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투자 리딩방·로맨스스캠 피해 보상 범위 재각각
금융범죄 수법 디지털자산 전환 등으로 진화...법과 실무 대응 더뎌

픽사베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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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캄보디아 등 동남아를 거점으로 한 한국인 대상 금융범죄가 연이어 적발되고 있는 가운데, 보상과 환급 제도는 사기 유형마다 다르게 적용되는 상황이다.


◇ 제도는 제각각, 보상은 미흡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경찰은 캄보디아 범죄단지에서 ‘한국팀’을 운영하며 각종 온라인 사기를 벌인 50대 총책 A씨와 조직원들을 체포했다. A씨 일당은 SNS에 투자 전문가인 척 글을 올리고 220명을 속여 범죄수익 422억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해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850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1조원을 넘을 전망이다. 앞서 경찰은 캄보디아 바벳을 거점으로 연애 빙자 사기를 벌여 피해자 192명에게 46억 원을 빼앗은 로맨스 스캠 조직원 5명도 베트남 현지에서 검거했다.

하지만 금융범죄 가해자 검거에도 보상과 환급 제도는 사기 유형마다 매우 다르게 작동하고 있어 피해자들 간 형평성 논란이 커진다.

우선 보이스피싱 가해자는 형법 제347조에 따라 ‘사기죄'로 처벌되며, 피해 금액이 크거나 조직적으로 이루어진 경우에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이 선고될 수 있다.

국민의힘 김재섭 의원. 의원실. 
국민의힘 김재섭 의원. 의원실. 

보이스피싱의 피해보상은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이 적용된다. 송금된 계좌가 사기계좌로 확인되면 금융회사 등에 지급정지를 요청하고, 이후 잔액을 피해자에 배분하는 절차가 마련돼 있다.  

과거 보이스피싱 범죄는 계좌 송금 형태였기 때문에 ‘통신사기 피해환급법’에 의해 일정 부분 보호를 받았는데, 최근엔 범죄자가 ‘카드깡’이 되는 업체를 통해 결제창을 보낸 뒤 카드 결제를 하게 만들어 법상 보상이 안 되는 이슈도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금융위원회 국정감사 자리에서 “여신전문금융업법으로 보면 제3자가 부정하게 사용한 경우에만 부정 사용으로 인정돼 카드사 보상이 가능하기 때문에 ‘사칭형 보이스피싱’ 피해자들의 직접 결제는 보호받지 못하고 있어 입법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보이스피싱을 당해 카드 결제를 하면 결국 카드사에서 구제를 해줘야 하는데 카드사별로 대응도 제각각이어서 피해자들이 거의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입법 속도보다 빠르게 발달되는 지능형 범죄


투자 리딩방이나 연애 사기를 이용한 로맨스스캠의 경우 법적 보상 절차가 아직까지 명확치 않다. 현재 계류 중인 개정안들은 이들 신종 금융범죄를 전기통신금융사기 범위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내용을 담지만 실제 적용이 이뤄진 사례는 드문 실정이다.  

제22대 국회에서 리딩방·로맨스스캠을 전기통신금융사기 범위에 포함하는 개정안이 발의된 사례가 있지만 아직 입법은 지연 중이다.  

보이스피싱은 주로 전화 혹은 메시지를 이용해 검찰, 금융기관 직원을 사칭하고, 피해자에게 계좌 이체를 요구하는 구조다. 이때 자금이 금융회사 계좌에 남아 있을 경우 지급정지 등 절차가 수월하다. 보이스피싱 피해금이 사기 계좌에 남아 있으면 지급정지 조치가 가능하다. 은행 계좌에 돈이 머물러 있다는 물리적 근거가 확보되기 때문이다.

반면 투자 리딩방 사기는 인터넷 오픈채팅방이나 SNS로 모집한 뒤, 원금보장·고수익 등의 구호로 가짜 홈트레이딩시스템(HTS)를 이용해 피해자를 유도한다. 로맨스스캠은 피해자와 일정 기간 신뢰관계를 형성한 뒤 송금을 유도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이 경우 ‘용역을 제공받은 대가’라는 해석에 따라 법 적용이 쉽지 않다.

픽사베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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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한 관계자는 “리딩방이나 로맨스스캠의 경우에는 피해금이 개인 지갑으로 이체되거나 디지털자산으로 전환되는 경우가 많다”며 “이 경우 금융회사의 지급정지 요청이 어려워지고 환급 대상에서 빠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즉 금융범죄 수법은 디지털자산 전환 등으로 진화하고 있지만, 법과 실무 대응은 이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입법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학계 한 관계자는 “리딩방·로맨스스캠 피해도 전기통신금융사기 범위에 포함되도록 법 개정이 시급하다”며 “이들 범죄가 가짜 HTS, 가상자산·메신저 기반으로 이뤄지는 만큼 법은 이를 포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가상자산사업자와 금융회사 간 송금·전환 동결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도 방법”이라며 “돈이 해외 지갑이나 거래소로 흘러가기 전에 지급정지·동결 조치가 이뤄져야 환급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조언했다.

이어 “은행·거래소의 실무 지침도 판례 취지대로 정비되어야 한다”며 “예컨대 가상자산 전환이 확인된 경우에도 환급이라는 문을 닫지 않아야 한다는 인식이 현장에 확산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

한편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3일 ‘글로벌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원화 스테이블 코인 유통 및 과세 체계’ 세미나 자리에서 “금융범죄에 악용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스테이블코인 제도화를 빠르게 추진하고 정확하게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민 의원은 “제도적 틀을 만들어야  설령 스테이블코인을 범죄에 활용하더라도 근거를 갖고 범죄자들을 잡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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