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한화오션 미국 자회사 제재
현대글로비스, 미국 입항수수료 직격탄
미중 갈등 대리전 양상 심화
한국 기업 샌드위치 신세 부각
중국이 한화오션 미국 자회사 5곳을 제재했다. 미국의 입항수수료에 대한 보복 조치인데 한국에 불똥이 튄 형국이다. 한화오션 미국 자회사는 설립한 지 오래되지 않아 중국과의 거래도 미미한 만큼 영향은 제한적이다. 그보다 미국의 입항수수료가 현대글로비스에 직격탄으로 부각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은 미국의 대중국 조선·해운 분야 무역법 301조 조사와 중국 선박에 대한 입항 수수료 부과에 대한 보복 조치로 한화오션의 미국 자회사 5곳을 제재했다. 제재 명분은 한화오션의 미국 자회사들이 미국 정부의 대중국 무역법 301조 조사에 협조해 중국의 주권·안보·발전 이익을 침해했다는 주장이다.
이는 한국 기업이 미중 갈등에 휘말려 제재 대상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한화오션은 미국의 조선업 재건 프로젝트인 '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에 참여하며 한미 조선 협력의 상징으로 부각됐기에, 중국의 경고성 메시지로 해석된다.
한국 기업이 미국 시장에서 사업을 확대하거나 미국의 안보·산업 정책에 협력할 경우, 중국으로부터 경제적 보복을 받을 위험이 현실화 됐다. 중국 내 조직 및 개인과의 거래·협력 금지는 당장 제재 대상 자회사는 물론, 한화오션 전체의 중국 사업 운영에 불확실성을 높인다.
한화오션의 중국 시장 거래 규모는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업계에서는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이번 제재 대상이 미국 자회사 5곳에 한정되며, 이 회사들이 한화오션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낮거나 대부분 새롭게 설립된 법인이어서 당장 사업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의견이다.
업계 관계자는 다만 “제재 대상에는 중국 내 조직이나 개인과의 모든 거래 및 협력 금지가 포함된다”며 “한화오션이 조선업을 영위하는 과정에서 중국의 기자재나 부품 수입, 인력 교류, 또는 영업 활동 등에서 간접적인 차질을 빚을 가능성은 존재한다”고 전했다.
미국의 입항 수수료 부과 조치도 한국에 불이익을 안긴다. 미국은 중국 해운사 및 중국산 선박에 입항 수수료를 부과해 얼핏 반사이익도 기대된다. 중국에서 건조된 선박을 운용하는 해운사의 운영비용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이는 중국 대신 한국 조선소로 발주처를 전환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중국이 한화오션의 미국 자회사를 제재한 것처럼 한국 조선업체들이 미국과의 협력을 강화할 경우 중국으로부터 추가적인 보복성 제재를 받을 위험이 있다.
HMM, 팬오션 등 국내 주요 해운사들은 중국산 또는 미국산 선박 비중이 낮아 그런 리스크가 덜하다. 하지만 현대글로비스 등 자동차 운반선을 운용하는 해운사는 리스크에 노출됐다.
미국이 중국뿐만 아니라 외국에서 건조된 자동차 운반선 모두에 높은 입항 수수료(톤당 46달러)를 부과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현대글로비스는 이로 인해 연간 수천억원의 추가 비용을 부담할 위험이 대두됐다.
미국이 자동차 운반선만 대세계 입항 수수료를 부과한 이유는 자국 조선 산업 재건이란 목표 달성 의도로 분석된다. 자동차 운반선은 미국에서 건조되는 경우가 사실상 없기 때문에, 외국에서 건조된 모든 선박에 수수료를 부과함으로써 해운사들이 미국 조선소에 선박을 발주하도록 유도하는 수단이다. 실제로 미국산 선박을 발주하면 수수료를 유예해주는 조항이 포함됐다.
현대글로비스는 입항 수수료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수수료가 선박 1척당 연간 최대 5회 부과 횟수가 제한되는 규정을 최대한 활용할 방침이다. 입항 횟수를 줄이는 대신, 선박 한 번당 최대한 많은 물량을 적재해 운항 효율성을 높인다.
또 기존에 미국과 캐나다 등 여러 국가 물량을 합쳐 운항하던 것을, 미국향 물량만 가득 채워 운항하는 '분리 배선' 등을 통해 효율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입항 수수료는 결국 운송 원가에 포함되므로, 주요 고객사인 현대차·기아 등 화주(Cargo Owner)와 협의해 비용 부담을 나누거나 운임에 반영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업계 관계자는 “개별 선사 차원의 대응뿐 아니라, 정부 간 관세 협상 채널을 통해 이 수수료가 외국산 자동차 수입 규제 차원에서 협의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대응을 요청하고 있다”고 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이재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