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관세, 상법·노동법 개정 등 하반기 경영 불확실성 확대
삼성·SK·현대차·LG 총수, 전략 마련 및 미래 사업 구상 집중

(왼쪽부터)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연합뉴스
(왼쪽부터)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연합뉴스

삼성, SK, 현대자동차, LG 등 국내 주요 대기업 총수들이 향후 경영환경 불확실성 타개와 미래 전략 구상으로 바쁜 행보를 이어갈 전망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발 관세 충격이 여전한데다 상법·노동법 개정을 앞두고 경영환경이 불확실한 가운데 국내 주요 대기업 총수들이 추석 명절 연휴 이후 경영 구상에 나선다.

그룹 주력 사업의 활로를 뚫고 새로운 미래 사업을 가속하기 위한 전략 마련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추석 연휴 이후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APEC CEO 서밋 등이 예정돼 있어 추석 연휴에도 쉬지 않고 글로벌 기업들과의 협력 확대 방안을 모색할 전망이다.

또 지난달 초 발생한 미국 조지아주 한국 근로자 구금 사태와 관련해 미국에서 진행 중이거나 추진 예정인 사업들을 점검해야 하는 만큼 바쁜 시간을 보낼 것으로 예상된다.


◇ 삼성 이재용·SK 최태원·현대차 정의선·LG 구광모, 하반기 사업 전략 마련 집중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7월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가 확정되면서 사법리스크를 완전히 해소한데 따라 남은 하반기동안 더욱 바쁜 현장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본래 이 회장은 해외 사업장 점검 등을 위한 출장을 자주 다녔으나 사법리스크가 남아있을 당시에는 법원 일정 등으로 인해 출장 등의 행보가 자유롭지 못했다.

이에 사법리스크 해소 이후 일본과 중국 등을 찾은 데 이어 지난달 한미경제회담 경제사절단으로 미국에도 방문했다.

이에 이번 추석 연휴 기간에 해외 출장을 재개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된다.  예년처럼 해외 사업장을 점검하고 임직원을 격려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재 삼성은 이 회장의 사법리스크 해소 이후 테슬라와 23조원 규모의 차량용 AI 반도체 파운드리 계약을 체결하고 애플과 차세대 칩 생산 계약도 맺었다. 

여기에 지난 1일 오픈AI와의 글로벌 AI 인프라 구축 협력을 본격적으로 공표하면 글로벌 기업들과의 협력을 확대해나가는 중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겸하고 있는 만큼 한국 재계 리더로서 더욱 바쁜 행보를 보일 전망이다.

이달 말 예정된 APEC 정상회의 및 APEC CEO 서밋 준비로 바쁜 가운데 이르면 다음달 초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SK그룹 연례행사인 최고경영자(CEO) 세미나를 앞두고 미래 사업 구상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SK그룹은 올해 초 리밸런싱 작업을 가속화해 온 가운데 하반기부터는 최 회장 지휘 아래 AI 사업으로 그룹 역량을 결집시키는 중이다.

지난 8월에는 아마존웹서비스(AWS)와 함께 대규모 AI 인프라 사업인 'SK AI 데이터센터 울산' 기공식을 개최했다. 이 사업에는 SK하이닉스(반도체), SK온(배터리), SK에코플랜트(데이터센터 건설), SK텔레콤(데이터센터 구축 및 운영) 등 그룹 내 주요 계열사가 참여한다.

이어 지난 1일 오픈AI와도 글로벌 AI 인프라 구축을 위해 손을 잡으면서 HBM(고대역폭메모리) 공급을 확대하고 데이터센터 운영 능력 등을 강화할 예정이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한국산 자동차가 대미 관세에 직격탄을 맞고 있는 만큼 위기 타개를 위한 전락 마련에 집중할 전망이다.

현재 그룹의 두 중심축인 현대차·기아는 미국이 완성차 최대 시장임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 관세 25%를 적용받는 탓에 다른 경쟁사들보다 불리한 상황이다.

특히 최대 경쟁사인 일본이 한국보다 먼저 관세 인하 혜택을 받으면서 한층 더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일단 미국에서의 입지는 안정적이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지난달 현대차·기아의 미국 합산 판매량은 14만3367대로, 전년 동월 대비 12.1% 증가했다. 세부적으로는 현대차(제네시스 포함)가 12.8% 증가한 7만7860대, 기아가 11.2% 늘어난 6만5507대를 팔았다.

그러나 실질적인 이익은 감소할 수 있는 상황이다. 현대차는 전기차 아이오닉5 2026년식 모델 가격을 최대 9800달러(약 1375만원) 내리고 2025년식 모델에는 이달 7500달러의 현금 인센티브를 자체적으로 제공하는 등 관세로 인한 부담을 떠안고 있다.

또 올해 연말 완공 예정이었던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이 갑작스러운 한국인 근로자 구금 사태로 2~3개월 가량 공사가 지연되는 등 관련 여파도 수습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미국 시장 대안으로 유럽 하이브리드 시장 공략, 인도 시장 점유율 확대 등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특히 인도에서는 올해 현지 100만대 생산 체제를 구축하며 본격적인 현지화에 속도를 내는 중이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중국 기업들의 공세와 AI 경쟁력 확대 등을 위한 대응책 마련으로 분주해질 전망이다.

앞서 지난달 24일 구 회장은 경기 이천시 LG인화원에서 주요 계열사 사장단 회의를 열고 인공지능 전환(AX) 전략을 실행할 것을 당부한 바 있다.

당시 구 회장은 "중국 경쟁삳르은 우리보다 자본, 인력에서 3배, 4배 이상의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며 "구조적 경쟁력 강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중국 대응을 위해 생산력을 높이고 원가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점을 다시한번 인식시킨 것이다. 

이에 현재 LG그룹이 중점으로 둔 AI와 바이오, 클린테크 등 이른바 'ABC' 사업을 더욱 성장시키기 위한 전략 마련에 집중할 전망이다. LG 특유의 '선택과 집중' 전략이 하반기에도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LG전자는 전사를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 중인 상황이다. 중국 가전업체들이 저가 공세로 무섭게 시장 장악을 해오고 있는 탓이다. 관련해서 LG디스플레이도 적자로 고전하고 있다.

이밖에도 LG화학의 경우 석유화학 업황 침체에 따른 사업 정리 등을 모색하고 있으며 LG에너지솔루션도 전기차 캐즘 타개와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 구금 사태와 관련한 후속 조치에 집중하고 있다.

한편 한국경제인협회가 발표한 '2025 하반기 기업경영여건 조사'에 따르면 기업이 생각하는 하반기 최대 리스크는 '내수 부진 및 경기 침체 지속'(25.7%), '글로벌 수요 둔화 및 수출 부진'(14.1%), '글로벌 통상 환경 불확실성'(14.1%), '원자재 수급 및 가격 상승 리스크(14.1%) 등이었다.

또 기업이 체감하고 있는 경영 애로는 '수출 감소'(20.4%), '원자재 및 에너지 가격 상승'(19.7%), '내수 부진'(18.4%) 등 순으로 응답률이 높았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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