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고율관세 위협·中 자국중심 무역장벽에 유럽 전기차 시장 새 돌파구
LG·삼성, 獨 벤츠 회장 만나…현대차, 유럽 기술연구소 개소 등 공략 속도
삼성, 현대자동차, LG가 일제히 유럽 전기차 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 주목된다.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미국이 높은 관세로 인해 불안정한데다 중국은 자국 중심주의로 현지 브랜드의 수요가 여전히 높은 반면 유럽은 관세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고 중국 브랜드에 대한 무역장벽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폭스바겐, BMW, 메르세데스-벤츠 등 글로벌 완성차 기업이 집중된 지역으로, 특히 전기차 전환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추세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LG그룹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이날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독일 메르세데스-벤츠의 올라 칼레니우스 회장과 회동했다. 조주완 LG전자 사장과 정철동 LG디스플레이 사장, 문혁수 LG이노텍 대표,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 등이 칼레니우스 회장과 만나 양사 전장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칼레니우스 회장은 "LG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오래된 매우 강력한 파트너"라며 "LG와 (함께) 놀라운 기술을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LG는 SDV(소프트웨어 중심 차량)부터 디스플레이·배터리·자율주행센싱까지 전장사업 분야에서 벤츠와 긴밀한 파트너십을 맺어오고 있다. 이번 회동 이후 LG의 벤츠와의 협력이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특히 최근 LG가 유럽 전기차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고 있다.
LG그룹의 전장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LG전자는 지난 9월 독일 뮌헨에서 열린 국제 모터쇼 'IAA 모빌리티 2025'에 출격했다. 2023년에 참가한 이후 두 번째다. LG전자는 행사에서 차세대 인캐빈(In-Cabin) 전략을 공개하는 한편 LG전자의 스마트TV 플랫폼인 웹OS 등을 소개하며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비전을 소개했다.
이밖에 LG전자와 북미 최대 자동차 부품사인 마그나와의 합작사인 LG마그나의 경우 올해 하반기 헝가리 미슈콜츠에 새 공장을 완공하고 내년부터 본격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해당 공장은 LG마그나의 글로벌 네 번째 생산기지로, 유럽 내 첫 공장이다. 헝가리를 중심으로 유럽 내 전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LG는 LG마그나 헝가리 공장에서 전기차 구동모터를 중심으로 생산을 시작하고 고객사 수요에 따라 인버터·컨버터 등 전기차 파워트레인 핵심 부품들을 생산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도 그룹 차원에서 차량용 반도체, 차량용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 전장 사업 전반을 강화하며 유럽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앞서 삼성전자는 2023년 독일 뮌헨에서 열린 '삼성 파운드리 포럼 EU'에서 유럽 자동차 업체 및 파트너사를 대상으로 자동차용 반도체 전략을 공개한 바 있다. 당시 삼성은 2nm 공정 기반의 eMRAM 메모리, 8-인치 BCD(전력반도체) 공정 확장 등 차량용 고신뢰성 반도체 로드맵을 발표했다.
지난해에는 독일 뮌헨에 있는 삼성전자 유럽법인의 차량용 반도체 직무 관련 인력을 대폭 늘리기도 했다. 유럽 시장에서 차량용 반도체 공급망을 조기 선점하고 자율주행·전기차 전환 흐름에 발맞춰 자동차용 고성능 칩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이어 올해는 'IAA 모빌리티 2025'에 출격해 차량용 반도체 라인업을 적극 공개하는 등 유럽 전장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차량용 디스플레이 공급에 집중하는 중으로 고해상도·곡면형 패널을 앞세워 유럽 전기차 시장에서 관심을 끌고 있으며 삼성SDI는 헝가리 거점 중심으로 유럽 내 배터리 현지화를 가속하며 BMW, 폭스바겐 등 유럽 완성차 업체들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중이다.
이 가운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이날 오후 칼레니우스 벤츠 회장을 만날 예정인데 따라 양사의 협력 확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회동 자리에는 최주선 삼성SDI 사장, 이청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크리스천 소봇카 하만 대표 등도 참석할 예정이다.
삼성전자 전장 자회사 하만은 벤츠 전기차 'EQS'에 탑재된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플랫폼 'MBUX'를 공급하고 있다. 또 삼성전자는 벤츠 주요 모델에 실물 키 없이 차량 잠금을 해제하거나 시동을 걸 수 있는 '삼성월렛 디지털 키'를 공급하는 중이다.
벤츠가 최근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불안에 대응해 자체 OS(MB.OS)와 연동 가능한 고성능 칩 확보에 나선데 따라 삼성전자와의 협력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중이다.
현대자동차그룹도 유럽 시장 공략으로 새 전략을 짜고 있다. 북미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가 매달 상승하고 있긴 하나 관세 불안정으로 인해 수익성 확보가 불안한 있는 탓이다.
반면 전기차 수요가 증가하고 있고 관세 부담이 덜한 유럽 시장을 공략해 전기차 판매를 더욱 확대하겠다는 목표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6일(현지시간) 독일 뤼셀스하임에 유럽기술연구소(HMETC) 신규 R&D센터 '스퀘어 캠퍼스'의 운영을 시작했다.
스퀘어 캠퍼스는 약 2만5000㎡ 부지에 전기차·하이브리드·내연기관 등 모든 파워트레인 실험이 가능한 첨단 시험실과 유럽 최대 수준의 NVH(소음, 진동, 불쾌함) 챔버,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및 차량 소프트웨어 무선통신업데이트(OTA) 및 사이버보안 연구공간, 전기차 충전 기술 실험실 등을 갖췄다.
현대차는 이곳에서 유럽 고객 특유의 주행 감성, 핸들링, 차체 제어, 노면 반응 등을 정밀하게 연구해 '유럽 소비자 맞춤형' 차량 개발을 집중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보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지난 9월 'IAA 모빌리티 2025'에 4년 만에 참가해 유럽형 소형 전기차 콘셉트카 '콘셉트 쓰리(Concept 3)'를 공개하기도 했다. 해당 콘셉트카는 아이오닉 브랜드의 첫 소형 전기차로, 유럽기술센터가 개발 초기 단계부터 주도적으로 참여한 것이다.
본격적으로 유럽형 전기차 라인업을 확충하는 중으로, 현대차는 내년부터 튀르키예 공장에서 소형 전기 SUV '아이오닉 3'를 생산해 물류비·관세 부담을 낮추고 기아는 슬로바키아 공장에서 'EV3'·'EV4' 등 전기 SUV를 생산할 예정이다.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 역시 올해부터 기존 독일·영국·스위스 외 프랑스·스페인·이탈리아·네덜란드로 유럽 진출국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송선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유럽은 전동화 전환 속도가 가장 빠른 시장 중 하나"라며 "미국 외 지역 판매가 정체되는 상황에서 유럽 시장 점유율 확보가 실적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유럽은 오는 2035년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 정책을 유지하며 전기차 전환을 가속화하는 중이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에 따르면 올해 1~9월 유럽연합(EU) 내 신규 등록 전기차는 130만대, 점유율은 16.1%로 전년 대비 3.1%p 상승했다. 특히 독일·벨기에·네덜란드 등 주요국의 전기차 판매는 올해 들어 전년 대비 38% 이상 늘었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