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범 회장, 철학을 산업전략으로 잇다
<편집자주> 한 세대의 철학은 다음 세대의 전략이 된다. 고(故) 최창걸 명예회장이 세운 ‘사업보국’의 길은 최윤범 회장 아래 ‘트로이카 드라이브’로 이어지고 있다. 스트레이트뉴스가 개척자의 신념을 잇는 고려아연의 진화 과정을 두 편의 기사로 다뤘다.
고(故) 최창걸 명예회장이 세운 ‘사업보국’의 철학은 이제 전략으로 진화했다. 그의 뒤를 잇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개척자의 신념을 현대 산업 언어로 재해석하며 ‘트로이카 드라이브’라는 성장 엔진으로 구체화하고 있다.
최윤범 회장은 2022년 12월 회장에 취임해 3세 경영의 시대를 열었다. 그는 최기호 창업주의 손자이자 최창걸 명예회장의 차남으로, 어릴 적부터 현장 중심의 철학을 몸소 배워왔다. 호주 SMC제련소와 페루 광산 현장에서 10년 가까운 근무를 거쳐 2019년 대표이사에 올랐고, 현장 경험을 기반으로 미래전략을 설계했다.
그의 경영 핵심은 ‘철학의 실천’이다. 최 명예회장이 강조한 ‘개혁보다 매일의 변화’는 이제 ‘지속 가능한 성장’이라는 경영언어로 구체화됐다. 최 회장은 “조직의 유산을 미래로 번역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말한다.
트로이카 드라이브는 △신재생에너지 및 그린수소 △이차전지소재 △자원순환 사업 등 세 축으로 구성된다. 각각은 최 명예회장이 강조한 ‘기술과 사회의 공존’이라는 철학을 현대적으로 확장한 형태다.
신재생에너지 부문에서는 호주 맥킨타이어 풍력발전소를 중심으로 그린수소 실증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사업 다각화가 아니라 에너지 전환 시대의 산업적 책임을 실천하는 행보다. 지난해 고려아연은 신재생에너지 투자액을 전년 대비 12배 늘려 5666억원을 집행했다.
이차전지 소재 부문에서는 니켈제련소 건설과 하이니켈 전구체·동박 양산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니켈제련소는 다양한 형태의 원료를 단일 공정에서 처리할 수 있는 세계 유일의 시스템으로, 2027년 상업 운전을 목표로 한다. 이는 고인이 강조한 ‘기술의 독립’ 철학의 산업적 실현이다.
자원순환 부문은 폐기물에서 금속을 회수하는 기술을 고도화하며 ESG 중심의 사업 확장을 이끈다. 미국 MDSi, 이그니오홀딩스, 캐터맨 등 리사이클링 기업 인수를 통해 글로벌 시장 입지를 확대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 7조6582억원, 영업이익 5300억원을 기록했다. 아연·연·구리 등 기초금속을 넘어 안티모니, 게르마늄 등 전략광물 분야까지 성장하며 글로벌 공급망에서 핵심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올해 한미 정상회담 기간에는 세계 1위 방산기업 록히드마틴과 게르마늄 공급 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이는 한국 기업이 글로벌 전략광물 공급망의 중추로 자리잡는 신호탄으로 평가된다.
최 회장은 경영철학의 뿌리를 ‘사람’에 두고 있다. 그는 “조직의 힘은 구성원의 신뢰에서 나온다”며 고인이 세운 노사협력의 전통을 유지하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기술인재 양성과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하며 조직의 젊은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에도 불구하고, 그는 “우리의 목표는 여전히 같다”고 말한다. 산업을 통해 국가를 성장시키겠다는 사업보국의 정신이다. 다만 오늘의 고려아연은 그 철학을 ESG·전략광물·에너지 전환이라는 형태로 새롭게 구현하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 이어진 MBK·영풍의 적대적 M&A 시도는 여전히 회사의 불안 요소로 남아 있다. 그러나 최 회장은 “어려운 시기일수록 내부의 단결이 가장 강한 힘”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고인이 남긴 경영철학을 믿고 버티는 것이야말로 우리 모두의 사명”이라고 말했다.
그는 창립 51주년 기념사에서 “지난 11개월의 태풍을 견뎌내며 우리는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법을 배웠다”며 “파도는 계속 치겠지만 서로를 나침반 삼는다면 우리는 또 한 번 세상을 놀라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윤범 회장이 만드는 고려아연의 내일은 단순한 사업 확장이 아니라 철학의 계승이다. 아버지 세대가 ‘없던 산업을 만들었다면’, 그는 ‘그 산업을 세계로 확장’하고 있다. 결국 트로이카 드라이브는 고(故) 최창걸 명예회장이 남긴 ‘매일의 변화’ 철학이 시대의 언어로 재해석된 결과다.
[스트레이트뉴스 박응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