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현대 참여 불투명…재입찰 흥행 여부 안갯속
​​​​​​​임대료 구조 개편 없인 공항 면세 경쟁력 회복 난망

사진은 지난 1일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 면세구역 모습. 연합뉴스 제공
사진은 지난 1일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 면세구역 모습. 연합뉴스 제공

신라면세점이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사업권을 반납하면서 업계의 관심은 남은 신세계면세점의 선택으로 쏠리고 있다. 신세계가 철수를 결정할 경우 차기 후보로 거론되는 롯데면세점과 현대백화점면세점의 참여 여부가 변수지만, 참여가 불투명할 경우 인천공항공사가 임시 운영이나 유찰 사태를 감수해야 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23일 면세업계에 따르면 신라면세점은 지난 18일 이사회를 열고 인천공항 DF1권역 사업권을 반납하기로 최종 의결했다. 지난 2023년 계약 체결 이후 불과 2년 만에 내린 결정이다.

신라면세점은 “주 고객군의 소비 패턴 변화, 구매력 감소, 임대료 협상 결렬 등 급격한 환경 변화로 영업 지속이 불가능하다”며 “재무구조 개선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부득이하게 철수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업계는 이번 결정을 ‘임대료 덫’을 더는 감당하기 어려운 인천공항공사 면세점의 구조적 한계로 보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여객 수는 회복됐지만 면세점 구매율이 낮아지면서 수익성이 오히려 빠르게 악화됐다는 분석이다.

신라·신세계가 공항에 내는 임대료는 월 300억원대에 달한다. 연간 3600억원, 잔여 계약기간 8년을 감안하면 2조8000억~3조원 수준이다. 매출과 무관하게 ‘공항 이용객 수’에 따라 산정되는 임대료 구조는 과거 단체관광객과 중국인 쇼핑객이 몰렸을 때는 유리했지만, 현재는 고환율, 중국 하이난 면세섬, 온라인 최저가 확산, 개인여행객 증가 등으로 경쟁력이 크게 떨어진 상황이다.

이에 업계의 관심은 남은 신세계면세점의 행보로 모아지고 있다. 신세계 역시 인천공항공사와 임대료 문제로 갈등을 겪어왔기 때문이다. 법원이 신세계면세점에 이달 제시한 강제조정안은 임대료 27% 인하를 골자로 하지만, 인천공항공사가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서 정식 재판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신세계가 법적 대응으로 시간을 벌지, 아니면 신라처럼 철수를 선택할지가 관건”이라며 “단순한 손익 문제를 넘어 한국 면세산업의 상징성이 걸린 사안”이라고 말했다.

만약 신세계마저 철수를 선언한다면 인천공항은 재입찰 절차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인천공항공사 측의 임대 수익 감소와 브랜드 가치 훼손은 물론, 국가 관문 공항의 면세점 공백은 관광산업 전반에도 타격을 줄 수 있어서다.

시장에서는 롯데, 중국국영면세점그룹(CDFG), 현대백화점면세점을 차기 후보군으로 거론하고 있지만, 참여 여부는 불투명하다. 한때 인천공항 최대 사업자였던 롯데는 고임대료 구조 탓에 사업권을 반납한 뒤 실적을 개선했다. 지난해와 올해 모두 흑자 전환에 성공하면서 ‘복귀 명분’은 약해졌다.

CDFG의 재도전 가능성도 거론된다. 2023년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에서 DF1·DF2 구역에 각각 7000억원대 임대료를 제시하며 신라·신세계와 경쟁했지만 낙찰에는 실패한 전력이 있어서다. 하이난과 홍콩을 기반으로 중국인 고객을 흡수하고 있는 만큼 한국 시장을 다시 노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외교·정치적 변수는 여전히 부담이다. 사드 사태와 같은 갈등이 재현될 경우 공항공사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차순위 후보’로 거론된다. 백화점·호텔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성장 가능성이 있지만 인천공항의 수익성 자체가 낮다는 점이 부담이다. 이미 시내 면세점 경쟁에서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상황에서 고임대료 구조가 유지된다면 무리한 확장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만약 이들 후보 모두 소극적이라면 유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공항공사는 임시 수의계약이나 한시적 영업을 검토할 수 있지만, 이는 근본적 해법이 되지 못한다. 글로벌 허브공항에 걸맞은 안정적 운영사가 없다는 사실 자체가 한국 면세산업의 경쟁력에 심각한 흠결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단순한 임대료 인하가 아니라 제도 자체를 손보는 근본적인 개편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임대료를 승객 수에 연동하는 현재 방식 대신 매출과 수익성을 고려한 합리적 산정 구조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여객 수는 빠르게 회복됐지만 매출 증가가 이익으로 이어지지 않는 현실이 바로 제도적 한계를 보여준다는 목소리가 크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임대료 체계를 뜯어고치지 않으면 재입찰은 흥행할 수 없고 공항공사와 국가 경제 모두 손해를 보게 된다”고 꼬집었다.

[스트레이트뉴스 박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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