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충격에 흔들리는 글로벌 공급망
동맹국에 더 가혹…한국인 구금사태로 갈등 키워
"소부장 생태계 구조혁신 기회로 삼아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 시작 이후, 미국의 보호무역주의가 다시 강화되면서 글로벌 공급망이 흔들리고 있다. 특히 한국의 수출 제조업은 관세 폭탄과 지정학적 리스크가 결합된 ‘공급망 분절’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2025년 2분기부터 모든 수입품에 대해 10%의 보편관세를 도입하고, 자동차·부품, 철강·알루미늄 등 주요 품목에 대해 25~50%의 고율 관세를 부과했다. 이에 따라 한국의 대미 수출 관세액(대한상공회의소 조사)은 2분기에 트럼프 2기 출범 전인 지난해 4분기 대비 47배 증가, 33억달러(4조6000억원)에 달했으며 관세 증가율은 세계 1위를 기록했다.
특히 자동차·부품 분야는 전체 관세액의 57.5%를 차지하며 가장 큰 타격을 받았고, 철강·기계·전기전자 등 중간재 산업도 연쇄적인 피해를 입고 있다.
미국의 관세 정책은 단기적으로 세계 수출 물동량을 급변시키고 있으며, 기업들은 관세 시행 전에 재고를 미리 들여오거나 미국 외 지역으로 수출을 다변화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관세 발표부터 시행까지의 기간이 짧아 신규 생산 대응이 어려운 구조다.
이에 따라 한국 기업들은 멕시코, 베트남 등 제3국으로 생산기지를 이전하거나 미국 내 생산을 확대하는 리쇼어링을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은 단기적으로 수출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추진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과학법(CHIPS Act)상 보조금은 트럼프 정부에서 축소 또는 폐기됐으며, 이에 따라 한국 기업들이 미국에 투자한 배터리, 전기차, 반도체 생산 시설의 미래가 불투명해졌다.
특히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의 미국 배터리 합작공장 현장에서 한국인 근로자들이 현지 이민당국에 의해 구금됐던 사건은 동맹에 대한 배신감과 불신을 키웠다는 지적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한미 FTA의 상호 호혜적 성과를 강조하며 관세 완화 협상을 추진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또 수출 시장 다변화(동남아, 중동, 유럽 등 신흥 시장 개척), 미국 내 생산 확대를 위한 리쇼어링 지원 정책 마련, 환율·해상운임 급등에 대비한 리스크 헷징 전략 강화 등을 조언한다.
산업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관세 충격에 따른 소부장의 생존을 우려했다. 연구원은 “미국발 관세 충격을 흡수할 만한 여력과 대응 수단이 우리 소부장 기업에 턱없이 부족하다”며 “단기적으로 관세 직격타를 맞은 부품 생태계 등이 생존할 수 있도록 정책금융을 공급하는 한편, 역량 있는 소부장 기업이 안전하게 미국 혹은 북미로 진출할 수 있도록 업종과 지역 특성에 맞는 해외진출 지원 패키지를 공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장기적으로 현재의 위기 상황을 소부장 생태계 구조혁신의 모멘텀으로 삼아야 한다”며 “미국의 압박은 경쟁열위 소부장 기업의 자연스러운 도태를 유도하는데, 문제는 경쟁력의 경계선에 있는 기업들이다. 이들을 위해서는 AX(AI Transformation)를 토대로 사업 재편, 사업 전환 등의 창의적·적극적 활용과 함께 인수합병(M&A) 등을 통한 규모화를 유도할 필요가 있으며, 동시에 생태계 규모 유지·확대를 위해 외부로부터 자본수혈(해외투자 유치)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이재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