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단순 플랫폼에서 기업 AX 지원하는 AI 인프라 플랫폼으로 진화
엔비디아와 협력 강화하고 로봇OS·디지털 트윈 등 기술력으로 성장가속

<편집자주> 한국 대표 플랫폼 기업 네이버가 새로운 전환점에 섰다. 검색과 커머스 중심의 틀을 넘어, AI·글로벌 콘텐츠·로봇·클라우드 등 미래 기술로 사업 축을 옮기며 ‘넥스트 네이버’를 준비하고 있다. 이번 시리즈 ‘네이버 넥스트’는 AI 서치 혁신, 글로벌 콘텐츠 확장, 로봇·스마트워크 기술을 세 축으로 네이버의 변화를 추적한다. 기술 실험을 넘어 산업과 일상 전반을 다시 쓰는 네이버의 도전과 미래를 조명한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 네이버 제공
최수연 네이버 대표. 네이버 제공

국내 대표 포털 기업 네이버가 단순한 검색 플랫폼을 넘어 물리 공간과 디지털 공간을 융합하는 '피지컬 AI' 플랫폼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빅테크 기업인 엔비디아와 협력을 강화하고 보유하고 있는 소프트웨어 강점을 활용해 글로벌 AI 플랫폼 리더가 되겠다는 포부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의 AI 인프라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네이버클라우드는 최근 엔비디아 AI 칩 블랙웰 GPU(그래픽처리장치) 6만개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이에 따라 네이버는 엔비디아와 함께 산업용 피지컬 AI 플랫폼을 개발해 반도체·조선·에너지 등 국가 주력 산업을 중심으로 AI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은 "자동차의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DV) 전환이 보여주듯 AI가 실제 산업 현장과 시스템 속에서 작동하는 피지컬 AI 시대가 열리고 있다"며 "네이버는 AI와 클라우드 기술로 기업이 데이터를 더 잘 활용하고 산업이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특별히 피지컬 AI를 미래 먹거리로 낙점하고 관련 분야 역량 키우기에 집중하고 있다. 이미 피지컬 AI라는 개념이 나오기 전인 2017년부터 네이버 랩스를 설립해 피지컬 AI를 위한 기술 선행 연구를 해 온 상태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저희 핵심 경쟁력은 하드웨어 경쟁력보다는 소프트웨어 경쟁력이라고 판단해 저희의 핵심 역량을 '아크', '얼라이크'라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아크는 다양한 제조사의 로봇들을 통합 관리할 수 있는 표준화된 OS(운영체계) 플랫폼이며, 얼라이크는 초정밀 3D 디지털 트윈 기술로 GPS가 닿지 않는 실내에서도 로봇이 정확한 위치를 인식할 수 있게 하는 소프트웨어를 말한다.

네이버는 향후 글로벌 로보틱스 시장에서 OS·제어 플랫폼 분야가 39% 이상 점유율을 차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 대표는 "앞으로 이 기술을 통해 신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네이버의 소프트웨어 강화 전략의 핵심 무대는 네이버의 제2사옥인 1784다. 사옥 내부에서 로봇, 클라우드, 디지털트윈 기술을 융합해 '기술 내재화' 전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 대표는 "본사 건물인 1784를 설립한 3~4년 전 실제 환경에서 테스트 베드로 활용하면서 로봇이 디지털 트윈을 기반으로 자율 이동하고 또 이를 네이버클라우드에서 실시간 제어하는 환경을 구축하면서 글로벌 레퍼런스를 확보하는 단계에 이르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실 공간의 모든 정보를 3D로 복제해 가상 환경에서 시뮬레이션하고 이를 기반으로 물류센터 동선 최적화나 도시 교통 흐름 예측 등 다양한 응용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특히 이 기술을 단순히 내부에만 적용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외부 기업·기관으로 확산한다는 방침이다. 사내 검증된 기술을 스마트 물류센터, 병원, 오피스 빌딩 등의 공간에 도입하는 협의가 진행 중이다. 피지컬 AI 공략을 위해 글로벌 협업 및 제조업 파트너사들과의 협력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최 대표는 "네이버가 가진 AI 프리스틱 역량을 기반으로 국내에서는 공공 영역뿐 아니라 프라이빗 시장에서의 AI 전환과 산업에 특화된 맞춤형 상품을 제공하며 레퍼런스를 만들고 있다"며 "글로벌 소버린 AI 사업도 계획대로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궁극적으로 네이버는 피지컬 AI 플랫폼과 클라우드 인프라 등 AI 역량을 통해 국내 제조 기업들의 AX(AI 전환)을 적극 지원하는 플랫폼이 되겠다는 목표로, 국내에서 성공 사례를 만들고 이후 해외 진출도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서비스형 인프라(IaaS/PaaS) 형태로 플랫폼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정부기관·대기업뿐 아니라 스타트업을 대상으로도 로보틱스 클라우드 환경을 제공해 기술 생태계를 키우는 것이다. 자체 데이터센터인 '각 세종'을 통해 안정적인 AI 학습·운영 인프라를 확보한 점도 핵심 강점으로 꼽힌다. 

최근 엔비디아 GPU 6만장을 확보하고 피지컬 AI 공동 개발에 나서기로 한 데 이어 사우디 국가 프로젝트에 참여해 8000억원 규모의 현지 디지털트윈 사업을 수주할 예정으로, 글로벌 경쟁력은 본격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최승호 DS투자증권 연구원은 "GPUaaS, 에너지/방산 등 안보민감 산업의 수주가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확보할 GPU 물량 30∼40%만 대여해도 1조2000억원 수준의 매출기여가 가능하고 AX 규모는 이를 크게 상회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네이버는 내년까지 1조원 이상의 GPU 투자를 예고했으며 본격적으로 제2사옥 1784와 세종 데이터센터 간 연결을 통해 AI 테스트베드도 가동할 예정이다. 최 대표는 "한국의 반도체, 자동차, 조선 산업 위에 네이버의 AI 소프트웨어 역량을 더해 국내 산업의 AI 혁신을 가속화할 것"이라며 "한국이 AI 3대 강국으로 도약하는 데 기여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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