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 미달에 ‘경영진 책임’ 재확인…데노수맙으로 돌파구 찾을까

<편집자주> 셀트리온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외형 확대 뒤엔 현지화 투자, 신제품 실적, 정보 관리, 지배구조 등 구조적 리스크가 잠재한다. 이번 기획을 통해 고성장 국면의 셀트리온을 다각도로 점검해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과 내부 체질의 안정성을 진단하고자 한다. 성장의 규모보다 신뢰의 깊이를 묻는다.

기우성 셀트리온 부회장은 3월 주주총회에서 “대표 3명의 경영성과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어떤 결과도 달게 받겠다”며 “책임 물으면 책임 지겠다”고 답했다. 셀트리온 제공
기우성 셀트리온 부회장은 3월 주주총회에서 “대표 3명의 경영성과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어떤 결과도 달게 받겠다”며 “책임 물으면 책임 지겠다”고 답했다. 셀트리온 제공

셀트리온이 주력 제품인 인플릭시맙 피하주사형 ‘짐펜트라(Zymfentra)’의 실적 부진에 대한 주주 질타를 받은 가운데, 경영진이 “목표 달성 실패 시 책임을 지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짐펜트라가 목표 실적을 달성하지 못할 경우, 경영진이 성과 책임을 직접 지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내년부터 본격적인 미국 공장 가동과 신제품 출시를 예고한 셀트리온으로서는 현지화 전략이 실질 성과로 이어지지 않으면 투자 신뢰도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깔려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셀트리온은 지난 3월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제34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짐펜트라 매출 목표를 연간 7000억원으로 제시했다.

이날 한 주주가 “올해도 지난해처럼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책임을 질 것인가”라고 묻자, 기우성 셀트리온 부회장(제조·개발 부문 대표)은 “대표 3명의 경영성과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어떤 결과도 달게 받겠다”며 “책임 물으면 책임 지겠다”고 답했다. 셀트리온이 공개적으로 ‘목표 미달 시 경영진 책임’을 천명한 것은 이례적이다.

세계 최초의 항체 바이오시밀러 ‘램시마’의 인플릭시맙 성분을 피하주사(SC) 제형으로 바꾼 ‘짐펜트라’. 셀트리온 제공
세계 최초의 항체 바이오시밀러 ‘램시마’의 인플릭시맙 성분을 피하주사(SC) 제형으로 바꾼 ‘짐펜트라’. 셀트리온 제공

이날 주총은 전년도 실적 부진을 둘러싼 주주 불만이 집중된 자리였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짐펜트라 매출 목표를 6500억원으로 제시했지만 실제 매출은 366억원에 그쳤다.

주총장에서는 “예상 매출과 실제 실적 간 괴리가 너무 크다”는 항의가 이어졌고, 서진석 경영사업부 대표는 “미국 시장은 유럽보다 규제가 복잡해 허가 절차가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며 “현재 주요 리스팅을 대부분 마쳤고 출하량이 꾸준히 늘고 있어 올해는 실적으로 보답하겠다”고 해명했다.

짐펜트라는 셀트리온이 인플릭시맙(램시마)을 피하주사형(SC)으로 개량한 제품으로, 2023년 미국과 유럽에서 판매 허가를 받았다. 셀트리온은 “투여 편의성과 환자 접근성을 강화한 글로벌 블록버스터로 키우겠다”며 연 매출 1조원을 중기 목표로 제시했지만, 실제 매출은 초기 유통망 확장 지연과 보험급여(PBM) 진입 지연 등으로 예상보다 빠르게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짐펜트라 매출은 364억원으로, 연간 목표치(7000억원) 대비 달성률은 5% 수준이다. 셀트리온은 5월 가이던스를 3500억원으로 낮췄지만 상반기 실적 기준으로는 10% 수준에 머문다.

셀트리온은 하반기부터 PBM 등재 확대와 직판 체계 개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우성 부회장은 “미국 내 처방 접근성을 꾸준히 높여가고 있다”며 “커버리지 확대가 진행 중이며 내년부터 실적 반영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업계에서는 “보험 커버리지가 확대되더라도 보수적인 처방 패턴이 자리 잡은 미국 시장 특성상, 매출이 가시화되기까지는 최소 1~2년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셀트리온 본사 전경. 셀트리온 제공
셀트리온 본사 전경. 셀트리온 제공

셀트리온의 다음 성장 카드로 꼽히는 제품은 골다공증 치료제 데노수맙 바이오시밀러(제품명 오센벨트·Ossenvelt)다. 셀트리온은 데노수맙을 7월에 미국에서 출시한 데 이어 10월 말 FDA로부터 상호대체성(Interchangeability) 지정을 획득했다.

데노수맙은 암젠의 오리지널 제품 ‘프롤리아(Prolia)’를 대체할 수 있는 첫 미국 허가 바이오시밀러로, 글로벌 시장 규모는 연간 5조원 수준이다. 셀트리온은 “미국 고령화로 인한 환자 증가세와 맞물려 시장 진입 효과가 클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다만 데노수맙 상업화 과정에서는 마케팅·유통비 증가와 생산설비 투자 부담이 단기적으로 재무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특히 셀트리온이 인수 중인 미국 뉴저지 공장에서 장기적으로 오센벨트 생산을 검토하고 있는 만큼, 정부 승인 일정과 밸리데이션 절차가 원가 경쟁력 확보 시점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한 스트레이트뉴스 질의에 대해 셀트리온 관계자는 “제품별 매출 가이던스·수치·판매 전략은 내부 정보로 개별 공개하지 않는다”며 “기존 공개 자료를 참고해달라”고 답했다. 매출 달성률이나 책임경영 조치 등 구체적 진행 상황에 대해서는 추가 언급이 없었다. 기존 공개 자료를 참고하라는 관계자 답변에 따르면 셀트리온은 성과 부진 시 경영진이 이에 대해 책임을 질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주총에서 경영진이 성과 책임을 강조했지만 실제 이행 과정은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짐펜트라와 데노수맙 모두 초기 성과가 기대치에 못 미치면 셀트리온의 단기 실적 회복은 어려울 것”이라며 “두 제품의 매출 추세가 내년 현지 공장 가동 효과와 맞물려 개선되지 않으면, 시장 신뢰가 다시 흔들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른 관계자는 “미국 현지화 전략은 장기적 경쟁력 확보를 위한 필수 선택이지만 매출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1조4000억원 규모의 투자가 재무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셀트리온은 ‘책임경영’을 내세우며 신뢰 회복에 나서고 있다. 서진석 대표는 주총에서 “성과를 주가에 반영시키지 못해 죄송하다”며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꾸준히 주식을 매입하며 책임을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기우성 부회장 역시 “미국 출장 이후 생산성 실사를 진행해 공장 운영 효율을 점검할 것”이라며 “올해는 반드시 짐펜트라 매출 목표를 달성해 주주에게 신뢰로 보답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셀트리온의 실적은 단순한 매출 지표를 넘어 경영진 책임과 신뢰 회복의 시험대로 부상했다. 성과가 뒤따르지 않으면 내부 책임론이 불가피하고, 향후 투자와 현지화 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연 7000억원 목표’의 성공 여부는 단순한 숫자 문제가 아니라, 셀트리온 리더십의 신뢰를 가늠하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스트레이트뉴스 박응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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