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형 공장서 생산·물류 과정 공개…소비자 신뢰 강화
신선·직배송·맞춤형 유통 혁신…韓식품산업 새 흐름 제시

“공장은 주방과 같다. 소비자가 직접 보고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이 지난 26일 전북 익산 하림 퍼스트키친에서 열린 ‘NS푸드페스타 2025 in 익산’ 개막식에서 던진 한마디다. 그는 “최고의 맛은 신선함과 즉시 배송에서 나온다”는 철학을 강조하며, 하림이 구축해온 새로운 식품 유통 모델을 소비자에게 공개했다. 이날 미식 투어는 이 메시지를 현장에서 그대로 체감하는 자리였다.

투어의 첫 코스는 ‘키친 상영관’이다. 대형 스크린에는 하림그룹의 가치와 식품 철학, 그리고 ‘부엌이 산업으로 확장되는 과정’이 영상으로 소개된다. 가정의 부엌이 산업 현장으로 진화해온 흐름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며 투어의 시작을 알린다.

키친 상영관 앞쪽의 작은 문을 지나면 ‘몰입형 스크린 존’이 펼쳐진다. 바닥을 제외한 사방 벽과 천장이 모두 스크린으로 덮여 관람객을 거대한 솥 안으로 이끌 듯 생생한 영상을 상영한다. 양파와 버섯, 닭고기 등 신선한 재료가 차례로 투입되고 끓어오르는 조리 과정이 360도 화면에 구현돼 본격적으로 라면키친에 들어가기 전 식품 제조의 시작을 시각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

하림 라면키친 ‘컷팅 및 성형하기’ 공정 구역. 반죽된 면이 여러 롤러를 지나 얇아진 뒤 무게추를 이용해 속도를 달리하며 잘려 나가면서 특유의 꼬불꼬불한 형태를 갖추는 과정을 유리창 너머로 볼 수 있다. 박수진 기자
하림 라면키친 ‘컷팅 및 성형하기’ 공정 구역. 반죽된 면이 여러 롤러를 지나 얇아진 뒤 무게추를 이용해 속도를 달리하며 잘려 나가면서 특유의 꼬불꼬불한 형태를 갖추는 과정을 유리창 너머로 볼 수 있다. 박수진 기자

스크린존을 나서면 본격적인 ‘라면키친’이 열린다. 유리 벽 너머에서 면이 만들어지는 전 과정이 그대로 공개된다. 일반 라면이 정제수와 전분으로만 반죽되는 것과 달리, 하림은 직접 우려낸 닭 육수를 넣어 면에 깊은 풍미를 더한다. 10개의 롤러를 거쳐 얇아진 면대는 속도 차를 활용해 자연스러운 꼬임을 형성한다. 중숙 공정으로 탄력을 유지한 뒤 제트 노즐 건조 설비로 빠르게 말린다.

현장 안내자는 “강력한 바람을 위·아래에서 동시에 불어 건조 시간을 줄이면 면 표면에 공기층이 생겨 국물이 잘 스며들고 식감도 살아난다”며 “유탕면보다 쫄깃하면서도 깔끔한 맛을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이동한 ‘밥 키친’에서는 갓 도정한 쌀이 대형 솥에서 김을 내며 밥으로 완성된다. 안내자는 “쌀은 도정 후 15일 안에 소비할 때 가장 맛있다”며 “묵은내가 생기기 전에 가정으로 바로 배송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유통 시간 단축이 곧 맛’이라는 철학이 설비를 통해 그대로 구현되고 있었다.

하림의 ‘FBH(Fullfillment by Harim)’ 물류센터 내부.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제품이 자동 분류·이동되며, 상온·냉장·냉동 상품을 하나의 패키지로 묶어 당일 출고할 수 있는 시스템이 운영된다. 박수진 기자
하림의 ‘FBH(Fullfillment by Harim)’ 물류센터 내부.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제품이 자동 분류·이동되며, 상온·냉장·냉동 상품을 하나의 패키지로 묶어 당일 출고할 수 있는 시스템이 운영된다. 박수진 기자

다음 목적지는 FBH(Fullfillment By Harim) 물류센터다. 이곳에 들어서면 공장의 분위기가 한층 달라진다. 천장까지 뻗은 철제 구조물과 거미줄처럼 얽힌 컨베이어 라인이 LED 조명 아래 질서정연하게 움직인다.

기존 유통이 생산→포장→물류센터→재포장을 거치는 복잡한 구조였다면, 하림은 생산라인에서 곧바로 집으로 이어지는 직결 방식을 구현했다.

현장 관계자는 “상온·냉장·냉동 제품을 한 박스에 담는 멀티 패키지를 자체 개발해 포장 쓰레기를 줄이고 탄소 배출까지 절감한다”고 설명했다. 자동 컨베이어가 쉼 없이 돌아가며 완성된 박스를 내보내는 모습은 ‘초신선 물류’의 개념을 눈앞에서 보여준다.

그 다음 투어는 ‘메인키친’으로 이어진다. 하림이 ‘제1의 주방’이라 부르는 이곳은 가정식 메뉴를 대규모로 조리하는 핵심 공간이다. 육수를 추출하는 대형 설비와 다양한 조리 기기가 풀가동 중이다.

기존 식품 공장이 외부 접근을 철저히 제한했던 것과 달리 하림은 소비자가 직접 생산 현장을 확인하고 의견을 전할 수 있도록 개방형 모델을 도입했다. 김 회장이 “소비자가 직접 지적하고 칭찬할 수 있어야 신뢰가 생긴다”고 밝힌 이유가 자연스럽게 전해진다.

하림의 디지털 직거래 플랫폼 ‘오드그로서(ODD GROCER)’ 체험존. ‘보관 0시간’을 강조하며 생산지에서 바로 소비자 집으로 신선 식재료를 배송하는 콘셉트를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박수진 기자
하림의 디지털 직거래 플랫폼 ‘오드그로서(ODD GROCER)’ 체험존. ‘보관 0시간’을 강조하며 생산지에서 바로 소비자 집으로 신선 식재료를 배송하는 콘셉트를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박수진 기자

마지막 코스는 더 ‘미식마켓’이다. 투어를 마친 방문객들은 당일 도계한 닭고기, 오늘 도정한 쌀, 방금 짠 참기름을 직접 구매할 수 있다. 생산지와 소비자를 바로 연결하는 디지털 직거래 플랫폼 ‘오드그로서’가 운영되며 일부 제품은 ‘당일 생산·당일 배송’으로 집까지 도착한다.

하림 미식 투어는 단순한 공장 견학을 넘어 제조·물류·판매 전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산업형 체험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고 있다. 기존 식품기업이 보안과 효율을 이유로 소비자와 거리를 두던 방식을 깨고, 직접 신뢰를 쌓는 모델을 제시한 셈이다.

업계에서는 하림의 ‘개방형 공장’과 ‘초신선 직배송’ 전략이 K-푸드를 프리미엄 이미지로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NS푸드페스타는 지역 농가, 스타트업, 중소기업이 참여해 신제품을 선보이고 직거래를 확대하는 플랫폼으로 기능하고 있다.

[스트레이트뉴스 박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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