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하이브 상장 과정에서 제기된 방시혁 의장 관련 논란은 단순한 주가조작 의혹을 넘어 자본시장 규제의 취지와 적용 범위를 가늠하는 중요한 사례로 떠올랐다. 스트레이트뉴스는 당시 투자자들의 매각 배경, 법적 쟁점, 자금 사용처 등을 종합적으로 짚어 독자들이 사실관계와 논란의 본질을 균형 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

금융당국은 방시혁 의장이 상장이 지연될 것처럼 꾸며 투자자들을 속였다고 판단했지만 법조계와 자본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하이브 사옥 전경. 연합뉴스
금융당국은 방시혁 의장이 상장이 지연될 것처럼 꾸며 투자자들을 속였다고 판단했지만 법조계와 자본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하이브 사옥 전경. 연합뉴스

하이브 방시혁 의장이 직면한 사법 리스크의 핵심은 ‘상장 지연 기망’과 ‘이면계약 부당이득’이다. 금융당국은 방 의장이 상장이 지연될 것처럼 꾸며 투자자들을 속였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법조계와 자본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방 의장이 체결한 언아웃(Earn-out) 계약을 ‘시장 교란 행위’로 규정할 수 있는지 여부가 이번 사건의 본질적 쟁점으로 떠올랐다.

당시 상황을 살펴보면 하이브는 2019년 대규모 자금 조달이 절실했다. 미국 시장 진출과 글로벌 확장을 위해 1조원 이상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방 의장은 우선 소프트뱅크 비전펀드 투자를 최우선 카드로 검토했으나, 2019년 말 협상이 무산되면서 차선책인 기업공개(IPO)로 방향을 틀었다. 이후 2020년 1월 상장 주관사 선정 절차가 본격화됐다. 문제가 되는 지분 거래가 이뤄진 2019년 11월 당시에는 IPO 추진 여부가 불확실했으며, 방 의장이 일부 투자자들에게 의도적으로 상장 지연을 언급했다 하더라도 ‘허위 사실 고지’로 단정하기 어려운 정황이다.

증선위가 고발 근거로 삼은 자본시장법 제178조는 ‘사기적 부정거래행위 금지’를 규정한다. 쉽게 말해 증권시장에서 허위 정보나 부정한 수단을 동원해 가격을 왜곡하거나 거래 질서를 흐트러뜨리는 행위를 막겠다는 취지다. 이 조항은 특정 개인의 재산을 보호하는 게 아니라 다수 투자자가 참여하는 시장 전체의 공정성을 지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따라서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허위 사실을 흘리거나 시세를 인위적으로 조종하는 행위에 주로 적용돼 왔다.

그렇다면 방 의장의 언아웃 계약은 이 조항에 해당할까. 언아웃 계약은 사모펀드(PEF)가 일정 수익을 초과하면 투자 대상 기업의 창업자 등에게 그 차익 일부를 나눠주는 구조다. 이번 사건에서 방 의장은 IPO 이후 스틱인베스트먼트·이스톤PE 등과 수익 배분 계약을 맺고 약 4000억원을 정산받았다. 당국은 이를 ‘상장을 숨기고 기존 투자자를 속여 사익을 편취한 행위’로 해석했지만 업계에서는 “투자자 리스크를 보완하기 위해 흔히 쓰이는 계약 구조일 뿐”이라는 반론이 우세하다.

특히 방 의장은 언아웃 계약과 동시에 ‘풋백옵션(되사주기)’ 의무도 부담했다. 만약 상장이 무산되면 수천억원을 들여 투자자들의 지분을 되사야 하는 위험을 감수했다. 오히려 방 의장은 개인 재산을 담보로 투자자 리스크를 떠안았고, 언아웃은 이에 대한 반대급부 성격이 강했다는 설명이다. 자본주의 원칙에서 리스크를 크게 부담하면 그만큼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논리가 작동한 셈이다.

법조계는 자본시장법 178조 적용 자체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대법원 역시 “178조의 보호 법익은 다수 투자자가 참여하는 증권시장 전체의 공정성과 원활성”이라고 판시해왔다. 이번 사건처럼 특정 투자자들 사이의 사적 계약을 시장 전체 교란으로 볼 수 있느냐는 근본적 의문이 제기된다. 하이브는 당시 비상장사였고, 거래는 제한된 투자자들 간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178조 적용은 무리라는 지적이다.

또 형법상 사기죄 적용 가능성도 함께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사기죄는 ‘적극적 기망 행위’가 있어야 성립한다. 단순히 “상장이 지연될 수 있다”는 발언만으로 상대방을 속였다고 보기 어렵고, 실제 투자자들도 지분 매각 후 막대한 수익을 거둔 만큼 ‘손해’ 입증도 쉽지 않다. 법조계 관계자는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속임수, 이로 인한 신뢰, 거래, 그리고 손해가 일관되게 증명돼야 하는데 이 사건은 그 고리가 약하다”고 지적했다.

지정감사인 선임 과정도 쟁점이다. 증선위는 이를 방 의장이 상장을 은폐하면서 뒤로는 IPO를 준비한 증거로 본다. 그러나 업계에 따르면 지정감사 신청은 오히려 기존 투자자인 레전드캐피탈 요청으로 추진됐다. 당시 레전드캐피탈은 자금 회수 압박을 받는 LP들을 설득하기 위해 하이브가 상장 가능성을 보여야 했고, 이를 위해 지정감사를 요구했다는 설명이다. 결국 ‘방 의장이 투자자를 속이기 위해 감사를 신청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어긋날 수 있다는 반론이다.

일각에서는 “증선위가 방 의장을 제재 대상으로 삼은 건 정치적·상징적 의미가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 정부가 자본시장의 불공정 거래를 강력히 단속하겠다는 기조를 천명한 만큼, 대형 사건을 통해 경종을 울리려는 의도가 반영됐다는 의견이다. 방 의장이 글로벌 K팝 산업의 상징적 인물이라는 점에서 여론의 주목도가 높다는 점도 작용했다는 해석이다.

그러나 법적 관점에서 본다면, 이번 사건을 ‘시장 질서 교란’이라기보다는 ‘투자자와 창업자 간의 리스크 배분 문제’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언아웃 계약은 글로벌 투자 시장에서도 드문 일이 아니며, 실제로 해외에서도 비슷한 구조의 사례가 존재한다. 다만 이 과정에서 투자자 간 정보 비대칭이 있었는지 여부는 여전히 남은 쟁점이다.

결국 이번 논란은 법정에서 최종 판가름 날 전망이다. 사기적 부정거래로 인정될 경우 방 의장은 형사처벌과 함께 사회적 타격을 피하기 어렵다. 반대로 법원이 자본시장법 적용을 배제하거나 무죄 취지로 판단한다면, 이번 사건은 향후 IPO 과정에서 ‘사적 계약과 시장 규제의 경계’를 어디까지 봐야 하는지에 대한 중요한 선례로 남을 것이다.

전문가들은 “투자자 보호와 시장 신뢰 확보라는 대원칙을 지키되, 기업 현실과 글로벌 투자 관행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자칫 과도한 법 적용은 한국 자본시장의 경쟁력을 위축시키고, 해외 투자자들에게 ‘예측 불가능한 규제’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우려다.

[스트레이트뉴스 박응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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