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가전업체, 청소기 성능 오류·보안 엉망…삼성·LG '우수'
삼성·LG, 獨 IFA서 신형 로봇청소기 공개…연내 출시 관건

삼성전자 2025년형 '비스포크 AI 스팀'.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2025년형 '비스포크 AI 스팀'. 삼성전자 제공

중국 기업들이 로봇청소기 시장을 장악하면서 국내에서도 중국 제품 구매율이 높아지던 가운데 최근 중국 제품들의 허점이 드러나면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반격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21일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IDC가 발표한 '2025년 2분기 전세계 분기별 스마트홈 기기 시장 추적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전 세계 로봇청소기 출하량은 617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20.5%나 증가한 가운데 중국 업체 로보락이 로봇청소기 134만대로 시장 점유율 1위(21.8%)를 차지했다. 1위에 오른 로보락을 포함해 글로벌 로봇청소기 시장 상위 5곳은 모두 중국 업체였다.

로보락은 벌써 10개 분기 연속 글로벌 로봇청소기 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로보락을 선두로 중국 에코백스, 드리미, 샤오미 등이 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중이다.

반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아직 로봇청소기 시장에서는 입지가 미미한 상황이다. 이번 IDC 조사에서도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상위 5개 기업을 제외한 기타 기업군(32.3%)에 포함됐다.

그러나 최근 한국소비자원이 잇따라 내놓은 결과와 이달 초 진행한 독일 가전 전시회 IFA 등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로봇청소기 기술력이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반전의 기회를 노릴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한국소비자원은 최근 한국사업기술시험원과 시중에 유통 중인 무선청소기 10개 제품을 대상으로 최대 흡입력을 시험평가하고 제품별 표시·광고 내용을 조사·검증한 결과를 공개했다. 

소비자원에 따르면 삼성전자, LG전자, 다이슨, 로보락, 드리미, 샤오미, 아이닉, 아이룸, 디베아, 틴도우 등 10개 브랜드의 무선청소기 제품은 흡입력 표시가 서로 달랐다. 

삼성전자·LG전자 등 2개 제품은 표시 단위로 국제표준(IEC) 흡입력 단위인 W를 쓰고 있는 반면 중국산인 아이닉·아이룸·샤오미·디베아·로보락·틴도우 등 6개 제품은 진공도 단위인 'Pa'을 최대흡입력으로 표시·광고하고 있던 것이다.

이에 대해 소비자원은 "진공도는 흡입력을 이루는 1개 요소로 공기유량은 없고 제품 내부 압력 상태만을 나타내는 물리량"이라며 "흡입력 단위로 사용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W나 AW는 십 또는 백의 자리값인 반면 Pa는 만의 자리값이어서 pa로 표시할 경우 소비자들은 제품의 성능이 더 좋은 것으로 오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흡입력 시험 결과로는 삼성전자·LG전자·다이슨 등 3종이 최대흡입력이 280W 이상을 충족했다. 그러나 1만8000∼4만8000Pa 범위의 진공도 값을 흡입력인 것처럼 표시한 중국산 6종의 최대흡입력은 58~160W에 그쳤다. 구체적으로 드리미 121W, 로보락 72W, 샤오미 82W 등이었다.

앞서 소비자원이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와 함께 실시한 보안 실태 조사에서도 중국 업체들의 제품에 문제가 제기됐다. 사생활이 침해될 수 있는 보안 취약점이 발견된 것이다.

소비자원에 따르면 시중에 유통되는 로봇청소기 6개 제품의 보안 실태를 조사한 결과,  중국 업체 주요 제품들에서 사생활이 침해될 수 있는 보안 취약점이 발견됐다. 

KISA와 소비자원이 로봇청소기를 제어·설정하는 '모바일 앱 보안', 제조사 보안 업데이트 정책·개인정보 보호정책 등을 포함한 '정책관리', 하드웨어·네트워크·내장 소프트웨어(SW) 등 '기기 보안' 분야로 구분해 총 40개 항목을 점검했는데, 모바일 앱 보안 점검에서 중국 나르왈과 드리미, 에코백스 제품의 문제점이 드러난 것이다.

이들 업체 제품은 사용자 인증 절차가 미비해 불법적 접근이나 조작 가능성이 발생할 수 있어 집 내부를 촬영한 사진 등이 외부에 노출될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카메라 기능을 강제로 활성화해 사생활이 노출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아울러 정책 관리 점검에서는 드리미 제품이 개인정보 관리에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름·연락처 등 사용자 개인정보가 유출될 우려가 있는 취약점이 발견된 것으로, 일반적인 사용 환경에선 악용 가능성이 다소 낮지만 특정 수준 이상의 해커에 의해 악용될 소지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밖에도 기기 보안 점검에서는 드리미·에코백스 2개 제품의 하드웨어 보안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삼성전자와 LG전자 제품은 접근 권한 설정, 불법 조작 방지 기능, 안전한 패스워드 정책, 업데이트 정책 등이 비교적 잘 마련돼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내 뿐 아니라 독일, 호주 등 해외 국가에서도 중국 업체들의 로봇청소기 보안 문제가 거론되는 중이다. 

독일 IT 전문 매체 하이저는 최근 에코백스의 디봇 로봇청소기와 베이스 스테이션 제품들에서 '핌웨어 업데이트 검증 절차가 없어 공격자가 악성 업데이트 파일을 설치할수 있도록 조작할 수 있다"며 심각한 보안 취약점이 있다고 보도했다. 

또 호주에서는 국영 방송사인 ABC가 드리미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에 대해 "공용 와이파이 네트워크에서 사용하는 경우 인터넷을 통해 전송되는 모든 정보는 네트워크 관리자가 읽을 수 있다"며 "여기에는 로그인 세부 정보, 개인정보, 사용자 기기가 있는 집에 대한 데이터가 포함될 수 있다"고 전했다.

LG전자 빌트인형 '히든 스테이션'. LG전자 제공
LG전자 빌트인형 '히든 스테이션'. LG전자 제공

이같이 로봇청소기 시장에 빈틈이 생긴 가운데 삼성전자와 LG전자는 AI와 보안 기술력을 앞세워 로봇청소기 시장을 적극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최근 가사 로봇 중에서도 AI 로봇청소기의 역할이 커지고 있는 만큼 시장 선점에 속도를 내려는 모습이다. 

본래 가사 로봇 분야에서 양사가 집중하고 있던 AI 집사로봇의 경우 시장 성장성, 기술력 확보 등 부분이 아직 어려운 상황으로, 양사는 AI 로봇청소기와 TV가 AI 집사로봇의 역할을 일정 부분 수행해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AI 로봇 대신 새로운 가사 로봇을 구상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선회한 상태다.

이달 초 열린 독일 IFA에서도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보안성을 높인 신형 로봇청소기 제품들을 처음 공개하면서 주목받았다. 

삼성전자의 2025년형 '비스포크 AI 스팀' 로봇청소기는 삼성전자의 독자 보안 솔루션인 삼성 녹스(Knox)와 함께 '트러스트 체인'이라는 새로운 기술을 탑재해 보안성이 한층 강화된 점이 특징이다. 또 비밀번호나 인증정보 등 민감한 개인정보를 하드웨어 보안 칩에 별도 보관하는 '녹스 볼트'도 적용됐다.

특히 삼성전자의 해당 제품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KISA 주관 '사물인터넷(IoT) 보안 인증'에서 최고 등급인 '스탠다드'도 획득한 상태다. 로봇청소기로 스탠다드 등급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은 삼성전자가 유일하다.

LG전자는 빌트인형 '히든 스테이션'과 프리스탠딩형 '오브제 스테이션'의 로봇청소기 신제품 2종을 선보였다. 기존 LG전자의 보안 체계인 'LG SDL'에서 별도 보안 솔루션을 더한 'LG 쉴드'를 처음 적용시켜 보안 수준을 높였다.

특히 빌트인 제품의 경우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늘어나고 있어 주목된다. 시장조사기관 모더 인텔리전스는 "국내 소비자들이 소형 아파트에 거주하는 경우가 많아 공간을 절약할 수 있는 빌트인 가전 수요가 늘고있다"고 분석했다.

이제 관건은 연내 출시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제품 대신 삼성전자와 LG전자 제품을 기다리는 소비자들이 많아졌다"며 "하반기 신제품 출시로 시장 주도권을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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