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9.9% EB 발행 공시에 장중 폭락세
3.9%는 소각, 3.4%는 사내근로복지기금에 출연
자사주 처분 후 정몽진 회장 개인 지분도 약화
경영권 지분 추가 매수 나설지 주목
KCC는 24일 교환사채(EB) 발행을 골자로 대규모 자사주 처분 계획을 공시했다. 희석증권 부담에 주가는 장초반 14% 내외 폭락 중이다. 17.24%나 되는 자사주를 처분하는 계획이라 파장이 작지 않다. 최대주주인 정몽진 회장의 개인 지분도 자사주 처분 이후 상당 부분 희석되는데, 지배력을 방어하기 위해 개인 매수나 우호지분을 확보할지 주목된다.
이날 KCC는 발행주식 총수 대비 자사주 3.9%는 소각하고 9.9% EB를 발행하며, 3.4%는 사내근로복지기금에 출연하는 계획을 내놨다. 자사주 의무소각 법안이 국회에서 논의 중인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처분 계획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량 소각을 의도하는 법안과 달리 근래 자사주를 교환대상으로 하는 EB 발행이 쏟아지면서 기업들의 ‘알박기’ 전략이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법안이 실행돼도 EB 계약관계에 묶인 자사주엔 소급적용하기 어려울 전망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자사주 EB 발행 공시 직후 주가가 폭락하며 시장에선 즉각 부정적 반응을 보인다.
이번 계획이 실행되면 발행주식총수 기준 정몽진 회장의 지분은 기존 20%에서 20.89%로 소폭 상승한다. 하지만 의결권 있는 유통주식 수 기준으로는 기존 24.16%에서 20.81%로 대폭 낮아진다.
사내근로복지기금은 기업과 독립된 법인으로, 이사회가 최종 의사결정한다. 이사회는 근로자대표와 회사 대표가 동수로 구성된다. 따라서 우호지분으로 활용될 수도 있다. 외부 자본의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따른 경영권분쟁이 발생했을 때는 경영진의 우호적인 의결권 행사수단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EB 발행 대상자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근래 기업들은 자사주 EB를 사모펀드에 발행하고 있는데, 사모 출자자들의 출구 전략에 따라 추후 우호주주에게 처분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시민단체에선 지배주주의 지배력 강화 또는 편법 지분 승계 수단이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
KCC그룹은 정몽진 KCC 회장과 정몽익 KCC글라스 회장 형제 간의 계열분리 작업이 진행되던 참이다. 서로의 자녀에게 KCC와 KCC글라스 지분을 맞증여하는 방식으로 지분 관계를 정리해 왔다. 정몽익 회장은 자신이 보유한 KCC 지분을 매각하고 KCC글라스 지분을 꾸준히 매입했다. 정몽진 회장도 올 1월에 KCC 주식을 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1월에 KCC 주가는 20만원대였는데 최근 40만원대까지 폭등해 있었다. 그러다 이날 장중 큰 낙폭을 보이며 주가는 30만원대를 기록 중이다. 정몽진 회장이 자사주 처분 후 약해질 의결권 지분을 보강하기 위해 추가 매수에 나설지 주목된다.
이를 위한 재원 마련은 일감몰아주기로 이뤄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정몽진 회장은 2021년 2월 공정위로부터 차명회사와 친족 소유 회사, 친족 명단 일부를 고의 누락한 혐의로 고발돼 2022년 4월 1심에서 7000만원 벌금형이 선고됐고 항소하지 않아 판결이 확정됐다. 유죄 판결에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가법)상 취업제한 규정 적용 대상이 아니라서 정몽진 회장은 사내이사 대표이사직을 유지했다.
하지만 당시 공정위는 차명회사를 고의 누락한 것이 일감몰아주기 등 총수일가 사익 편취 규제를 피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판단했다. 공정위 조사 결과, 누락된 친족 회사들은 KCC와의 내부거래 비중이 상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장중 폭락세에 KCC 주주는 "장난질은 회사가 치고 피해는 주주가 짊어지는 게 코미디"라고 성토했다. 또 다른 주주는 "정부정책을 역행하는 건 이번 정부를 우습게 보는 건가"라고 비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이재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