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가처분 기각에 트러스톤 항고…상법 논란 지속
‘김치 와인 강매’ 티시스가 PE 출자…애경산업 인수
시민단체 “태광산업 회삿돈으로 총수일가에 이득”
자사주 활용 EB 쏟아져…의무소각 법안에 명분 제공

시민단체들은 태광산업 자사주 교환사채(EB)가 총수일가 편법 승계 수단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사진은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연합뉴스
시민단체들은 태광산업 자사주 교환사채(EB)가 총수일가 편법 승계 수단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사진은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연합뉴스

태광산업 자사주 교환사채(EB) 발행이 거듭 논란의 중심에 있다. 법원은 EB 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지만, 트러스톤자산운용은 항고했다. 법원 판단과 다르게 시장에선 일반주주 권익 침해와 총수일가 편법 승계 의혹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개정 상법상 이사충실의무에 반하는 논란이 지속되지만 개정 전과 다를 바 없어, 자사주 의무소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투자증권은 태광산업의 애경산업 인수과정에서도 일반주주가 소외될 것이라 우려했다. 태광산업은 애경산업 경영권 지분만 인수할 계획으로, 일반주주(30.38%) 지분은 매수 대상에서 제외했다. 한화투자증권은 이 경우 소액주주들이 경영권 프리미엄 혜택을 누리지 못해 약 914억원 규모의 기회비용을 잃게 된다고 분석했다. 주주평등대우 조항을 담은 이사충실의무 개정 상법은 근래 지배주주에게만 프리미엄을 안겨준 롯데렌탈 제3자 유상증자 등 비슷한 논란에서 효력이 없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태광산업 EB도 편법 승계 수단이라며 일반주주의 주권 희석을 비판했지만 이번 가처분 판결은 상법에 대한 회의론을 불러왔다. 법원은 “발행이 특정 주주만을 위한 행위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또 “EB 발행과 같은 자금 조달 결정은 이사회 경영 판단에 속하며 법령과 정관에 부합하는 한 존중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결국 기존 배임 판례들과 비슷하게 경영판단의 원칙이 비중 있게 다뤄지며 상법 개정 전과 다르지 않은 법 적용이 이뤄진 것이다. 다만, 법원은 “주주가치 훼손 여부는 향후 (EB) 인수 후 실질적인 성과를 통해 사후적으로 평가될 것”이라고 단서를 달아, 앞으로도 법적ㆍ사회적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시민단체들은 태광산업 내 3조원에 육박하는 유동자산이 있음에도 3200억원 규모 자사주 매각은 총수일가 지배구조 강화 및 경영 세습을 위한 편법에 불과하다고 의심한다. 

이와 관련, 태광산업은 영업적자를 보고 있는데, 본업만으로는 이익을 보는 구조다. 올 상반기 매출총이익은 865억원 흑자였다. 석유화학 업황 불황으로 매출원가가 매출액을 초과해 매출총이익에서 적자를 보는 여천NCC 등과 다르다. 태광산업의 경우 판매관리비가 과중해 영업적자를 보고 있다.

판관비에는 김치ㆍ와인 강매 사건이 적발됐던 티시스향 수의계약이 많다. 태광산업 내부거래 매입 중 티시스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작년 연간 기준 태광산업 매출총이익률은 8.4%였다. 그런데 역시 판관비가 매출총이익을 초과해 영업손실을 봤다. 반면, 티시스의 매출총이익률은 24.8%나 된다. 영업이익률도 15.1% 두 자릿수였다. 티시스는 매출 100%가 태광산업을 포함한 계열사향 내부거래다.

티시스의 지분구조는 총수일가 직접 지분이 많지 않으나(14.49%), 간접지분(재단, 태광산업, 대한화섬)을 통해 특수관계인이 100% 소유 중이다. 과거엔 이호진 전 회장(태광산업 고문) 등 총수일가 지분이 100%에 달했으나, 공정거래법상 일감몰아주기 사익편취 규제를 피하기 위해 일부 지분을 재단 등에 증여했다. 하지만 여전히 간접지분 기준으로는 규제 대상에 속한다.

시민단체들은 태광산업의 애경산업 인수 및 EB 발행과 관련해 티투프라이빗에쿼티의 총수일가 지분을 문제 삼았다. 티투프라이빗에쿼티는 태광산업과 티시스가 각각 4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호진 전 회장의 장남 이현준씨와 장녀 이현나씨도 각각 9%의 지분을 직접 보유 중이다. 여기에 이현준씨가 티시스 지분도 보유하고 있어, 총수일가 직간접 지분율이 상당한 수준이다.

시민단체는 이런 지분 구조를 들어, 향후 회사의 운용 성과로 발생하는 수익금이 총수일가에게 배당 등의 형태로 흘러 들어가 경영권 승계를 위한 자금원으로 활용될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는 일반 주주들의 자산이 총수일가의 사적 이익을 위해 사용될 수 있다는 비판으로 이어진다. 즉, 태광산업의 자금으로 설립된 PE(티투프라이빗에쿼티)가 진행하는 애경산업 인수과정에서 총수일가 직ㆍ간접 지분을 통해 이익을 얻게 되는 구조를 지적한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개정 상법이 효과 없었던 태광산업 가처분 판결을 전후해 EB 발행이 무더기로 쏟아지는 중”이라며 “결국 자사주를 지배주주가 편법 사용하지 않도록 의무 소각해야 한다는 법안지지 여론에 힘을 실어주는 셈”이라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이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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