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서밋이 열린 경주에서 글로벌 유통기업들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한 혁신 전략을 공개했다. 김상현 롯데 유통군 부회장과 로버트 포터 쿠팡Inc 글로벌 대외협력 총괄(CGAO)은 AI 기술이 물류 효율화와 맞춤형 소비자 서비스의 핵심 동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29일 경주예술의전당에서 열린 ‘디지털 전환과 전자상거래 효율화’ 세션에서 포터 총괄은 “AI는 유통의 복잡한 단계를 단축하고 예측 기반 물류로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 7단계 유통 구조를 AI 기반 4단계로 단순화했다”며 “소비자는 더 빠른 배송을, 판매자는 더 낮은 비용 구조를 경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쿠팡은 한국을 포함한 APEC 지역에서 AI·로봇·스마트 물류 분야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며, 수십만 중소기업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덧붙였다.
포터 총괄은 “경주에서 스마트폰으로 주문하면 다음날 오전 7시 전까지 상품을 받아볼 수 있을 정도로 시스템이 고도화됐다”며 “AI가 주문·재고·운송 데이터를 실시간 분석해 즉각 대응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유통 대표로 무대에 오른 김상현 부회장은 “디지털 전환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고객 경험을 새롭게 설계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시아 소매 매출의 70% 이상이 여전히 오프라인 매장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AI는 이 공간을 대체가 아닌 혁신의 장으로 바꾸는 도구”라고 강조했다.
롯데는 1만2000여개 오프라인 매장에 AI 기반 품질 분석, 다국어 키오스크, AI 소믈리에 등 디지털 솔루션을 도입해 변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김 부회장은 “고객 맞춤형 광고와 데이터 기반 공동 마케팅으로 오프라인에서도 새로운 수익 모델이 창출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유통기업이 고려해야 할 핵심 과제로 △개인정보 보호 및 보안 강화 △규제 완화와 민관 협력 △지속 가능성 강화를 제시했다.
이날 좌장을 맡은 박성호 서울대 교수는 “유통산업은 이제 단순히 물건을 파는 산업이 아니라, 데이터·광고·미디어를 다루는 종합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르노 드 바로부아 GS1 CEO는 “디지털 전환은 유통업에 막대한 기회를 제공하며,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고품질 데이터 공유가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이번 APEC CEO 서밋은 ‘AI가 이끄는 유통 혁신’이라는 공감대를 확인한 자리였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경계를 허무는 기술 경쟁이 본격화된 가운데 각국 기업들이 AI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유통 생태계 주도권 확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스트레이트뉴스 박수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