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 사장단 인사 단행…허진수·허희수 각각 부회장·사장 승진
지배구조 투명성 및 현장 안전 관리 강화…주요 핵심 과제 주목
SPC그룹이 오너 3세 형제 체제를 출범시키며 ‘투톱 경영’에 시동을 걸었다. 세대교체를 통해 글로벌 확장과 조직 쇄신을 추진하는 동시에 책임경영의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기대와 함께 풀어야 할 숙제도 적지 않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SPC그룹은 지난 4일 정기 사장단 인사를 단행하고 허영인 회장의 장남 허진수 사장을 부회장으로, 차남 허희수 부사장을 사장으로 각각 승진시켰다.
창립 77주년을 맞은 시점에 이뤄진 이번 인사는 그룹 리더십의 세대교체를 공식화하는 조치로 평가된다. 업계에서는 SPC가 최근 노동·안전 논란과 내수 둔화 속에서도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다지기 위해 ‘3세 리더십’을 전면에 세운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인사는 허영인 회장이 경영 전면에서 물러나지 않으면서도 실질적인 의사결정권을 두 아들에게 넘긴 ‘점진적 승계’ 성격이 짙다. 내부적으로는 책임경영을 강화해 경영 투명성과 실행력을 높이려는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변화의 중심에는 형제 각자의 역할 분담이 있다. 허진수 부회장은 파리바게뜨·던킨·배스킨라빈스 등 해외 사업을 총괄해 왔다. 현재 글로벌 확장 전략을 이끌고 있다. 그는 미국·프랑스·중국 등 50여 개국에서 매장을 운영 중이다. 해외 매출은 올해 상반기 기준 전년 동기 대비 약 15% 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허희수 사장은 SPC삼립과 비알코리아 등 국내 식품·외식 부문에서 브랜드 혁신과 신사업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쉐이크쉑·에그슬럿 등 해외 브랜드의 국내 도입을 이끌었다. 두 리더는 각자의 전문 영역을 분리해 ‘글로벌+혁신’ 양축으로 그룹 경영 속도를 높일 계획이다.
특히 그룹은 지난 7월에 출범한 ‘혁신 추진단’을 중심으로 의사결정 구조 효율화, 사업 포트폴리오 재정비, 인재 육성 체계 강화 등 경영 인프라도 손질하고 있다.
허진수 부회장이 의장직을 맡고 있는 이 추진단은 각 계열사 대표와 노조, 외부 전문가가 함께 참여해 그룹 쇄신 과제를 논의한다. 경영 투명성 제고와 현장 안전 강화를 주요 목표로 삼고 있다. ‘안전 스마트 공장’ 건립, 근로환경 개선, 준법경영 체계 정비 등 구체적 권고안을 마련해 계열사별로 실행을 유도하고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이번 인사를 단순한 승진 차원을 넘어 경영 전환의 신호탄으로 평가한다. 노동 이슈와 매출 둔화로 흔들렸던 SPC가 리더십 변화를 통해 체질 개선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SPC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글로벌 사업 성장과 미래 전략을 주도할 리더십을 강화하고, 안전경영과 신뢰 회복을 빠르게 추진하기 위한 조치”라며 “책임경영을 바탕으로 그룹의 장기 비전을 실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형제 경영 체제 아래에서 그룹이 직면한 과제는 뚜렷하다. 가장 큰 변수는 지배구조와 승계 구도의 정비다. SPC그룹의 사실상 지주사인 ‘파리크라상’은 허영인 회장(63.31%)을 비롯해 장남 허진수 부회장(20.33%), 차남 허희수 사장(12.82%)이 지분을 나눠 보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경영권 집중 구도나 지분 재편 방향을 둘러싼 내부 정비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파리크라상이 비상장사로서 지배구조 투명성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을 지적하며, 향후 SPC삼립 등 상장 계열사를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현재 SPC삼립의 최대주주는 파리크라상(40.66%)이다. 이어 허진수 부회장(16.31%), 허희수 사장(11.94%), 허영인 회장(4.64%) 순으로 구성돼 있다.
노동·안전 문제 역시 여전히 핵심 숙제로 남아 있다. 지난 5월 19일 SPC삼립 시화공장에서 50대 근로자가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그룹의 안전관리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이에 SPC그룹은 사고 직후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노조·외부기관 합동점검을 실시했다. 이후 전 계열사 설비 47대에 대한 긴급 점검과 개선 작업에도 착수했다. 또한 근무 환경 개선의 일환으로 지난 9월부터 3조 3교대제 도입과 8시간 초과 근로 폐지를 시행해 야간노동 시간을 줄이고 약 250명을 추가 채용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형제 동반 승진은 SPC의 책임경영 의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조치지만, 이제는 성과와 리스크 관리 역량이 입증돼야 한다”며 “3세 리더십이 조직 안정과 대외 신뢰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박수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