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에 자산손상 징후 검토해야…적자 부담 키울 듯
수년째 적자에도 손상 반영 안한 여천NCC
LG화학은 작년 3830억원 반영…보수적 회계처리 압박
석유화학 업황 부진이 계속돼 하반기에도 제조사들의 적자가 누적될 것으로 관측된다. 연말엔 자산 손상 징후를 검토해야 해 실적이 더 나빠질 개연성도 높아졌다. 그간 연속 적자에도 자산 손상 징후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던 업체들에 대한 채권단과 관계 당국의 보수적 회계처리 압박도 거세질 전망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여천NCC, 효성화학, SK어드밴스드 등 수년째 영업적자를 보는 올레핀 제조사(NCC·PDH)들의 관련 리스크가 부각된다. 업황 전망이 부진한 만큼 자산 손상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연말에는 반드시 자산손상을 평가하도록 회계기준에 명시돼 있다. 재고자산은 제 가격에 팔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면 재고자산평가손실을 반영해야 한다. 계속 그럴 것으로 예상될 경우 유형자산 손상차손도 인식해야 한다. 매년 적자를 보며 미래과세소득발생이 불확실하다면 이연법인세자산도 차감해 법인세비용으로 처리해야 한다.
여천NCC의 경우 재고자산 평가손실 충당금 설정률이 올 반기말 3.6%였다. 2022년 이후 재고자산 규모 자체가 줄어들었다. 2022년 7.2%였던 설정률은 작년 말엔 1.4%까지 낮췄다. 재고자산이 줄었다지만 누적적자가 길어졌는데 평가충당금을 낮춘 이유는 언뜻 설득력이 떨어져 보인다. 누적적자가 계속된다면 보수적인 회계처리를 위해 충당금 설정률을 높이는 게 합리적이다.
여천NCC와 달리 영업흑자를 보고 있는 LG화학이 더 높은 설정률을 잡고 있어 비교된다. 올 반기말에 4.9%였다. 더욱이 LG화학은 지난해 3830억원의 유형자산 손상차손도 인식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 반기에도 185억원 손상차손을 회계에 반영했다. 이연법인세자산도 작년말 자본에서 566억원을 차감해 법인세비용 처리했다.
LG화학은 “유형자산의 미래 경제적 효익에 대한 전망과 시장 상황 변동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일부 관련 자산을 손상처리해 기타영업외비용으로 인식했다”고 설명했다.
여천NCC도 작년 말 자본에서 이연법인세자산 248억원을 차감했다. 하지만 2022년 175억원에서 올 반기말 1256억원까지 이연법인세자산은 불어나 있다. 올해 말 차감해야 할 부분이 많아 보인다.
이런 자산 손상 징후는 내년에 석유화학 업황이 회복돼 과세소득이 발생하는 등 흑자전환이 가능한지 여부에 달렸다. 그런 전망은 대체로 비관적이다.
최근 에틸렌 시황은 대만 포모사 석유화학이 감산에 들어가 상승 요인이 존재함에도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근래 미국산 에틸렌(NCC서 생산)이 동북아시아 시장에 유입돼 공급과잉 경쟁을 가중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프로필렌(NCC와 PDH서 생산)은 수요 감소로 약세를 보인다. 중국의 정기보수가 끝난 상황도 부담이다.
한국기업평가는 “저성장의 글로벌 경제, 미국 관세 강화 등으로 수요 성장 동력이 약화된 반면, 중국 주도의 증설 압박이 지속적으로 높은 수준을 보임에 따라 업황 턴어라운드 조짐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관세 위험을 비롯한 매크로 불확실성으로 인한 전세계 경기 둔화 내지 침체 우려가 상존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중국의 증설 계획이 변경되지 않는 한, 향후 2년간 업사이클로의 업황 턴어라운드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손상 징후를 반영하는 것은 업체들의 신용도 방어에 부정적이다. 여천NCC는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 등 대주주의 지원을 받아 지난 3월 유상증자로 2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고 추가 증자 가능성이 있다. HD현대케미칼도 HD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의 지원 아래 유상증자를 통한 자본 확충이 이뤄질 수 있다. 영업적자로 재투자비용을 벌 수 없고 신용도가 나빠져 자금 차입도 어려운 올레핀 전문 제조사들의 어려움이 대주주에게 번지는 모양새다.
[스트레이트뉴스 이재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