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75년 만에 첫 희망퇴직 단행 및 영업본부 전반 조직 개편 단행
2년 연속 수익성 하락에도 3분기 영업익 16%↑…실적 반등 ‘마지막 변수’
롯데그룹의 연말 정기 인사를 앞두고 박윤기 롯데칠성음료 대표의 연임 가능성에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3분기 실적 반등으로 일시적 숨고르기에 성공했지만, 창사 이래 처음 단행된 희망퇴직이 그룹 차원의 구조조정 신호로 해석되면서 교체론이 힘을 얻고 있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성과보다 체질 개선을 중시하는 그룹 기조상, 박 대표 체제의 연속성은 장담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칠성음료는 1950년 창사 이후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한다. 회사는 오는 21일까지 1980년 이전 출생자이자 2015년 이전 입사한 근속 10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신청을 받는다.
근속 10년 이상 14년 이하 직원에게는 기준 급여 20개월치, 15년 이상 근속자에게는 24개월치가 위로금으로 지급된다. 대학생 자녀가 있는 직원은 자녀 1인당 최대 1000만원의 학자금을 추가로 받을 수 있다. 회사 측은 “사업 효율화와 본원적 경쟁력 강화를 위한 미래형 성장 조직으로의 전환 조치”라고 설명했다.
희망퇴직과 함께 영업본부 전반의 조직 개편도 단행된다. 롯데칠성음료에 따르면 이번 개편은 영업1본부·영업2본부·영업3본부 등 영업 조직 전반에 걸쳐 이뤄진다. 중복된 지점을 통합하고 일부 비효율 조직을 정리해 지역별 영업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영업1본부는 중부권 중심으로 지점 통합이 진행되고 영업2본부는 권역 간 균형을 맞추기 위해 지점 명칭과 소속을 조정한다. 영업3본부는 신유통 채널 중심으로 조직을 단순화해 거점 기반 운영 체계로 전환할 계획이다.
이번 일련의 조치는 단순한 인력 감축이 아니라 그룹 차원에서 롯데칠성의 체질 개선을 직접 주도하겠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실적이 반등했음에도 현 체제의 변화 속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결과로 평가되면서 박 대표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실제 실적만 놓고 보면 박 대표는 일정 부분 성과를 거뒀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칠성의 올해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91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6% 증가했다. 당기순이익은 620억원으로 39.3% 늘었고, 매출은 1조792억원으로 1.3% 증가했다. 상반기까지 이어졌던 수익성 둔화가 완화되며 회복세가 뚜렷해졌다.
이번 반등은 원가 관리 강화와 제품 포트폴리오 개선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회사는 ‘칠성사이다 제로’, ‘핫식스’ 등 젊은 소비층 중심의 브랜드를 강화해 탄산·에너지음료 매출을 끌어올렸고, 해외에서는 필리핀·미얀마 법인이 모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특히 필리핀 법인은 ‘피닉스 프로젝트(Phoenix Project)’로 불리는 효율화 프로그램을 통해 매출 2478억원, 영업이익 46억원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룹 내부 평가는 냉정하다. 박 대표 재임 기간 동안 영업이익 추이를 보면, 2021년 1822억원에서 2022년 2229억원으로 전년 대비 22.3% 증가하며 정점을 찍은 뒤, 2023년 2107억원, 지난해 1849억 원으로 2년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음료 사업은 여전히 원자재 가격과 소비 둔화의 영향을 받고 있고, 주류 부문 역시 맥주 ‘클라우드 크러시’ 부진이 이어지며 내수에서 존재감을 키우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그룹이 직접 희망퇴직 카드를 꺼냈다는 건, 박 대표가 추진해온 구조개선의 속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로 이어진다.
이에 따라 그룹은 이번 인사를 통해 식품 계열 전반의 성과를 재점검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칠성을 포함한 식품군 내 주요 계열사들이 각자의 성과를 내세우는 만큼, 박 대표의 연임 여부는 내부 경쟁 구도 속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차우철 롯데GRS 대표는 외식 브랜드의 흑자 기조를 유지하며 안정감을 보였고, 이창엽 롯데웰푸드 대표는 해외 시장 확대로 존재감을 강화했다.
롯데그룹은 통상 매년 12월 초~중순 사이 정기 인사를 단행한다. 지난해는 식품군을 ‘인사 무풍지대’로 두며 안정 기조를 유지했지만, 올해는 화학·유통 계열 부진 여파로 그룹 전반에 쇄신 압박이 높아졌다. 그룹 안팎에서는 “올해 식품 계열 인사의 최대 변수는 박 대표의 연임 여부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을 그룹이 승인했다는 건, 현 체제에서 뚜렷한 성장 동력을 찾기 어렵다는 판단이 깔린 것”이라며 “성과보다는 방향 전환의 필요성이 커졌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한편 박 대표는 1994년 롯데칠성음료에 입사해 영업·마케팅·전략 등 주요 부서를 두루 거친 ‘정통 롯데맨’이다. 2020년 12월 대표이사로 선임된 이후 매출 3조원 돌파와 글로벌 사업 확장을 이끌며 4년째 롯데칠성음료의 수장을 맡고 있다.
[스트레이트뉴스 박수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