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신라·신세계 25%, 27% 각각 인하 강제 조정 결정
공사 “인하 근거 없다, 수용 불가”…양측 법정 다툼 불가피
인천국제공항공사와 입점 면세점 간 임대료 갈등이 법원 강제조정에도 불구하고 봉합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법원은 최근 신라·신세계면세점 임대료를 25%~27%로 각각 낮추라는 조정안을 내렸지만 업계에서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평가다. 반면 공사 측은 이번 조정 결정이 불합리하다며 수용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향후 면세업계가 계속 버티기에 나설지 아니면 철수를 선택할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인천지방법원은 지난 12일 신세계면세점 주류·담배·향수·화장품 매장의 객당 임대료를 기존 9020원에서 6568원으로 낮추라는 강제조정 결정을 내렸다. 인하율은 27.184%로 조정안을 수용할 경우 올해 신세계가 인천공항에 납부해야 하는 임대료는 종전 2347억원에서 1710억원으로 감소한다. 이에 따라 부담은 약 637억원 줄어든다.
앞서 지난 8일에는 신라면세점에도 비슷한 조정안이 내려졌다. 신라의 기존 객당 임대료는 8987원이었으나, 법원은 이를 6717원으로 25% 인하하라고 결정했다. 이를 반영하면 신라는 올해 약 2333억원의 임대료 부담이 1750억원 안팎으로 줄고 약 583억원을 절감할 수 있다.
결국 두 면세점 모두 운영 적자를 이유로 법원에 40% 인하를 요구했지만 법원은 이보다 낮은 수준에서 강제조정을 제시한 셈이다. 다만 강제조정은 양측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판결과 같은 효력을 갖지만 강제성이 없다는 한계가 있다.
이에 대해 인천공항공사는 법원의 조정안에 즉각 반발했다. 공사 관계자는 “법원이 인하율만 제시했을 뿐, 근거와 기준은 빠져 있다”며 “계약 변경을 뒷받침할 논리적 토대가 부족해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공사는 이번주 내 법원에 이의 신청서를 제출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조정은 효력을 잃고 양측은 정식 재판 절차로 들어가게 된다. 공사 입장에서는 전례 없는 임대료 인하를 수용할 경우 다른 사업자와의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실제로 이번 법원 강제조정으로 신라·신세계면세점이 내야 할 임대료는 입찰 당시 탈락한 경쟁사들이 제시한 금액보다 낮아지게 된다. 2023년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에서 신세계는 9020원을 써내 낙찰됐고, 신라는 8987원을 써냈다. 반면 탈락한 중국국영면세점그룹(CDFG)과 롯데면세점은 각각 7800원대, 7200원대 수준이었다.
따라서 법원 조정안이 확정되면 신세계 임대료는 6568원, 신라는 6717원으로 떨어져 당시 경쟁사 제시액보다 낮아진다. 즉 낙찰 당시 더 높은 가격을 써내 사업권을 가져간 업체가 결과적으로 더 낮은 임대료를 부담하게 된 셈이다.
◇ ‘임대료 덫’에 흔들리는 면세점…생존 갈림길 직면
이처럼 조정안이 일부 부담을 덜어주더라도 업계는 근본적 해결책과는 거리가 있다는 입장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매출 대비 임대료 비중이 여전히 과도하다”며 “최소 40% 이상 인하가 이뤄져야 정상적인 영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앞서 코로나19 시기에는 국제선 이용객이 급감하면서 전체 임대료 부담액도 줄었다. 여객 수에 따라 산정되는 ‘객당 임대료’ 구조 덕분이다. 면세점은 매출 급감으로 타격을 입었지만 동시에 임대료 총액도 줄어드는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여행 수요가 빠르게 회복되면서 이야기는 달라졌다. 여객 수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면세점이 부담해야 할 임대료 총액도 크게 불어났다. 단가가 여전히 높게 책정돼 있어 매출이 늘어도 영업이익으로 이어지지 않고 오히려 임대료 지출만 커지는 구조가 고착화된 셈이다.
이런 상황은 실제 경영 실적에서도 확인된다. 신세계디에프는 올해 2분기 영업 적자로 전환했고 호텔신라 면세사업 부문도 같은 기간 100억원대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업계 전언에 따르면 두 회사 모두 인천공항 매장에서만 매월 60억~80억원의 적자를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수치는 공시가 아닌 업계 추정치로 기업의 공식 자료는 아니다.
반면 인천공항 임대료 부담에서 벗어난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사업권 반납 이후 수익성을 개선하고 있다. 호텔롯데 면세사업부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 153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업계에서는 “롯데의 사례가 인천공항 임대료 구조의 문제를 간접적으로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결국 신라·신세계 면세점의 선택지는 두 갈래로 좁혀진다. 계약 종료 시점까지 공사와 평행선을 달리며 버티거나 위약금을 부담하더라도 철수해 수익성을 회복하는 길이다. 어느 쪽이든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문제는 철수를 선택할 경우다. 면세점당 약 1900억원의 위약금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돼 단기간에 감당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반대로 매달 수십억원씩 적자가 누적되는 상황에서 장기간 소송을 이어가는 것 역시 기업 재무에 치명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인천공항 면세점은 기업 입장에서 국가 브랜드를 알리는 창구 역할을 하지만, 과도한 임대료는 기업 생존을 위협하는 수준”이라며 “공사와 면세점 모두 현실적 해법을 찾지 못한다면, 결국 시장 전체가 손해를 보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박수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