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증권형 토큰)는 기술의 문제…자산유동화의 본질은 신탁”
‘관리형 신탁’은 투자상품 아냐...적용 예외 구체화 아쉬워

김계완 교보생명 팀장.
김계완 교보생명 팀장.

교보생명은 “보험신탁 제도가 증권형 토큰(STO) 시대를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 종이·전자·블록체인…형식 달라도 권리 배분은 동일 


26일 보함연구원은 여의도 사옥에서 ‘보험산업과 신탁’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이날 스트레이트뉴스는 “보험업계 입장에서 신탁사업에 STO 기술을 접목하는 것에 대한 방안이 있는지”에 대해 질문했다.

김계완 교보생명 팀장은 “STO 산업이 발달하면 조각투자와 자산유동화가 크게 확산될 것”이라며 “그럴수록 기초자산을 안전하게 유지·관리하는 신탁의 역할이 더 중요해진다”고 말했다. 이어 “신탁 제도가 개선돼야 STO 시대에 조각투자와 자산유동화가 건전하게 성장한다”며 “법·제도적 보완이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분산원장이라는 ‘형식’이 바뀌어도 투자자 보호와 자산 보전이라는 ‘본질’은 같다”며 “신탁을 축으로 운용·보관·이전의 신뢰를 높이고, 관련 법제를 정비해 시장을 투명하게 키워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교보생명의 경우, STO 사업을 이미 진행 중”이라며 “STO는 기술적 구현 방식일 뿐, 자본조달과 자산유동화의 기본 원리는 동일하다”고 설명했다.

김계완 교보생명 팀장.
김계완 교보생명 팀장.

김 팀장은 “가령, 기업이 200억원짜리 기계를 살 때 채권을 발행하거나 주식으로 자본을 모을 수 있다”며 “또 다른 방법은 200명에게 1억원씩 투자받아 ‘기계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투자자에게 배분’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그는 “이때 기계가 지속적으로 운용돼야 하므로 ‘신뢰할 수 있는 곳에 자산을 맡기는 신탁’이 필수”라며 “자산이 유동화될 때 신탁은 기본 요건”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보험신탁은 유동화의 기초자산에 해당한다”며 “투자자에게 권리를 나눠 주는 방식이 종이증권이냐 전자증권이냐, 혹은 블록체인(STO)이냐의 차이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STO는 분산원장 기반이라 발행기관이 전부를 통제하는 기존 증권과 달리, 투자자가 지갑을 통해 권리를 이전받고 양도할 수 있다”며 “미래에는 이런 방식이 보편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팀장은 “신탁이란 아프거나 죽거나 하는 순간에 재산을 제대로 관리해 주는 역할이 가장 큰 가치”라며 “보험은 그때 보장을 지급하는 산업이니 두 산업이 연계돼 함께 발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신탁에 대한 가치와 이해가 아직 대중적이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그동안 국내 신탁제도는 자본시장법의 프레임 안에서 관리돼 왔다”며 “원금손실 위험이 없고 위탁자 지시에 따라 관리하는 ‘관리형 신탁’은 투자상품이 아닌데도 적용 예외가 구체화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본질적 업무 재위탁 금지 조항 때문에 부동산·요트·미술품 같은 특수자산 관리를 전문회사에 맡기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픽사베이 제공.
픽사베이 제공.

이어 “열거주의(적용 가능 사례 한정)로 신탁 가능한 재산을 제한하면서 보험금 청구권 신탁의 확장이 가로막혀 있다”며 “현재 일반 사망보험만 허용되고 치매·간병·재해사망 등은 어렵다”고 말했다. 시행령 요건과 관련해선 “최소 3000만원, 계약자·피보험자·위탁자 동일 등의 조건이 비현실적”이라고 비판했고, 기업승계 측면에서는 “신탁 지분 의결권 행사 한도가 15%로 제한돼 경영안정 설계에 제약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개선 방향으로 관리형 신탁의 법체계를 신탁법 중심으로 전환하거나, 최소한의 예외와 절차를 법령에 명확히 규정할 것을 제안했다. 김 팀장은 “재신탁 범위를 넓혀 부동산·요트·미술품은 전문관리회사에 맡기고, 보험금 청구권 신탁은 치매·간병 등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유언대용신탁에 상속세 감면을 도입하면 조세회피 위험을 줄이고 사회적 분쟁 비용을 낮출 수 있다”며 “임의후견신탁엔 비과세·감면 등 동기부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일본처럼 손주 교육·혼례 자금 등 청년세대 지원 신탁에 비과세를 확대하면 고령층 자산이 빠르게 이전돼 소비·출산에도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 상속 분쟁·‘치매 머니(Money)’ 확산…관리 공백 메워야 


김계완 팀장은 “한국은 일본보다 더 빠르게 초고령사회에 들어섰다”며 “보험도 신규 계약 중심에서 보험금 지급이 커지는 국면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치매·개호(심신기능 저하) 상태에선 본인이 보험금을 직접 쓰기 어렵다”며 “보험이 돈만 주고 끝나지 말고 돌봄 서비스와 신탁을 연결해야 가입 목적이 온전히 달성된다”고 설명했다.

신탁 수요 배경으로 그는 “상속 소송이 이혼 소송보다 많고 다수가 소액 분쟁”이라며 “상속은 더 이상 부자만의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치매 머니가 172조원을 넘었다는 보도가 있고, 독거 고령가구가 300만 가구를 넘어선 만큼 지속 관리와 커뮤니케이션 체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픽사베이 제공.
픽사베이 제공.

김 팀장은 “유언대용신탁을 통해 생전 임대료는 본인에게, 사후 소유권·임대수익은 조건부로 배분해 분쟁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재혼가정 승계에선 의결권·배당권을 분리해 경영 안정과 형평을 조정하고, 증여신탁으로 매도·대출·이혼 등 특정 사유 발생 시 재산을 원소유자에게 환원하도록 설계한다”며 “장애인신탁은 5억원 비과세로 실무 절세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초기 치매의 경우 스스로 후견인과 신탁을 지정해 의료·요양·생활비와 사후 상속까지 계획할 수 있다”면서도 “현실 활용은 14건 수준으로 낮다”고 지적했다. 보험금 청구권 신탁은 “사망보험금을 월 단위 생활·양육비로 집행하고 성년 시 잔여금을 지급하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적연금·퇴직연금도 “돌봄 상황에서 신탁으로 관리해 본인 의사대로 쓰이도록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신탁은 고령사회에서 재산 보전과 돌봄을 한 번에 해결하는 인프라”라며 “보험과의 결합, 관리형 신탁 예외 명문화, 재신탁 허용, 세제 인센티브가 갖춰지면 시장이 빠르게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초고령화 속도를 고려하면 지금이 법·제도 개선의 적기”라고 덧붙였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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