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양 경남취재본부장
김미나 창원시의원 사태가 남긴 경고
공직자의 언어는 권력이 아니라 책임이다
공인은 말로 평가받는다. 그리고 그 말은 단순한 표현이 아니라 책임의 무게를 싣고 사회로 흘러간다.
최근 창원시의회 김미나 의원의 연이은 막말 논란과 언론 고소는 그 책임의식을 망각한 공직 언행이 어떤 파장을 낳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김 의원은 2022년 10·29 이태원 참사 직후 SNS를 통해 희생자 유가족을 향한 비하성 발언을 게시했다.
“자식 팔아 한몫 챙기자는 수작”, “시체팔이 족속들”과 같은 표현은 국민적 분노를 불러일으켰고 결국 모욕 혐의로 기소돼 징역 3개월의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다. 법원은 선처의 뜻을 밝혔다. 그러나 반성은 길지 않았다.
지난달, 김 의원은 다시 자신의 SNS에 대통령과 대통령실 관계자를 겨냥한 음해성 글을 게시해 논란을 자초했다. 그리고 비판 기사를 쓴 기자를 상대로 명예훼손과 스토킹 혐의로 형사고소하고 1억 원의 손해배상 소송까지 제기했다.
유권자의 대표로서 시민의 세금으로 일하는 공인이 언론인을 상대로 ‘법의 칼’을 빼 든 것이다. 누구나 법적 권리를 행사할 자유가 있다. 그러나 ‘공적 지위에 있는 사람’에게는 그 자유보다 앞서는 덕목이 있다. 바로 공적 감수성과 절제다.
공인의 발언은 사회적 영향력을 동반하기 때문에 사적 감정이나 정치적 불만을 근거로 언론을 상대로 소송을 남발한다면 그것은 곧 표현의 자유를 위협하는 선례가 되고 언론에 자갈을 물리는 격이다.
김 의원 측은 “발언의 맥락이 왜곡됐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 ‘맥락’을 흐리게 만든 주체는 다름 아닌 본인이다. 공직자가 공개된 공간에 감정적인 언어를 던지는 순간 그것은 개인의 의견이 아니라 공인의 메시지로 기록된다.
그 결과가 사회적 논란이라면 책임 역시 무겁게 짊어져야 한다. 언론을 상대로 고소가 아니라는 말이다. 김 의원의 고소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실제 처벌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소 당한 일간지 기자는 김미나 의원의 발언을 그대로 인용했고 사회적 비판의 맥락에서 다뤄졌다는 점에서 공익성이 인정된다고 판단을 하고 있다. 다시 말해 법정에서 다툴 문제라기보다 정치적 윤리의 문제라고 시민들은 지적한다.
더 근본적인 질문은 이것이다. 왜 한 지방의원이 반복적으로 막말과 고소로만 주목받는가 라는 것이다. 의정활동보다 논란이 앞서고 사과보다 정쟁이 앞서는 행태는 지방정치의 신뢰를 스스로 무너뜨린다.
현재 창원시의 주요 현안 중 하나는 액화수소 플랜트 조성사업이다. 전국 최초의 수소산업 거점으로 주목받았지만 행정절차의 미비와 민원 대응 실패로 좌초 위기에 몰렸다.
얼마전 창원시가 대주단을 상대로 책임 소재가 시가 아니라는 소송을 했다가 1심에서 패소 판정을 받고 항소한 사실에 대해 김미나 시의원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수천억 원이 투입될 것으로 기대됐던 이 사업은 추진 과정의 불투명성, 예산 구조의 허점, 사업 기획의 책임 소재가 불분명한 채 표류 중이다. 매달 30억원이 넘는 이자가 대주단에게 지급되고 있고 있지 않은가?
마산인공섬과 관련한 이자 지급 금액도 4억원이 넘고 있다. 매월 34억원 가량의 시민의 혈세가 낭비되고 있다. 그 뿐만이 아니지 않은가?
시민들은 말한다. 더위와 싸우고 추위를 견디며 노동한 댓가로 꼬박꼬박 세금을 납부해오고 있으나 정작 창원시의 행정 잘못으로 헛되게 세금이 지급되고 있는 꼴이 참 가관이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시의회는 이 사업이 왜 실패했는지, 누가 기획했고 어떤 검토 과정을 거쳤는지 예산이 어떻게 소진됐는지를 명확히 따져 묻지 않았다.
정책 실패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라야 한다는 원칙이 사라진 것이다. 마산 인공섬 개발사업 역시 비슷하다. 애초 ‘해양관광 랜드마크’로 기획됐지만 환경영향평가와 예산 낭비 논란으로 중단되었다.
인공섬의 유지비용은 예산 대비 효익을 초과할 것이란 경고가 수차례 제기됐지만 이를 제대로 검증한 시의원은 드물었다. 빅트리 재 조성 사업도 결국은 시민의 세금이 투입되어야 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고 ‘맘스프리존’ 사업은 내부 구조가 아직 방향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누구하나 책임지는 주체가 없다는 것이다. 사업이 표류하면 행정은 절차상 문제와 잘못된 건설에 대해 책임지는 주체가 도대체 없다. 여기에 시의회도 정당의 이해관계로 책임 소재를 밝히는데 있어서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전임 시장에게 책임을 묻자니 같은 정당 소속이기에 조사위원회 구성도 못하고 있는 것이다. 누구의 눈치를 살피는지 시민은 알고 있다. 어찌됐건 결국은 시민만이 피해자가 되고 수백억 원의 예산은 공중으로 사라졌다.
지방 시의원이 왜 존재하는지 한숨만 나온다. 시민이 바란 것은 서민이 하루하루 살아가는데 필요한 일자리, 지역경제, 도로, 항만, 공단, 생활 SOC 문제 해결인데 의정의 초점은 중앙정치로 이동했다.
여기서 김미나 시의원에게 묻지 않을수 없다. 이런 지역문제에 정작 본인은 어떤 액션을 취했는지 알고 싶다. 또한 이같은 심각한 창원시의 문제에 시의원의로서 무엇을 했는지 말이다.
지역문제에서는 나서지 않다가 예민한 중앙정치 문제에 나선 이유가 무엇인지 묻고싶다. 이것은 김 의원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다. 창원시의회 다수 의원이 지역정치보다 중앙당의 기조에 예속되어 있는듯 하다.
공천권을 가진 중앙정치인 국회의원의 눈치를 보다 보니 정작 시민에 대한 책임은 뒤로 밀린다. 결국 지방의회는 중앙정치의 ‘하청기관’으로 전락한 것인지...
지방정치의 공백은 시민의 무관심을 낳고 그 무관심은 다시 책임 없는 정치를 키운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않는다면 창원시는 계속 같은 자리를 맴돌 것이다. 창원은 산업도시에서 첨단도시로 전환해야 하는 중대한 시점에 있다.
조선·기계 산업의 침체, 수소경제의 불확실성, 인구 감소와 청년 유출, 구도심의 공동화 등 복합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럴 때일수록 지방의원들은 정치나 행정 구호보다 실행으로 시민을 위해 일해야 하지 않는가?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수소경제특구’라는 간판은 화려했지만 산업 구조조정과 인력 재배치에 대한 구체적 로드맵은 없었다. ‘맘스프리존’도 상징성만 남았다. 창원시의회는 지난 10월 김 의원을 윤리특별위원회에 회부했다.
의회 안팎에서는 의원의 품격이 지역 정치의 수준을 결정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같은 실수를 되풀이한 공직자에게 필요한 것은 변명이나 법적 대응이 아니라 스스로를 돌아보는 성찰이다.
정치인은 늘 비판의 한가운데 서야 한다. 그것이 민주주의다. 언론의 지적이 불편하더라도 그 비판의 공간을 법적 공방으로 막으려는 순간 정치의 언어는 사라지고 권력의 언어만 남는다.
공인이 언론을 고소하는 행위는 자신을 지키는 방법일 수는 있어도 시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은 아니다.
지방 의회 정치는 오직 시민을 위한 수준높은 언어와 실천하는 행동, 공부하는 자세로 나가야 한다. 시의원의 발언도 도덕성과 품격이 담기지 않으면 남는 것은 불신뿐이다.
김미나 의원의 행보가 법의 심판으로 끝나든, 윤리특위의 징계로 이어지든, 이 사태는 우리 사회가 공직자의 언어를 얼마나 무겁게 다뤄야 하는지를 일깨운다.
공직자의 입은 공적 자산이다. 그것을 함부로 사용하는 순간 그 말은 결국 자신에게 되돌아온다.
이제 필요한 것은 법정의 승패가 아니다. 시민 앞에 진심으로 고개 숙이고 공인으로서 시민을 위해 최선을 다해 달라는 그것이다.
[스트레이트뉴스 김태양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