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정부는 지역균형발전을 목표로 ‘5+2 광역경제권 30대 선도프로젝트’를 발표하고, 이와 연계해 2010년 3월부터 총 2조 원의 예산을 투입해 ‘3대 문화권(유교․가야․신라) 문화․생태 관광기반 조성사업’이라는 초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안동지구는 ‘세계유교․선비문화공원 및 한국문화테마파크 조성사업’의 거점으로 선정되어, 경북 북부권 경제 활성화와 마이스(MICE) 산업 육성을 이끌 핵심 시설로 안동국제컨벤션센터를 2022년 개장했다. 수려한 안동호의 풍광을 배경으로 한 최신식 시설은 개관 당시 지역 발전의 신호탄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불과 3년이 지난 지금, 기대와 달리 컨벤션센터는 ‘애물단지’라는 오명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국비와 지방비 총 1843억이 투입된 시설임에도 2022년 -26억, 2023년 -49억, 2024년 -52억의 적자를 기록하며 매년 손실이 커지고 있다. 각종 회의와 전시가 열리기는 하지만 활용도는 낮고, 지역경제 파급 효과 또한 기대에 못 미친다.
문제는 운영 부진만이 아니다. 감사원 감사 결과, 사업 추진 과정 전반에서 구조적 결함이 드러났다. 안동시는 컨벤션센터와 세계유교·선비문화공원, 한국문화테마파크를 묶어 민간에 일괄 위탁하는 과정에서 자격 미달의 특수목적법인과 계약을 체결했다.
또 호텔·상가 개발을 수탁자가 직접 추진해야 함에도 제3자가 매입하도록 허용해 절차적 결함까지 지적됐다. 운영 계약조차 허술해, 적자가 발생하면 고스란히 안동시 재정이 떠안는 구조가 되어 실제로 민간 수탁자는 최근 2년간 4억5000만 원의 이익을 챙겼으나, 정작 호텔과 상가 개발은 단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운영 구조의 한계는 더욱 뚜렷하다. 현재 컨벤션센터는 한국정신문화재단이 위탁 운영하고 있는데, 수입의 상당 부분을 안동시 출연금과 대행사업에 의존한다. 출연금은 2022년 16억에서 2025년 추경 기준 67억까지 급증했지만, 안정적인 자체 수익 모델은 부재하다. 세출 구조 또한 문제다. 대행사업 예산이 해당 연도 안에 집행되지 못해 이월되고, 이 이월금이 다음 해 세입인 순세계잉여금으로 편성되는 악순환이 반복돼 사실상 안동시 예산이 세입과 세출을 돌며 자립 운영은 먼 얘기가 되고 있다.
인력구조도 취약하다. 전담인력 20명 중 정규직은 4명, 나머지는 계약직으로 전문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선제적인 메가 이벤트 유치나 국제회의 기획은 기대하기 어렵다. 출연금과 대행사업 중심의 수입 구조, 불안정한 인력 체계, 행정의 안일함이 겹치면서 컨벤션센터는 적자만 키우는 전형적인 전시행정의 상징으로 전락하고 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입지와 연계성이다. 접근성이 떨어지고, 주변에 숙박·먹거리·즐길 거리가 부족해 행사가 끝나면 방문객들이 곧장 떠난다. 지역 상권과의 연결 고리가 약하니 시민 세금으로 행사를 치러도 경제 효과가 미흡해 애초에 기대했던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제는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 컨벤션센터가 단순한 대관 시설을 넘어 종합적인 체류형 관광 거점으로 발전해야 한다. 안동은 하회마을, 도산서원, 병산서원, 봉정사 등 세계문화유산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컨벤션 참가자들이 이들 문화유산을 자연스럽게 체험하며 머무르고 소비할 수 있도록 연계 관광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단발성 행사 유치에 머무를 것이 아니라, 방문객의 체류 시간을 늘려 지역경제에 실질적인 파급 효과를 가져 오는 전략이 필요하다.
교통과 숙박 인프라 확충도 필수적이다. KTX 안동역, 고속도로, 대구·청주 공항과 연계한 셔틀망을 구축하고 인근 숙박시설과 협력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대안으로 한국국학진흥원 인문정신연수원의 숙박시설(63개 객실, 수용인원 271명)을 적극 활용하고, 향후 관광 활성화와 수요 증가에 대응할 수 있도록 추가 숙박시설 확충 방안도 함께 모색해야 한다. 나아가, 선성현 문화단지와 테마파크를 연계해 회의·숙박·체험이 가능한 복합공간으로 발전시켜, 현 시설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먹거리와 상권 활성화 역시 중요한 과제다. 안동찜닭, 간고등어, 전통주 등 지역 고유의 음식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상설관을 마련한다거나 유휴 시설을 활용한 푸드존이나 전통주막 운영 등을 통해 방문객들이 자연스럽게 접하고 소비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컨벤션센터가 지역민과 상생하는 진정한 문화·경제 거점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을 것이다.
도내 컨벤션센터는 현재 경주, 구미, 안동 세 곳에 불과하다. 안동컨벤션센터의 부진은 비단 안동시만의 문제가 아니라 경북 전체 마이스 산업의 기반과 직결되는 문제다. 따라서 경상북도 차원의 종합적 대책과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냉정한 진단과 과감한 체질 전환으로 외진 곳 외딴 건물이 아닌 지역경제의 중심 거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경상북도와 안동시, 그리고 시민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권광택 경상북도의회 행정보건복지위원장
[스트레이트뉴스 대구.경북=박종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