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분양' 막으려다 '공공 로또분양' 될라
169만호, 문재인·윤석열 실패 되풀이 우려
건설사 참여 유인책, 기대이익과 유사해야
운영손실, 택지판매·해지...재무건전성 우려
택지 매각 수익 대체할 재원 어떻게 마련?
LH 인력·조직 재구성, 예산 증액 동반돼야

지난 12일 강원도 춘천시 강원창작개발센터에서 열린 '강원의 마음을 듣다' 타운홀 미팅에서 발언하는 이재명 대통령. 연합뉴스
지난 12일 강원도 춘천시 강원창작개발센터에서 열린 '강원의 마음을 듣다' 타운홀 미팅에서 발언하는 이재명 대통령. 연합뉴스

9·7 주택공급 확대방안에 따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사업 방식이 '직접 시행'으로 전환될 예정이지만, '우량 건설사 미참여 우려'와 '호전이 쉽지 않은 LH의 재무 건전성', '택지 매각 수익 대체 재원 마련 방안', 'LH 인력 및 조직 재구성', '예산 증액' 등의 난제들이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다.

“로또 분양 논란을 차단하고 공공의 영역에서 개발이익을 환수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기회 있을 때마다 한 발언이다. 택지가 공급된 후 경기침체나 공사비 상승 등 민간 건설사 사정에 따라 주택 공급 규모가 줄어드는 문제를 공공 주도로 풀어야 한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국토교통부는 향후 5년간 수도권에 135만 가구, 서울에 33~34만 가구를 공급하고, 3기 신도시사업에 속도를 내는 ‘9·7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내놨다. 3기 신도시 32만 가구 중 민간 매각 예정이던 5만8000가구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직접 시행하는 것이 골자다.

정부는 LH가 개발한 공동주택용지를 매각해 이윤을 남기는 구조 대신, 직접 시행해 개발이익을 환수하는 방안을 법제화하기로 했다. 현행 LH의 주요 비즈니스 모델은 공공택지 조성 후 민간 건설사에 매각해 수익을 내는 구조지만, 이번 방안에 담긴 LH의 역할은 토지 조성부터 분양, 임대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시행사로의 전환이다.

민간 건설사들은 LH 시행사업에 설계·시공, 자금 조달을 맡아 자사 브랜드와 특화설계 등을 적용한다. 무주택자를 포함한 소비자들은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브랜드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의 CI와 브랜드 아이덴티티. LH
한국토지주택공사의 CI와 브랜드 아이덴티티. LH

그러나 공공이 주도하는 공급 확대 방안이라는 목표가 명확하고 LH 사업 영역 혁신은 파격이지만, 정부의 의도와 LH의 업무 역량 사이에 현실적인 간극이 있어 실행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LH 직접 시행 확대는 주택 공급 총량을 절대적으로 늘리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지정된 물량의 공급 주체만 바뀌는 ‘택갈이’에 불과하다.”

박기주 여의도연구원 산업경제정책실장이 지난 9일 국회에서 개최된 ‘이재명 정부 부동산 공급대책 평가와 전망 긴급토론회’에서 한 말이다. 국민의힘 권영진 의원은 이를 ‘박스갈이’로 표현했다.


공급 총량, 문재인·윤석열 실패 되풀이 우려


정부는 공공택지를 활용하고 용도 전환 및 용적률 상향 등을 통해 목표를 달성한다는 방침이지만, 이번 대책을 총량적으로 살펴보면 쉽지 않아 보인다. 최근 1년 수도권 착공 물량인 16만여 가구를 5년 합산하면 80여만 가구에 불과해 목표치보다 55만여 가구가 모자라기 때문이다.

보다 구체적인 방안이 수립되지 않는다면, 공공임대 65만호 공급을 공약했지만 8만호에도 미치지 못한 문재인 정부와 임기 내 100만호 공급 목표에 재임 3년 인허가 16만호에 머문 윤석열 정부의 실패를 되풀이할 가능성이 높다.

공공택지 활용과 용도 전환, 용적률 상향만으로 55만여 가구를 채울 수 있을까?

지난 9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이재명 정부 부동산 공급 대책 평가와 전망’ 긴급토론회에서 송언석 원내대표, 권영진 부동산시장안정화대응TF 위원장 등 국민의힘 관계자들이 영상을 시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9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이재명 정부 부동산 공급 대책 평가와 전망’ 긴급토론회에서 송언석 원내대표, 권영진 부동산시장안정화대응TF 위원장 등 국민의힘 관계자들이 영상을 시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계이익 걱정, 우량 건설사 미참여 우려 커


박기주 실장은 “민간 아파트 공급 대신 LH 공급을 늘리면 시민들의 LH 불신, 특히 공급주택의 질에 대한 불안감이 있어 환영받기 어렵다”며 직격했다.

한 1군 건설사 임원은 “많은 국민이 민간과 공공의 품질에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는 게 사실”이라며 “결국 싸고 좋은 상품을 만들라는 건데, 시공에 참여하는 정도로는 품질 보장도 어렵고, 적정 마진은커녕 한계이익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거기에 대한 대책이 없다면 저희 브랜드로 한다는 건 좀... 브랜드 가치도 생각해야 하지 않겠나”며 우려했다.

이에 대해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매체 인터뷰에서 “그런 걱정이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다. 30위권 건설사들을 대상으로 최근 2년 데이터를 분석했는데, 65%가량 참여했고, 50위권에서는 거의 77%까지 간다”면서 “유능한 시공사가 좀 더 참여할 수 있도록 유인책에 대한 용역을 진행하고 있는 만큼, 그런 우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고 장담했다.

건설사 입장에서, 김윤덕 장관이 호언장담한 유인책, 즉 해당 단지의 기대이익과 비슷한 수준의 유인책은 무엇일까?

9·7 주택공급 확대방안에 대해 설명하는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 연합뉴스
9·7 주택공급 확대방안에 대해 설명하는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 연합뉴스

부채 160조, LH 재무 건전성 “호전은 기대난”


“LH 부채가 많은 건 사실이지만, 자산도 상당하다. 과거 사업 과정에 매각한 토지 대금이 순차적으로 들어오고 있어 당장 대규모 채권을 발행하지 않아도 된다. 민간 건설사가 시공을 담당하고, LH가 임대료 등을 통해 수입을 확보하는 구조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

실제로 LH의 부채는 증가일로에 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의하면, 2024년 부채는 160조1055억원으로 부채비율 217.69%, 차입금 의존도 41.68%였다. 민간 건설사에 비해 크게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그러나 기획재정부의 ‘LH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에 잡힌 미래 부채는 올해 말 170조원, 2026년 말 192조원, 2027년 219조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부채 추이 및 전망. 공공기관경영정보공개시스템/기획재정부 공공기관중장기재무관리계획/스트레이트뉴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부채 추이 및 전망. 공공기관경영정보공개시스템/기획재정부 공공기관중장기재무관리계획/스트레이트뉴스

업계 한 전문가는 LH 부채에 대해 “임대주택 운영 손실 증가와 공공택지 판매 지연 및 계약 해지 등에 따른 것으로, 이재명 대통령 임기 내 5만8000가구 직접 시행 정책은 LH의 영업손실 누적 등에 따른 공급 지연으로 연결될 개연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민간에 매각했던 수도권 공공택지 계약 해지도 골칫거리다. 고금리와 PF 부실, 원자재값·인건비 급등, 국내외 정치·경제적 불확실성 등으로 인해 2022년 2개 필지 383억원에 불과했던 계약 해지 총액은 2023년 5개 필지 3749억원, 2024년 25개 필지 2조7052억원으로 폭증했다. 2025년에도 7월까지만 13개 필지 1조2303억원 규모다.

김윤덕 장관은 “LH가 임대료 등을 통해 수입을 확보하는 구조”라고 했지만, 현재 LH의 사업 구조상 임대주택 운영 손실은 가구당 8000만원이 넘는다. 이 문제와 공공택지 판매 지연, 계약 해지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재무 건전성 호전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고분양가 후유증에 미분양 늪에 빠진 경기도 의정부시에서 4년 8개월 만에 공공분양에 나선 ‘녹양동 우정지구 A-1블록’의 견본주택. 김태현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고분양가 후유증에 미분양 늪에 빠진 경기도 의정부시에서 4년 8개월 만에 공공분양에 나선 ‘녹양동 우정지구 A-1블록’의 견본주택. 김태현 기자

'단기 재정 투입'이 택지 매각 수익 대체 재원?


LH의 재무 건전성에 영향을 미칠 요인이 또 있다. LH는 택지 매각 수익으로 공공주택을 공급하고 주거복지를 확대해 왔다. 그런데 택지 매각 방식은 개발 후 매각으로 수익이 발생하지만, 직접 시행할 경우 수익 발생 시기가 분양 이후로 더 느려져 시행 초기 토지 보상 등에 필요한 자금 조달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재원 마련 방안과 관련,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필요하다면 재정을 투입하는 방안도 준비 중”이라고 했지만, 장기적인 대응책은 아니라는 평가다. 업계를 중심으로 200% 초반인 3기 신도시 용적률의 300~350% 상향, 공공분양가 현실화 등의 제안이 나오는 이유다.

공공분양가 현실화와 관련, 분양가상한제가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로또 분양 논란 차단’을 수차례 언급했으나, 민간의 동일 브랜드 대비 저렴한 분양가라면 정작 ‘또 다른 공공주택 로또’가 다수 출현할 우려가 있어서다.


LH 인력·조직 재구성, 예산 증액...시간 걸려


LH가 진행 중인 사업은 크게 토지, 주택, 주거복지 부문으로 나뉜다. 직접 시행은 주택사업 부문에서 다룬다. 주택사업 부문에는 전체의 12.41%인 963명이 근무 중이다. 주택산업연구원은 “LH가 10만 가구를 직접 시행한다면 3000여명의 추가 인력이 필요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업 부문별 인력 운용 현황. LH/스트레이트뉴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업 부문별 인력 운용 현황. LH/스트레이트뉴스

LH의 직접 시행 전환을 위해 조직 및 인력 재구성과 그에 따른 예산 증액이 필수적이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또한 법 개정도 뒤따라야 하므로 실제적인 공급 확대가 이뤄지기까지 꽤 긴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문도 서울숭실사이버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LH 직접 시행은 민간 건설사가 가져가는 이익을 공공이 환수할 수 있고, 실수요자들의 접근이 가능한 분양가로 공급이 확대되는 등 공공성을 확보할 수 있다”면서도 “현재 주택 공급 능력이 연간 최대 4만 가구인 LH의 업무 역량을 고려하면, 조직과 인력 재구성, 조속한 법 개정, 재정 지원 등이 반드시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제언했다.

[스트레이트뉴스 김태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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