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주 회장 '시장 지배자' 논란 국감서 정면 충돌
李정부, 공정 경쟁 명분 속 자본권력 견제 본격화

기업회생 절차에 돌입한 홈플러스 모회사인 MBK파트너스의 김병주 회장이 14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김 회장은 이날 오후 정무위 국감장에서 다른 증인·참고인과 함께 선서했다. 연합뉴스
기업회생 절차에 돌입한 홈플러스 모회사인 MBK파트너스의 김병주 회장이 14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김 회장은 이날 오후 정무위 국감장에서 다른 증인·참고인과 함께 선서했다. 연합뉴스

이재명 정부의 공정거래위원회가 국내 사모펀드 업계 ‘큰손’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을 정조준했다.

14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공정위의 방향성이 뚜렷하게 드러났다. 명분은 시장 경쟁 질서 확립이지만, 실질적으로는 MBK의 지배력 확대와 거래 구조에 대한 정밀 검증, 법적 단속의 신호탄으로 읽혔다.

그동안 대기업집단과의 거래 관계 뒤편에서 상대적으로 조명받지 않았던 사모펀드의 시장 지배 행태가 이제 정부의 공세 테이블 위에 올라온 것이다.

정무위 질의 과정에서 다수 의원들은 MBK가 인수한 국내 굴지의 유통·서비스 기업들 사례를 언급하며, “경영 효율화라는 이름으로 구조조정을 밀어붙이고 단기 수익만 추구해 산업 생태계를 왜곡했다”는 논리를 폈다.

공정위는 이에 동조하듯, 최근 수개월간 MBK와 주요 투자 자산의 계약 구조·지배 체계에 대한 사전 분석을 진행해온 사실을 인정했다. 특히 경쟁 제한 효과가 크다고 판단되면 사모펀드라도 기업결합 심사 강화를 예외 없이 적용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이날 질의는 날카롭게 MBK의 운용 방식에 파고들었다. 일부 의원은 김병주 회장이 ‘투자자가 아니라 산업 구조의 실질 지배자’로 행세하며, 주요 기업의 전략·가격정책까지 통제한다는 점을 문제삼았다. 이는 단순한 자본 운용이 아니라 시장 구조 개입이자 사실상의 독점력 행사라는 지적이었다.

주병기 공정위 위원장은 이에 대해 “조사 결과 필요 시 기업결합 제한, 불공정거래 제재, 과징금 부과까지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는 강경 발언으로 맞받았다.

이번 국감에서 직접적인 쟁점이 된 건 MBK가 인수·운영 중인 대형 유통사와 홈쇼핑·결제 플랫폼 등 소비자 접근성이 높은 시장이다.

여당 측에서는 외국계 자본 형태를 띤 사모펀드의 국내 영향력 확대가 ‘자본주권 위협’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경고했고, 야당 일부도 “투자자 보호와 산업 경쟁 환경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며 공정위 조사에 힘을 실었다. 정치권 전반에서 MBK에 대한 견제 필요성이 공유됐다는 점이 이번 국감의 함의다.

이재명 정부는 공정위의 권한을 보다 적극적으로 운용하는 기조를 이미 공표해왔다. 대기업뿐 아니라 사모펀드·벤처투자사까지 경쟁 제한 행위가 있으면 정밀 조사에 돌입하겠다는 방침이다.

김병주 회장과 MBK가 첫 ‘대형 타깃’으로 선택된 건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공정위의 시선은 자산규모·시장 지배력·소비자 가격 영향력 등 MBK가 가진 구조적 힘을 정치·경제 권력의 견제 범위 안으로 끌어들이는 데 있다.


◇"그림자 정부" 비유까지... MBK 겨냥 정치권 공세 확산


정무위 질의 말미에서 김남근 민주당 의원은 “MBK는 시장의 그림자 정부처럼 움직인다. 단기 수익 극대화만을 목표로 사회·고용 책임을 방기하는 순간, 그것은 공정 경쟁 환경의 붕괴 시발점”이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이를 두고 이번 사안이 단순히 한 펀드나 한 기업 회장의 문제를 넘어 민간 자본과 공공 규제가 맞붙는 산업 권력 충돌이라는 사실을 드러낸다는 해석이 나온다.

향후 MBK에 대한 공정위의 행보는 사모펀드 산업 전체에 경고등을 켤 가능성이 크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조사 결과 위법이 드러나면 과징금·운영 제한·기업결합 불허 등 고강도 제재 카드가 현실화될 수 있다.

김병주 회장이 국감 직후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나아가 MBK가 이 규제 파고를 어떻게 돌파할지가 남은 관전 포인트다. 이번 국감으로 장외에 있던 자본권력의 실체가 정치권 한복판에 굵게 도려져 나타났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스트레이트뉴스 김세헌 기자] 

저작권자 © 스트레이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