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 구조 마련 시 내년 상반기 거래 재개 가능성도
라포랩스 “인수 긍정적 검토…1000억 충당 가능해”

SK스토아 CI. SK스토아 제공
SK스토아 CI. SK스토아 제공

데이터홈쇼핑 1위 SK스토아의 매각이 막바지에 접어든 가운데, 유력 인수 후보인 라포랩스가 업계 일각의 ‘자금난설’과 인수 자격 논란을 일축했다. 모회사 SK텔레콤이 비핵심 자산 매각 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라포랩스는 “자금 조달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매각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올해 초 삼일PwC를 매각 주관사로 선정하고 복수의 원매자들과 협상을 진행해왔다. 당초 추석 전후로 매각 대상자를 확정하고 실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근 일부 재무적 투자자(FI)가 참여를 철회하면서 협상 속도가 더뎌지고 있다. 이에 따라 매각 일정이 늦춰지고 거래 구조를 재정비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이번 거래는 단순한 자회사 매각을 넘어 SK텔레콤의 포트폴리오 전환을 상징하는 조치로 평가된다. SK텔레콤은 통신과 인공지능(AI)을 양축으로 한 핵심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비핵심 계열사 매각을 지속적으로 추진 중이다. 실제로 2023년 말 SK 연결 기준 종속회사는 716개였으나 지난 6월 말에는 634개로 줄었다.

SK스토아는 SK텔레콤이 100% 지분을 보유한 T커머스 기반 디지털 홈쇼핑 플랫폼이다. 2017년 SK브로드밴드의 T커머스 사업부가 물적분할돼 설립됐다. 2019년 4월 SK브로드밴드와 태광그룹의 케이블 사업자 티브로드가 합병하면서 SK텔레콤 자회사로 편입됐다. 당시 SK텔레콤은 커머스 사업 확장을 염두에 두고 지분 전량을 확보했지만, 이후 시장 환경 악화와 수익성 저하로 매각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시장에서는 SK스토아의 매각가를 초기 기대치였던 1500억~2000억원보다 낮은 1000억원 안팎으로 형성된 것으로 보고 있다. 원매자와의 밸류에이션 격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협상이 장기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난항에는 업황 부진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홈쇼핑 업계는 방송 시청자 감소와 송출수수료 부담으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전체 방송 매출은 지난해 약 2조6000억원으로 10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커머스와 라이브커머스가 급성장하면서 TV 중심의 홈쇼핑 비즈니스는 구조적 한계에 직면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매각이 공식화된 것은 지난달 15일 양맹석 SK스토아 대표가 사내 공지를 통해 “조만간 매각 절차에 돌입할 예정”이라고 밝히면서부터다. 이후 4050 여성 패션 플랫폼 ‘퀸잇’을 운영하는 라포랩스가 유력 인수 후보로 부상했다. 라포랩스는 SK스토아와 협업 경험이 있고 고객층이 겹치는 만큼 패션 카테고리 중심의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최대 걸림돌은 자금력이다. 라포랩스의 현금 보유액은 약 200억~300억원 수준이다. 1000억원 안팎의 인수가를 충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이 때문에 삼일PwC를 통해 국내 사모펀드(PEF) 등 재무적 투자자들과 자금 조달 방안을 모색했지만 최근 SK텔레콤 유심 해킹 사태로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일부 투자자가 참여를 철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라포랩스가 단독으로 자금을 마련하기 어렵기 때문에 FI와의 협의가 관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SK텔레콤이 지분 일부를 남겨두는 ‘부분 매각’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인수자 자금 여력이 충분치 않은 만큼 SK텔레콤이 일정 지분을 유지하며 IPO 등 장기 조건을 조율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업계는 이번 매각이 연내 마무리되긴 어렵다는 관측이다. 현재로선 라포랩스 외에 뚜렷한 다른 인수 희망자가 나타나지 않은 점도 변수로 꼽힌다. 하지만 SK텔레콤이 비핵심 자산 매각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자금이 확보된 인수자만 나타나면 내년 상반기 중 거래가 재개될 가능성은 높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매각의 향방은 SK그룹의 구조조정 속도, 홈쇼핑 업황, 그리고 원매자의 자금력이라는 세 변수에 달려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은 ‘누가 SK스토아를 살 수 있느냐’의 문제로 압축된 상황”이라며 “단기적으로는 난항이 예상되지만 장기적으로는 그룹의 리밸런싱 전략 속에서 매각이 성사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업계 일각의 우려에 대해 라포랩스 측은 “사실무근”이라며 반박했다. 라포랩스 관계자는 “SK스토아 인수를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며, 현재 자금 조달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스트레이트뉴스 박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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