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ㆍ기업 노조 ㆍ정당 현수막 문구 ... "정말 피로하다. 제발 그만하라"
창원 도심 곳곳이 집회 현수막으로 뒤덮이면서 시민들의 불편이 심각해지고 있다.
집회가 끝난 뒤에도 며칠, 길게는 몇 주 동안 그대로 방치되는 경우가 많아 보행자 통행을 방해하고 교통 안전까지 위협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시민들은 “도심 전체가 현수막 전시장 같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창원시의회 박승엽 의원은 30일 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집회가 종료됐는데도 현수막이 철거되지 않아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창원시는 즉시 철거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이어 “집회는 하루 한두 시간에 불과하지만 현수막은 365일 내내 도심 곳곳을 점령하고 있다. 법의 취지를 악용해 시민 불편을 초래하는 행태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시내 곳곳에는 ‘집회 예정’이라는 명목으로 장기간 현수막을 내거는 사례가 많다. 일부 단체는 이를 사실상 홍보·광고물로 활용하며 도심은 갈등과 공격적 문구로 뒤덮였다.
최근 거리를 장식한 현수막 문구에는 “너는 틀렸다, 나는 옳다”는 식의 공격적 표현이 난무했다. 청소년을 비롯한 일반 시민들은 매일 이러한 문구를 마주하며 심리적 피로를 호소하고 있다.
현행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옥외광고물법)’은 모든 광고물 설치에 지방자치단체장의 허가 또는 신고를 요구한다.
다만 제8조는 집회·시위 목적의 현수막에 한해 30일 이내 예외를 인정하고 있어서 일부 단체가 이를 악용해 장기간 현수막을 내거는 사례가 발생했다.
법제처는 최근 “실제 집회 또는 시위가 이루어지는 시간과 장소에 한해 예외가 인정된다. 그 외 시간대나 장소의 현수막은 불법 광고물”이라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이에 따라 창원시도 집회 시간이 끝난 현수막에 대해 행정대집행을 시행할 수 있게 됐다.
박승엽 의원은 지난 8월 ‘창원시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진흥에 관한 조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실제 집회 시간·장소 외 현수막에 대해 즉각적인 철거를 가능하게 했다.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 등 일부 자치구는 이미 법제처 유권해석에 따라 적극적인 행정대집행을 시행 중이다. 실제 집회가 끝나면 곧바로 현수막을 철거하는 시스템을 도입해 시민 만족도를 높였다.
강남구 관계자는 본 기자와 통화에서 “집회가 끝난 즉시 철거를 원칙으로 하면서 시민 불편과 안전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고 있다”고 말했다.
창원시 관계자는 “조례 개정 취지를 반영해 실제 집회 여부와 시간과 설치 장소를 면밀히 검토한 뒤 불법 현수막에 대해서는 즉시 행정대집행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현수막 난립 문제는 행정 조치만으로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민단체와 노조, 특히 정당 등 집회 주최 측의 자정 노력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이다. (본지 10월15일자, 창원 전역에 내걸린 정치 현수막 ... 특권의 시대를 멈춰라!)
박 의원은 “집회가 끝났다면 현수막을 자진 철거하는 것이 기본이며 이것이 성숙한 시민의식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표현의 자유는 존중돼야 하지만,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며 “공공질서와 시민의 눈높이를 고려하지 않는 과도한 표현은 사회적 갈등을 부추기고 도시 이미지까지 훼손한다”고 지적했다.
표현의 자유는 소중하다. 그러나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 공공질서와 시민의 눈높이를 고려하지 않은 표현은 사회적 갈등을 부추기고 도시 이미지까지 훼손한다.
현수막을 내건 그 손으로 스스로 철거하는 작은 실천이야말로 시민 사회를 한 단계 성숙하게 만드는 출발점이다.
우리 사회는 이미 많은 시민이 서로를 배려하고 상생하는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집회와 시위도 마찬가지다. 끝난 행사는 깔끔하게 정리하는 것이 기본이고 현수막을 자진 철거하는 것은 단순한 물리적 정리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그것은 ‘함께 사는 사회’의 책임감이자, 성숙한 시민의식의 상징이다. 도시는 시민의 얼굴이다. 거리를 장식하는 글과 그림, 현수막 하나에도 사회의 품격이 드러난다.
더이상 비난과 조롱의 언어가 아니라, 상생과 배려의 메시지가 걸리는 도시, 시민단체와 기업의 노조가 집회 시간이 끝난 현수막을 스스로 철거하고 성숙해지는 도시여야 한다.
현수막을 내건 그 손으로 스스로 정리하는 작은 실천. 그것이 도심을 깨끗하게 만드는 시작이자 성숙한 시민 문화를 꽃피우는 첫걸음이다.
이제는 창원시의 행정 조치를 기다릴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가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
[스트레이트뉴스 김태양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