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소비한파 지난 패션업계, 가을 시장서 대반격 돌입
LF·신세계·삼성·한섬, 차별화 전략으로 소비심리 공략
프리미엄·융합·글로벌 협업... 가을 패션 승부처 주목

LF의 프렌치 컨템포러리 브랜드 바네사브루노가 고급 소재와 깊은 색감을 담은 25FW 가을 컬렉션을 공개했다. LF 제공
LF의 프렌치 컨템포러리 브랜드 바네사브루노가 고급 소재와 깊은 색감을 담은 25FW 가을 컬렉션을 공개했다. LF 제공

올해 잔혹한 봄을 지나온 국내 패션 시장이 이번 가을 반전을 노리고 있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패션 업계는 경기 침체와 소비 위축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며 성수기로 꼽히는 봄 시즌마저 역대급 매출 부진을 기록했다. 브랜드 충성도마저 흔들리며 업계 전반이 깊은 체감 한파에 놓였던 것.

그러나 본격적인 가을을 맞은 시점에서 업계 분위기는 달라지고 있다. 국내 ‘패션 빅4’로 불리는 LF, 신세계인터내셔날, 삼성물산 패션부문, 한섬이 가을 시장을 향한 총공세를 본격화하며 대반격의 서막을 열고 있는 것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먼저 LF는 트렌디 캐주얼과 아웃도어 라인 강화에 팔을 걷어붙였다. '헤지스'와 같은 주력 브랜드에 MZ세대 감성을 믹스한 뉴 컬렉션을 선보이며 2030 세대 공략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아웃도어와 캐주얼의 경계를 허무는 게 핵심 전략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강화된 ‘액티브 라이프스타일’ 트렌드를 포착해 브랜드 이미지를 한층 젊고 역동적으로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업계는 LF가 디지털 채널 중심의 공격적 마케팅과 함께 온라인 전용 라인을 잇따라 출시하는 점에도 주목한다. 이는 브랜드 충성도 약화를 보완하고, 가치소비를 중시하는 젊은 고객층을 흔들리지 않게 붙잡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뷰티와 패션의 융합’으로 차별화를 노리고 있다. 스킨케어·메이크업 등 자사가 보유한 뷰티 포트폴리오를 패션 프로모션과 연계해 ‘뷰티 라이프스타일 패션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하는 전략이다.

이는 단순히 의류 판매에 국한하지 않고, 뷰티와 패션을 동시에 경험하게 함으로써 소비자의 일상 전반을 장악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자사 편집숍과 온라인몰을 연계한 콘텐츠형 마케팅은 MZ세대뿐 아니라 합리적 프리미엄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에게도 경쟁력을 가지는 카드로 평가된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스튜디오 톰보이가 호주 대표 울 전문 기업 미쉘울과 협업해 울마크 인증을 받은 프리미엄 울 코트 컬렉션을 출시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제공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스튜디오 톰보이가 호주 대표 울 전문 기업 미쉘울과 협업해 울마크 인증을 받은 프리미엄 울 코트 컬렉션을 출시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제공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글로벌 디자이너 협업을 통해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해외 신진 디자이너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독창적인 디자인 감각을 국내 시장에 소개하면서 기존 브랜드 이미지에 신선함을 부여하는 게 전략의 골자다.

이는 브랜드 차별화를 위한 삼성식 해법으로, 단순한 수입 브랜드 유통을 넘어 글로벌 패션 감각을 선도하는 플랫폼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이기도 하다. 업계에서는 이런 시도가 현재 소비 침체 국면에서 역설적으로 ‘희소성’과 ‘차별화’를 원하는 고급 소비층을 자극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섬은 변함없이 프리미엄 브랜드 입지를 굳히는 데 집중하고 있다. 대표 브랜드 ‘타임’, ‘마인’ 등에서 보여주는 고급스러운 소재와 정제된 실루엣은 안정적인 충성 고객층을 거느린 원동력이다.

한섬은 이번 가을에도 ‘럭셔리’에 방점을 찍으며 구매력 있는 소비자의 수요를 선점한다는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최근의 불황 속에서도 오히려 명품과 하이엔드 소비가 꾸준히 이어지는 현상이 확인되면서, 글로벌 명품 대비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한섬 패션 라인이 국내 시장에서 뚜렷한 가치 대체재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지난 봄이 혹독한 소비심리 한파의 계절이었다면, 이번 가을은 전략적 투자와 차별화 포인트를 얼마나 뚜렷하게 가져가느냐가 갈림길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LF의 젊은층 공략, 신세계인터내셔날의 뷰티 융합, 삼성물산의 글로벌 협업, 한섬의 프리미엄 집중은 각기 다른 방향을 향하지만, 공통된 키워드는 ‘반전’과 ‘공격적 투자’로 모아진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심리가 여전히 완전히 회복된 것은 아니지만, 브랜드별 개성이 뚜렷이 드러나는 이번 가을 시즌이 업계 전체의 반등 신호탄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며 "브랜드 간 치열한 가을 마케팅과 프로모션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고 했다.

[스트레이트뉴스 김세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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