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관세·환율 불확실성에 ‘경고등’
신용카드·캐피탈 우려↑...증권업 수혜

김형석 한국신용평가 금융/구조화평가본부 본부장 발표. 무디스 웨비나 화면 캡처.
김형석 한국신용평가 금융/구조화평가본부 본부장 발표. 무디스 웨비나 화면 캡처.

국내외 신용평가사 전문가들은 “2026년에도 금리 인하 기대 약화, 미중 관세, 환율 등 다양한 불확실성 속에 업종별로 신용 리스크가 확대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비은행권에서 금리·정책 환경 변화에 실적과 건전성 압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입장이다.


◇ 금리 인하 기대 약화, 비은행권 조달부담 확대 


24일 오후 글로벌신용평가사 ‘무디스’는 한국신용평가와 함께 ‘변화하는 경제 환경 하의 회복력 구축’을 주제로 웨비나를 개최했다.

이날 스트레이트뉴스는 “2026년에도 이어질 미중 관세 전쟁, 금리 이슈, 환율 등 다양한 불확실성 중 어떠한 부분이 은행·비은행사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질문했다.

김형석 한국신용평가 금융/구조화평가본부 본부장은 “지금까지는 금리 인하가 이어져 왔기는 했지만, 여러 가지 측면을 고려할 때 금리 인하는 조만간 멈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금리에 민감한 업종인 카드사나 캐피탈사는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해야 영업을 할 수 있기 때문에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이런 구조적 요인들이 결국 기업 실적에 어떤 영향이나 충격을 줄지가 앞으로의 이슈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증권업 역시 대형사 중심으로 보험 자본 공급 기조를 강화하는 것이 (향후 증권사의) 큰 과제가 될 텐데, 모험 자본 또는 중소·중견기업들에 대한 자금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그러한 불확실성이 그 기업들 실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가 결국 수익성과 건전성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형석 본부장은 “시장 금리 인하 기대감이 약해지고, 가계부채는 부동산 시장과 연계돼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주식시장은 조정과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본부장은 “정부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구조조정, 가계부채 관리, 채무자 보호·회생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종별 영향에 대해 그는 “금리에 가장 민감한 업종은 캐피탈, 카드 등 여전사”라며 “최근 금리 인하 기대가 약화되면서 이들 업종의 조달금리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보험업종은 “부채의 시가 평가 부담이 완화돼 자본 비율 관리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가계여신 비중이 높은 신용카드는 부담이 크고, 캐피탈 역시 부정적 영향을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신규 보험 계약은 줄거나 해지 위험이 있고, 증권업은 투자 중개 수수료와 IB 부문 성장으로 가장 수혜를 볼 것”이라고도 설명했다.

이어 “부동산 PF 구조조정 정책으로 증권업은 위험이 상당 부분 해소됐지만, 캐피탈 업계는 여전히 리스크가 남아 있다”며 “카드사는 가계부채 관리 강화로 고수익 가계여신 취급이 제한되고, 채무자 도덕적 해이 우려도 있어 건전성 관리에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밸류업 프로그램과 상법 개정으로 자본 누적 속도가 늦어질 수 있으나, 현재로선 신용도에 큰 부담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업종별로는 “증권업은 투자은행(IB)·운용 부문 성장이 지속되고, 캐피탈사는 포트폴리오에 따라 실적이 갈릴 전망이며, 카드사는 연체율과 대손 부담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보험업에 대해선 “자본 비율 관리와 새로운 규제 도입이 주요 과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손정민 무디스 아시아태평양 금융 담당 애널리스트. 무디스 웨비나 화면.
손정민 무디스 아시아태평양 금융 담당 애널리스트. 무디스 웨비나 화면.

스트레이트뉴스의 같은 질문에 대해 손정민 무디스 아시아태평양 금융 담당 애널리스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2기 행정부의 관세 정책, 미중 무역 정책 관련 불확실성, 외환 변동성, 그리고 국내 산업계 성장과 관련된 부분들에 대해 예측하고 있는 확정적인 시나리오는 없다”며 “확실하지 않은 변수들이 많기 때문에, 이런 위험들이 실제로 은행 시스템에 얼마나 영향을 줄지 더 신경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리 인하의 경우에도 인하 시기나 횟수에 대한 기대감이 당초보다 약화된 부분이 있어, 은행 시스템의 건전성을 서포트하는 효과도 제한적일 것 같다”고 덧붙였다.

손정민 애널리스트는 “지정학적 리스크와 미국 관세 정책, 디지털 금융과 기술 혁신, 인구 구조 변화, 사모 신용 등 네 가지가 은행 시스템의 중기 전망을 결정한다”며, “관세 정책 불확실성, 외환 변동성, 저성장 환경은 은행 자산 건전성과 수익성에 부담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내 경제가 금리 인하와 반도체 수출 호조로 경기 반등이 기대되지만, 기업 대출 확대와 대손 비용 증가로 자본 적정성 압력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손 애널리스트는 “생산적·포용금융 정책 확대와 저금리 대출 기조가 은행의 건전성·수익성에 단기 부담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2026년 국내 은행 시스템 전망은 영업 환경, 자산 건전성, 자본 적정성 측면에서 모두 악화 가능성이 커 부정적”이라고 덧붙였다.


AI·데이터센터·방위산업, 장기 성장 동력 주목” 


션황 무디스 수석 애널리스트는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태평양 비금융기업의 신용도 전망은 대체로 안정적이며, 2026년에는 소폭의 수익 증가와 약간의 레버리지 감소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무역 불확실성이 계속되지만 내수·역내 수요 중심 기업이 많아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금리 인하와 현지 자본시장 성장, 프라이빗 크레딧 확대 등으로 기업의 자금조달 환경은 우호적”이라며 “AI 혁신 등 기술 전환이 장기적으로 불확실성이지만, 단기적으로는 반도체 등에서 기회 요인이 더 많다”고 밝혔다. 업종별로는 “한국 정유·화학 등 시황이 어려운 산업에서 등급 하향이 많지만, 전체적으로는 안정적 전망이 우세하다”고 설명했다.

션황 애널리스트는 “중국 기업과 관련해 정책적 지원과 하이테크 전환으로 전체 신용도는 안정적이지만, 부동산 경기 부진과 낮은 내수 성장률이 소비와 산업 전반에 계속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특히 부동산 분양물량 감소와 심리 악화로 관련 산업(철강·건자재 등)에도 부정적 영향이 지속된다”고 말했다.

그는 “화학업종은 공급과잉이 장기화돼 수익성이 계속 저조할 것으로 본다”며 “2022년 중반 이후 등급 하향이 잦았고, 추가 하락 가능성도 상당하다”고 밝혔다. “자동차 업종은 올해 중국·인도가 견인했지만, 내년엔 성장세가 둔화되고 마진(이익) 압박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유럽 업체들은 중국 내 점유율 하락으로 타격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 전기차 보조금 축소 등 정책 변화로 2026년까지 미국 전기차 시장의 침투율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며 “한국 배터리 업계도 공급과잉 심화가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AI 발전 시나리오에 따라 기업 간 신용도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고, 데이터센터 수요는 계속 성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션황 무디스 수석 애널리스트. 무디스 웨비나 화면.
션황 무디스 수석 애널리스트. 무디스 웨비나 화면.

권기혁 한국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 본부장은 “2024년과 올해 9월까지 신용등급 하락 기조가 이어졌고, 업종별로는 석유화학·건설 등에서 신용도 저하가 두드러졌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하반기 회사채 발행 시장은 자금 수요·공급이 원활했으나, 최근 한국은행 총재의 발언 이후 국채 금리가 오르고 있다”며 “통화정책이 금리·물가 외에 부동산, 환율 등 다양한 변수에 대응해야 하는 부담이 크다”고 설명했다.

권 본부장은 “대미 금리 역전, 성장률 역전, 높은 국내 유동성, 해외 증권 투자 증가 등으로 원화 약세가 장기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환율 상승은 수출기업에는 긍정적이지만, 내수와 투자를 위축시켜 전체 경제에는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수출은 반도체 호조로 전년 대비 증가했지만, 반도체를 제외하면 2025년 9월까지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하반기에는 관세 영향으로 수출에 부정적 영향이 더 커질 것으로 본다”고 진단했다. 민간소비에 대해서는 “재정지출 등으로 플러스로 돌아섰지만, 원화 약세·고령화 영향으로 성장세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권 본부장은 “중국의 내수 부진과 디플레이션, 미국의 물가·고용·국가부채 리스크, 국내외 수요 둔화 등으로 내년 기업 실적도 쉽지 않을 전망”이라며 “석유화학·정유·2차전지·철강 등은 수급 불균형과 글로벌 저성장 여파로 수익성 악화가 두드러졌고, 조선·반도체·방산은 업황 개선 덕분에 실적이 좋아졌다”고 밝혔다.

그는 “원화 약세가 계속될 경우 수출 비중이 큰 업종은 수혜를 볼 수 있지만, 전체 산업엔 불확실성이 크다”며 “특히 석유화학은 수요 부진과 공급 과잉의 이중고에 처해 있고, 신용등급의 향방은 산업 구조 개편 성과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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