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스페셜티·설비 효율화로 '질적 성장' 전환
해외, 새 성장지로 동남아 시장 낙점해 인니 집중
석유화학 경기 침체로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롯데케미칼이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 고부가가치 사업 확대와 해외 시장 확장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이다. 장기화된 부진을 지나 본격적인 반등을 이룰 수 있을지 주목된다.
1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의 올해 3분기 실적 증권가 컨센서스(전망치 평균)는 매출 4조5914억원, 영업손실 1321억원이다. 8개 분기 연속으로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석유화학 업황 회복이 더딘 탓에 롯데케미칼의 흑자전환 지연이 장기화 되는 모습이다. 앞서 올해 초에는 하반기 반등 가능성이 나오기도 했으나 업황이 여전히 불안정한 데 따라 남은 4분기에도 적자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현재 국내 석유화학 업황은 중국발 공급 과잉과 글로벌 수요 부진, 국제유가 상승 등 복합 악재로 장기 불황에 진입한 상태다. 에틸렌 등 주요 원료 공급이 크게 늘면서 가격이 하락했고 스프레드(제품-원료 가격 차이)가 축소된 가운데 수요 마저 줄어들고 있는 3중고다.
다만 롯데케미칼의 3분기 영업손실 전망치의 경우 직전 분기(영업손실 2449억원) 보다는 적자폭이 줄어든 수치다. 여기에 자회사 롯데정밀화학이 고부가가치 스페셜티 사업을 중심으로 3분기 실적 반등에 성공한 상태로, 올해를 지나면 모회사인 롯데케미칼의 반등도 본격적으로 시작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롯데정밀화학의 경우 최근 몇 년간 고부가가치 스페셜티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전환하며 실적 개선을 이뤄온 것으로, 올해 4분기에는 식의약용 셀룰로스 공장 증설에 약 790억원을 투자해 식의약 사업 매출 확대 기반을 마련할 예정이기도 하다. 셀룰로스 계열 제품은 의약품 안정제, 식품 첨가제 등 분야에서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롯데케미칼 역시 본격적인 구조 전환에 착수해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통한 안정적 수익 구조 확보를 중장기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최근 롯데케미칼이 충남 대산 석유화학단지 내 나프타분해설비(NCC)를 놓고 HD현대와의 자구책 마련에도 첫발을 내디디면서 정부 구조조정안 수혜받을 확률도 높아졌다. NCC 보유 석유화학사들 중 양사만 유일하게 구조개편 초안을 마련해 정부에 제출한 상태다.
롯데케미칼은 HD현대케미칼과의 협력을 통해 설비 조정을 추진하며 비용 절감과 생산 효율 향상을 위한 자구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이진호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롯데케미칼은 HD현대와 대산 공장 통합을 위한 MOU를 체결하는 등 자율적인 구조조정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며 "정부 지원이 더해질 경우 '자산 경량화' 전략이 본격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롯데케미칼은 친환경·첨단 소재 개발을 통해 범용 제품 대신 스페셜티 중심으로 체질 전환을 진행한다.
현재 사업을 배터리소재·고기능성 플라스틱·전자소재 분야로 확장하고 있으며 자회사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를 중심으로는 전지박(동박) 생산 능력을 강화하고 있다. 또 엔지니어링 플라스틱(EP), 고내열·고투명 폴리머, 친환경 단열소재 등 제품 비중도 늘린다는 목표다.
이같은 첨단소재 포트폴리오 확대를 위해 전자·자동차·반도체용 소재 중심으로 기술 협력 및 JV(조인트벤처) 등을 추진하고 있으며 국내 주요 배터리 기업들과도 협력 논의를 이어가는 중이다.
이를 바탕으로 오는 2030년까지 전체 매출에서 범용 제품 비중을 30% 이하로 줄이고 고부가 소재 비중을 60%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국내에서는 체질 개선에 나선 한편 해외 신시장 개척으로 기존 석유화학 사업의 강점을 살린다는 전략이다.
현재 성장 중인 동남아시아 시장을 새로운 성장 무대로 삼고 있어 주목된다. 특히 롯데케미칼은 해외 사업 중요 거점으로 인도네시아를 낙점했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석유화학산업 연평균 5%대 성장이 예상되는 곳이지만 에틸렌 자급률이 44%에 불과한 상태로, 롯데케미칼은 이 같은 내수 시장을 공략해 현지 자급률을 9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6일(현지시간) 롯데케미칼은 인도네시아 찔레곤 지역에 39억5000만달러(약 5조7000억원)를 투자한 석유화학 단지 '라인(LINE)' 프로젝트 준공식을 개최하고 상업생산에 돌입했다. 연간 에틸렌 100만t, 프로필렌 52만t, 폴리프로필렌 35만t, BTX 40만t 등 범용 석유화학 제품이 대량 생산될 예정이다.
특히 인근의 폴리에틸렌(PE) 공장(LCTN)에 원료인 에틸렌을 파이프라인으로 직접 공급하는 물류비를 절감하는 '수직계열화'를 완성한 상태로, 원가 경쟁력을 극대화하고 운영 효율화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인도네시아를 주요 거점으로 성장 잠재력이 높은 동남아시아를 적극적으로 공략할 예정"이라며 "글로벌 석유화학 산업 내 시장지배력을 강화하고 사업다각화도 계속 추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가운데 롯데케미칼의 수장 교체 가능성에도 업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새 리더십으로 변화 돌파구를 모색할 것인지 혹은 현 대표인 이영준 사장이 다시 한번 지휘봉 잡고 반등의 1년을 더 이끌지 여부다.
이영준 사장은 지난해 롯데케미칼의 구원투수로 투입된 인물이다. 다만 전임 이훈기 전 롯데화학군HQ 총괄대표가 부임 1년 만에 퇴진했던 전적이 있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