘이야말로 민족교육을 이어가는 뿌리이자 우리가 지켜가야 할 내일의 희망이다” 며 “(이번)전시는 차별 속에서도 꺾이지 않고 이어오며 사랑으로 버텨온 학교의 이야기다”고 의미를 밝혔다.
[스트레이트뉴스 광주=박호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