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들어 코스피서만 13건 EB 발행
그 중 자사주 교환만 11건
의무소각 입법 돼도 소급적용 어려울 전망
자사주 의무소각 법안 논의 와중에 자사주 활용 교환사채(EB) 발행이 잇따르고 있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해도 소급적용하기 어려울 전망이라, 규제를 피하려는 기업들의 ‘알박기’ 전략이란 관측이 나온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9월 들어서 이날까지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만 자사주를 교환 대상으로 하는 EB가 11건(총 13건 중) 발행됐다. 넥센, 대교, 덕성, 쿠쿠홀딩스, 비에이치, DB하이텍, 그린케미칼, 삼호개발, 대동, INVENI, 대원제약 등이다.
교환대상 자사주 규모는 발행주식 총수에 비해 각각 넥센 5.94%, 대교 2.31%, 덕성 8.82%, 쿠쿠홀딩스 6.5%, 비에이치 3.63%, DB하이텍 5%, 그린케미칼 2.81%, 삼호개발 4.81%, 대동 5.28%, INVENI 13.13%, 대원제약 4.43%씩이다.
그밖에 SK케미칼과 일진홀딩스도 EB를 발행했는데, 이들은 각각 SK바이오사이언스와 일진전기 보통주를 교환대상으로 정했다.
자사주를 교환대상으로 삼은 경우 자사주 의무소각 입법 가능성에 따라 규제를 회피하는 의도가 비친다. 의무소각 되면 교환 대상 지분의 자사주는 전량 소각돼 감자차익이 발생하거나 주식 수가 감소해 일반주주에게 이득이지만, 교환권을 행사해 자사주에 의결권이 생기면 배당권리와 더불어 일반주주의 주권이 희석되기 때문이다.
자사주 의무 소각 법안이 통과될 경우, 교환사채의 교환 대상이 된 자사주는 법안의 소급 적용을 받지 않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아직 법안의 구체적인 내용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일반적으로 법 시행 이전에 발행된 채권에 대해서는 소급 적용에 따른 계약 위반 등 부담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교환사채는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와 더불어 주식의 발행 수가 늘어나는 부담 때문에 희석증권으로 불린다. 다만, 과거 저가에 매수한 자사주를 고가에 교환하는 경우 회사에 현금이 유입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교환 조건에 따라 반응은 제각각이다.
넥센의 경우 과거 3000~4000원대에 취득했던 자사주를 주당 7686원에 교환하기로 했다. EB 권면총액 235억여원은 모두 물류사업부문 사업 확대를 위한 투자에 쓴다.
사채발행대상은 메자닌 신기술투자조합 등 사모펀드다. 교환청구기간은 10월30일부터 2030년 8월30일 사이다. 교환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사채 원금을 모두 상환해야 한다.
넥센의 현 주가는 6000원대 초반에 머물러 있다. 채권자는 지금보다 주가가 더 올라야 주식 교환권을 행사할 동기가 생긴다. 원금 상환 부담을 벗으려면, 넥센 경영진도 주가를 부양해야 할 유인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넥센의 현 주가는 PBR 0.24배에 불과해 교환가격도 자산가치에 비해선 저렴한 수준이다. 회사 주가가 만년 저평가를 받던 상황이라 교환가격이 적정한지에 대한 평가도 분분하다.
넥센 주주들은 주권희석이 부담스럽지만 7000원대 매각은 나쁘지 않다고 보는 시각도 보인다. 다만, 이날 종가는 6020원으로, 넥센이 EB 발행을 공시한 전날보다 5.49% 폭락했다.
넥센 주주는 “주가 보면 답 나온다”며 “상법 개정하는 중인데 대주주는 무섭지도 않냐”고 비판했다. 반면, 또다른 주주는 “교환가액 7686원은 호재”라며 “그 가격 전에는 교환되지 않을 것이고, 채권발행으로 230억원 신규 재원도 유입됐다”고 반응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이재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