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의 주식재산이 올 3분기(6월 말→9월 말) 기준으로 4조2700억원 넘게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개인별 희비는 크게 갈렸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단숨에 3조7222억원을 더하며 독주체제를 강화한 반면,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5655억원이 증발하며 대조적인 흐름을 보였다.
한국CXO연구소가 발표한 ‘2025년 3분기 주요 그룹 총수 주식평가액 변동 조사’에 따르면, 45명 총수의 전체 주식재산은 6월 말 74조289억원에서 9월 말 78조3004억원으로 5.8% 증가했다. 조사 대상은 공정위 지정 대기업집단 총수 중 9월 말 기준 주식평가액이 1000억원 이상인 인물들이었다.
증가율 기준 1위는 이용한 원익 회장으로 3개월 새 주식재산이 1684억원에서 3263억원으로 불어나 93.8% 상승했다. 원익홀딩스와 원익QNC 주가 급등이 결정적이었다. 전필립 파라다이스 회장도 38.2% 증가하며 두각을 드러냈다. 이 회장은 보유한 파라다이스 보통주 주가가 1만5270원에서 2만1100원으로 오르며 지분가치가 5026억원으로 불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절대 금액 기준에서 독보적이었다. 올 3분기 주식재산은 15조2537억원에서 18조9760억원으로 불어나 3조7222억원이나 늘었다. 주식재산 증가율도 24.4%로 집계됐다. 삼성전자 지분을 통한 평가액 상승이 결정적이었다.
이밖에 조현준 효성 회장(23.4%), 정몽진 KCC 회장(23.1%), 이우현 OCI 회장(21.1%), 정몽준 HD현대 아산재단 이사장(20.0%)도 20% 안팎의 증가세를 보였다. 특히 조현준 회장은 효성중공업 주가가 50% 넘게 오르면서 전체 지분가치가 2조2458억원으로 확대됐다.
반면 감소세를 보인 총수들도 많았다. 정몽규 HDC 회장은 24.6% 감소해 주식재산이 6127억원에서 4618억원으로 줄었다. 이순형 세아 회장(-23.1%), 김홍국 하림 회장(-22.9%),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19.4%), 박정원 두산 회장(-17.1%) 등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4조63억원에서 3조4982억원으로 5655억원이 증발했다. 하이브 주가가 30만9000원에서 26만6000원으로 하락한 영향이 컸다.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도 5550억원 감소하며 ‘5000억 클럽’ 손실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2904억원), 구광모 LG 회장(-1907억원)도 눈에 띄는 감소세를 기록했다.
9월 말 기준 주식재산 ‘1조 클럽’은 16명으로 집계됐다. 이재용 회장이 18조9760억원으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고,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11조1255억원),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6조2828억원)이 2, 3위를 각각 기록했다. 이어 정의선 현대차 회장(4조8336억원), 방시혁 의장(3조4982억원), 정몽준 이사장(3조2651억원) 순으로 상위권이 형성됐다.
흥미로운 점은 조사대상에서 제외됐으나 주식재산 규모로는 상위권에 해당하는 사례다.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은 11조942억원으로 비공식적으로 국내 2위 규모를 기록했다. 이외에도 홍라희 리움 명예관장(8조5685억원),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7조7499억원),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6조6714억원) 등 삼성 오너일가 여성 경영자들의 자산도 눈길을 끌었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올 3분기 총수들이 보유한 140여 종목 중 6대4 비율로 주가가 하락한 곳이 많아졌다”며 “4분기에는 주가 반등 여부와 함께 이재용 회장의 주식재산 20조원 돌파 시점, 나아가 고(故) 이건희 선대 회장이 기록한 역대 최고치 22조원 경신 가능성도 관심사”라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박응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