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최근 태광그룹의 잇단 인수합병이 단순한 외연 확장이 아닌, 태광산업의 구조적 위기와 직결된 대응책이라는 분석이다. 스트레이트뉴스는 공시 기반 실적 분석과 시장 평가를 토대로 애경산업·호텔·자산운용 인수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 그리고 태광의 향후 행보가 한국 산업계에 던지는 메시지가 무엇인지를 상하, 두편에 걸쳐 조명한다.
태광그룹이 공격적인 인수합병(M&A) 행보를 통해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 애경산업 인수,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남대문 호텔 매입, 이지스자산운용 인수 검토까지 이어지며 그룹 외연 확장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핵심 계열사인 태광산업이 2022년 이후 석유화학 시황 악화와 법적 리스크 등으로 실적 부진에 빠진 상황에서, 다각화를 통한 위기 돌파 의지가 뚜렷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태광산업은 최근 5년간 실적 기복이 컸다. 25일 스트레이트뉴스가 분석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매출 1조4956억원, 영업이익 479억원에서 2021년에는 매출 2조1977억원, 영업이익 3041억원으로 급증했다. 하지만 2022년에는 매출 2조7038억원에도 불구하고 영업손실 1220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2023년에도 매출 2조2654억원, 영업손실 994억원을 내며 부진이 이어졌고, 2024년 매출 2조1218억원, 영업손실 272억원으로 적자 폭은 줄였으나 흑자 전환에는 실패했다.
2025년 들어서도 반등 조짐은 미약하다. 1분기 매출은 4646억원, 영업손실 189억원을 기록했고, 상반기(1,2분기 누적) 기준으로는 매출 9721억원, 영업손실 1619억원으로 집계됐다. 2022년 이후 3년 연속 적자 구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중국 종속기업 생산라인 가동 중단, SK브로드밴드 지분 매각, 교환사채 발행 등 구조조정과 투자재원 확보 조치를 병행하고 있다.
이 같은 실적 부진은 글로벌 경기 둔화와 원자재 가격 상승, 화학 수요 감소 등 외부 요인뿐 아니라 내부 구조적 한계와 맞물려 있다. 2023년 방적 사업을 중단하고, 2024년 정관에서 비핵심 사업을 삭제하는 등 선택과 집중 전략을 취했지만, 여전히 석유화학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태광그룹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최근 적극적인 M&A 드라이브에 나섰다. 애경산업 인수로 화학과 생활소비재의 시너지를 노리는 동시에,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남대문 호텔을 확보하며 레저·서비스 자산을 더했다. 여기에 국내 최대 부동산 자산운용사 중 하나인 이지스자산운용 인수까지 검토하면서 금융 역량까지 강화하려는 구상이다.
애경산업 인수는 업계에선 거래가 약 4000억원대 후반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루나·에이지투웨니스 등 K뷰티 브랜드와 생활소비재 포트폴리오는 안정적 수익원으로 평가된다. 다만 가습기 살균제 소송 등 법적 리스크가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어 인수 후 부담 가능성도 남아 있다.
호텔 인수는 단순 부동산 거래가 아니라 브랜드 제고와 현금창출원 확보 효과가 크다. 메리어트 위탁운영 계약은 2031년까지 유지되며 5년 연장 옵션도 포함돼 있어 안정성이 높다는 평가다. 흥국리츠운용을 통한 거래 구조와 태광산업 투자 약정 등은 그룹의 자금 운용 방식을 보여준다.
이지스자산운용 인수 검토는 금융·부동산 투자 역량 강화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태광은 이미 보험·자산운용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어, 이지스를 품을 경우 대체투자와 자산관리 전반에 걸친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인수가 현실화될 경우 대규모 자금 투입에 따른 재무적 부담이 불가피하다.
실적 부진 속 법적 리스크도 그룹 경영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고려저축은행 대주주 적격성 문제는 2023년과 2024년 법원에서 연속 패소하며 현재 상고심이 진행 중이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의 소수주주권 행사로 잦은 주총 분쟁도 겪고 있다. 공정거래법 위반 조사와 과태료 부과 등 규제 리스크도 추가 부담이다.
한편 환경 규제도 무시할 수 없는 변수다. 태광산업은 3차 온실가스 배출권 할당 대상 기업으로 2025년까지 총 559만톤(tCO₂-eq)을 할당받았으며, 2024년 실제 배출량은 약 91만 톤으로 보고됐다. 배출권 확보와 감축 투자가 실적과 직결될 가능성이 크다.
재계에선 태광의 연쇄 M&A가 단순한 위기 회피인지, 미래 성장 전략인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린다. 긍정적으로는 안정적 수익원을 확보하고 그룹의 체질 개선을 앞당길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된다. 반대로 본업 경쟁력이 약화된 상태에서 무리한 확장에 나설 경우, 재무 리스크와 신사업 실패 위험이 동시에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재계 관계자는 “태광그룹의 M&A 드라이브는 위기에 몰린 태광산업의 구조적 한계를 보완하려는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인다”며 “다만 법적 리스크와 재무 부담까지 안고 있어 신사업이 조기에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오히려 위험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박응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