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 관세 여파가 본격화되면서 제조업 체감경기가 다시 꺾였다. 회복세를 보이던 수출기업들의 전망이 급격히 나빠지면서 경기 위축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제조기업 2275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2025년 4분기 기업경기전망지수(BSI)’ 조사 결과 지수가 74로 집계됐다고 28일 밝혔다. 3분기보다 7포인트, 지난해 같은 분기보다 11포인트 떨어진 수치다. BSI는 2021년 3분기 이후 17분기 연속 기준치 100을 밑돌았다. BSI는 지수가 100이상이면 해당 분기의 체감경기를 이전 분기보다 긍정적으로 본 기업이 많다는 의미이고, 100이하면 그 반대다.
수출기업의 체감 악화가 두드러졌다. 자동차(60), 철강(63) 업종은 관세 부담으로 직격탄을 맞았고, 화장품(69)과 제약·바이오(87)도 1분기 만에 기준치 밑으로 떨어졌다. 화장품은 미국의 소액소포 면세 폐지로 전망치가 44포인트나 급락했고, 제약은 미국의 고율 관세 예고로 불확실성이 커졌다.
반면 반도체(98)와 식품(98)은 선방했다. 반도체는 AI와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 덕분에 기준치에 근접한 실적을 냈고, 식품은 명절 특수와 K-푸드 수출 호조로 소폭 상승했다. 하지만 전방산업 부진에 비금속광물(56), 석유화학(63), 정유 업종도 일제히 침체 전망을 내놨다.
지역별로도 부정적 전망이 확산됐다. 대구(60)와 부산(66)은 자동차·부품, 철강, 기계 업종의 타격으로 지수가 70선에 머물렀다. 경북(68)과 전남(60), 충남(71), 울산(74)도 공급과잉과 수요 둔화로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강원(65)은 건설경기 침체에 따른 비금속광물 업종 부진으로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경남(78)은 중국과의 경쟁 격화로 중소형 조선사 수주가 줄며 기준치를 밑돌았다.
전문가들은 관세 부담, 글로벌 공급과잉, 내수 부진의 삼중고가 제조업 전반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고 진단한다. 대한상의 조사에 따르면 9월부터 일본·EU보다 높은 관세율이 적용된 자동차 업종 전망치는 전분기보다 16포인트나 하락했다. 철강도 대미 관세 50%라는 초고율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그동안 수출 회복이 내수 부진을 메워왔지만, 대미 관세 충격으로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 협력업체까지 경영 환경이 악화될 수 있다”며 “정부가 긴급 유동성 공급, 규제 완화, 투자 인센티브 강화 등으로 방파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박응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