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년 동맹 버리고 새로 택한 MBK의 경영부실 논란 확대에 영풍 위기
'사모펀드 불신' 팽배 속 고려아연 인수 의미 퇴색…사면초가 빠진 영풍

영풍이 MBK와 손잡고 자금을 지원 받으면서 공격적으로 고려아연을 상대로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지만, MBK를 둘러싼 논란이 거세지면서 시장의 반감을 사고 있다. 사진은 영풍 석포제련소 전경. 연합뉴스
영풍이 MBK와 손잡고 자금을 지원 받으면서 공격적으로 고려아연을 상대로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지만, MBK를 둘러싼 논란이 거세지면서 시장의 반감을 사고 있다. 사진은 영풍 석포제련소 전경. 연합뉴스

영풍이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MBK파트너스(이하 MBK)와 동맹을 맺고 기존에 75년 동맹지간이었던 고려아연과 격한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분쟁이 장기화될수록 불리한 국면에 처해지고 있다. 새 파트너인 MBK의 허점이 속속 드러나는 탓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정부 차원에서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 강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사모펀드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점차 커지는 한편 새 정부의 국정 과제 중 하나가 '금융소비자' 보호인 데 따라 변화가 빠르게 나타나는 모습이다.

특히 현재 국내에서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사모펀드는 MBK다. 지난 3월 초 홈플러스 사태를 야기한데 이어 최근 최대주주로 있는 롯데카드의 해킹 사태로까지 논란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MBK의 홈플러스 사태 이후 한국금융연구원이 금융위원회의 의뢰를 받아 진행한 국내 사모펀드 규율 체계 연구 보고서에 사모펀드의 리스크 관련 정보 보고를 강화하고 중대한 법률 위반 등록 말소 등 규제를 대폭 강화할 것을 제안하는 내용이 담았는데, 하반기 한 차례 부실 경영 논란이 불거지면서 'MBK 책임론'이 확산하는 중이다.

이에 MBK와 새롭게 동맹을 맺은 영풍에 그늘이 드리워지고 있다. MBK와 손잡고 자금을 지원 받으면서 공격적으로 고려아연을 상대로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지만, MBK를 둘러싼 논란이 거세지면서 시장의 반감을 사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기간산업'인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사모펀드가 차지하면 경영 부실 이어져 국가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고려아연은 최근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세계 1위 방산업체 록히드마틴과 게르마늄 공급망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등 국가 경쟁력 확대 차원에서 역할이 더욱 커지고 있다. 게르마늄은 적외선 카메라, 야간투시경 등에 쓰이는 전략광물이다. 고려아연은 울산 온산제련소에 약 1400억원을 투자해 고순도 게르마늄 생산공장을 지을 예정이다.

방위산업 핵심소재로 쓰이는 안티모니 공급망에서도 고려아연의 입지가 확고하다. 지난 6월 미국행 화물선에 안티모니 20톤을 선적하며 대미 수출을 시작한 상태다.

이밖에도 고려아연은 아연·구리 등 기초금속 역량과 함께 귀금속·전략광물 포트폴리오를 구축한 덕분에 2000년 1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102개 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하는 등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다.

반면 MBK는 10년 전 막대한 자금을 들여 인수한 홈플러스를 결국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하게 했으며 특히 기업회생절차 신청을 앞두고도 채권을 발행하며 투자자들을 속였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MBK 홈플러스 인수 당시부터 점포를 매각해 인수대금을 갚을 계획을 세웠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홈플러스 인수금융 투자설명서(IM)에서 MBK와 인수금융 주선 금융기관들이 전체 인수대금 7조1850억원 중 4조3000억원(59.8%)을 금융기관 대출로 조달하겠다고 밝힌 사실이 드러났다.

MBK는 투자자들에게 홈플러스가 보유한 부동산 가치를 부각하며 상환 가능성이 높음을 강조한 것으로 확인됐다. MBK가 홈플러스를 인수해 추진하려던 사업의 본질이 유통이 아닌 점포 등 부동산에 투자하려 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김 의원은 "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인수가 애초부터 부동산 투기를 목적으로 추진된 정황이 확인됐다"며 "국회에서 MBK의 투기성 M&A와 사기성 CP 판매 등 각종 문제점을 철저히 조사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또 MBK가 2019년 롯데로부터 지분을 인수해 대주주로 있는 롯데카드도 최근 해킹 사고가 발생하면서 정보보안 취약점이 드러났다. 롯데카드 해킹사고로 정보유출 피해를 입은 고객 수는 297만명으로, 롯데카드 전체 회원 수(967만명)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업계에서는 이번 해킹 사고에 대해 MBK가 홈플러스 사태 때와 동일하게 본업 대신 이익 회수에만 급급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롯데카드의 정보기술(IT) 예산 중 정보보호 투자 비중은 2021년 12%에서 2023년 8%로 하락했다.

MBK에 대한 여론이 악화하면서 영풍의 동맹에 대한 의문부호가 더욱 커지는 상황이다. 그러나 영풍 입장에서는 MBK와의 동맹을 끊고 자립하기에도 역부족인 '사면초가'다. 실적 악화와 여러가지 제약들로 재건에 시간이 상당수 소요될 전망인 탓이다.

실제로 영풍은 실적 하락의 길을 걷고 있다. 지난 2023년부터 3년 연속으로 영업적자를 기록하고 있는데,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영업손실은 1504억원에 달했다. 이는 전년 동기(영업손실 431억원) 대비 적자 규모가 3배 이상 확대된 셈이다.

특히 영풍은 고려아연과 경영권 분쟁을 시작한 이후 과거 폐수 유출과 대법원 판결에 따라 올해 상반기 중 58일간 주 사업장인 석포제련소 조업이 중단되면서 타격을 입었다. 이어 최근에는 지난해 황산가스 경보기를 끈 채 조업을 한 게 적발돼 환경부로부터 조업정지 10일 행정처분까지 받았다. 예정 기간은 오는 11월 11일부터 21일까지다. 이밖에도 봉화군의 토양정화명령을 지난 6월 말까지 이행하지 못해 추가 제재를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석포제련소에 대한 지역사회 반발도 커지고 있다. 안동시의회는 지난 19일 열린 제260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영풍 석포제련소 폐쇄 촉구 건의안'을 의원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안동시의회 권기윤 의원은 "영풍 석포제련소는 반세기가 넘는 세월 동안 수계를 오염시키고 국민의 생명을 위협해 왔다"며 "더 이상 미봉책으로는 안 된다. 국가 수자원과 낙동강 수계 1300만 주민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근본적 차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에 영풍으로서는 고려아연의 배당에 또 다시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고, 경영권 확보에 더욱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MBK의 논란이 커지는데 따라 MBK와의 동맹을 기반으로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인수하려는 명분은 약화되는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MBK에 의한 M&A가 이뤄지면 지금까지 드러난 문제점들이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고려아연의 경쟁력 약화는 국내외 공급망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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