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운동 헌신·97년 정권교체 기여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차남이자 평생을 아버지의 정치적 동반자로 살아온 김홍업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이 24일 별세했다. 향년 75세.
김대중평화센터 관계자는 "김 이사장이 지병을 앓다 최근 상태가 악화해 별세했다"고 전했다.
1950년 전남 목포에서 태어난 고인은 한국 현대사의 격랑 속에서 아버지와 운명을 함께했다. 1976년 '3·1 민주구국선언' 사건으로 김 전 대통령이 투옥되자 모친 이희호 여사와 함께 구명운동을 이끌었고, 특히 재야 인사 부인들이 검은 십자 테이프를 붙이고 벌인 '침묵 시위'를 기획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1980년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 당시에는 지명수배 끝에 체포돼 고문을 당하는 등 시대의 고난을 온몸으로 겪었다. 이후 김 전 대통령의 미국 망명길에 동행해 '미주인권문제연구소' 이사로 활동하며 한국 민주화 운동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를 확보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고인은 전략가로서도 이름을 남겼다. 1987년 귀국 후 정치 홍보·기획사 '평화기획', 이어 '밝은세상'을 운영하며 선거 전략을 주도했고, 1997년 대통령 선거에서는 과학적 여론조사와 파격적 홍보 전략으로 정권교체를 이끈 주역으로 꼽힌다.
당시 선거 광고 'DJ와 함께 춤을'은 그의 대표작이었다. 김 전 대통령은 훗날 "밝은 세상이 대선 승리의 일등 공신"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다만 '국민의 정부' 말기에는 권력형 비리 사건에 연루돼 옥고를 치렀고, 이후 2007년 보궐선거를 통해 제17대 국회의원으로 정치에 복귀했다.
김 전 대통령 서거 이후에는 부친의 정신과 업적을 기리는 데 삶을 바쳤다. '김대중기념사업회(현 김대중재단)'를 세우고, 2019년 이희호 여사 서거 뒤에는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직을 맡아 평화·인권·화해협력의 가치를 계승하는 데 앞장섰다.
유족으로는 부인 신선련씨와 아들 종대·종민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 연세대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특2호실에 마련됐다. 장례는 가족장으로 치러지며 김대중평화센터와 김대중재단이 주관한다. 장례위원장은 남궁진 전 문화부 장관, 집행위원장은 배기선 김대중재단 사무총장이 맡는다.
[스트레이트뉴스 설인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