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최근 태광그룹의 잇단 인수합병이 단순한 외연 확장이 아닌, 태광산업의 구조적 위기와 직결된 대응책이라는 분석이다. 스트레이트뉴스는 공시 기반 실적 분석과 시장 평가를 토대로 애경산업·호텔·자산운용 인수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 그리고 태광의 향후 행보가 한국 산업계에 던지는 메시지가 무엇인지를 상하, 두편에 걸쳐 조명한다.
태광그룹이 호텔과 자산운용사까지 인수 후보에 올리며 다각화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 핵심 계열사 태광산업이 최근 3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그룹이 안정적 수익원과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레저·금융 분야로 외연을 넓히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태광그룹이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남대문 호텔 인수를 추진해 우선협상대상자로 태광 계열 리츠 자산관리회사(AMC)인 흥국리츠운용이 결정됐다. 지하 5층, 지상 20층 규모에 400실을 보유한 이 호텔은 2016년 준공 이후 꾸준히 운영돼온 자산이다. 메리어트와 위탁 운영 계약은 2031년까지 이어지며 5년 연장 옵션도 포함돼 있어 안정성이 높다는 평가다. 인수가는 25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번 거래에는 글로벌 투자사와 국내 리츠 운용사들이 대거 참여했으며, 태광은 흥국리츠운용을 활용해 참여했다. 업계에선 태광산업이 1000억원 규모의 투자 약정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호텔 인수가 성사되면 태광그룹은 단순 부동산 확보를 넘어 안정적인 현금창출원과 그룹 이미지 제고라는 두 가지 효과를 동시에 노릴 수 있다.
태광의 다각화 행보는 금융 분야에서도 뚜렷하다. 업계에 따르면 태광은 국내 최대 부동산 자산운용사 중 하나인 이지스자산운용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이지스는 리츠·대체투자 부문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확보하고 있으며, 운용자산 규모도 업계 최상위권이다. 태광이 이 회사를 품으면 흥국생명·흥국자산운용 등 기존 금융 계열사와 시너지가 기대된다.
이지스 인수 검토는 단순 투자 차원을 넘어 그룹 차원의 전략적 행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태광산업이 2025년 5월 SK브로드밴드 지분 매각으로 확보한 투자 재원을 신성장 부문에 투입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금융·부동산 역량을 보강해 그룹 수익구조의 안정성을 확보하려는 의도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대규모 확장은 그만큼 리스크도 크다. 호텔 산업은 코로나19 이후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경기 침체 시 수익성 확보가 쉽지 않다. 자산운용사 인수 역시 수천억원대 자금 투입이 필요해 재무구조 부담이 불가피하다. 특히 태광산업이 2022년 이후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실적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시장은 그룹의 자금 운용 능력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태광그룹은 이미 여러 법적·규제 리스크에 직면해 있다. 경영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황에서 추가 확장은 ‘위험한 도박’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반대로 긍정적인 전망도 존재한다. 태광이 확보한 호텔은 안정적 현금흐름을 제공할 수 있고, 이지스 인수는 그룹의 금융 역량을 크게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석유화학 중심의 태광산업 구조가 흔들리는 가운데, 장기적으로 그룹의 체질을 개선하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태광그룹의 행보를 두고 ‘생존형 다각화’와 ‘미래형 도약 전략’이라는 상반된 해석을 내놓는다. 긍정론은 “태광이 소비재·레저·금융을 통해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이루면, 화학 경기 변동성에 휘둘리지 않는 안정적 그룹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한다.
반면 회의론은 “본업인 화학 사업의 경쟁력이 약화된 상태에서 신사업만 늘리면, 재무 부담과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인수를 이어가는 방식은 단기 실적 방어 효과보다 재무 악화를 앞당길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결국 태광의 호텔·자산운용 인수가 그룹의 미래를 좌우할 갈림길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다각화 전략이 성공적으로 정착되면 태광산업의 위기를 보완하고 새로운 성장 축을 마련할 수 있다. 하지만 실패할 경우 재무 부담과 법적 리스크라는 이중고에 직면할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태광의 잇단 인수는 단기 위기를 넘기기보다는 그룹 체질을 바꾸려는 장기 전략에 가깝다”며 “향후 2~3년 내 신사업이 안정화되지 못하면 ‘무리한 확장’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박응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