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침체 속에서도 ESS 시장 중심 확대 박차
글로벌 공급망 다변화로 지정학 리스크 대응 강화
드론·로봇 등 신사업으로 전해액 적용 영역 확장
전해액 전문기업 엔켐이 산업 확장과 지정학 다변화, 기술 경쟁력을 앞세워 성장의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전기차 보조금 축소, 고금리 장기화, 완성차 업체의 투자 조정 등으로 글로벌 EV 수요가 예상보다 빠르게 둔화한 상황에서도 사업 구조를 다변화해 안정적 성장 기반을 다지겠다는 전략이다.
회사는 우선 전해액의 적용 범위를 전기차 중심에서 ESS(에너지저장장치), 드론, 산업·휴머노이드 로봇 등으로 확대하고 있다. 이는 단기적인 수요 변동에도 흔들리지 않는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이다.
26일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ESS 수요는 올해 약 160GWh에서 2030년 400GWh 수준으로 확대될 전망이며, 북미 데이터센터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안정적 전력 확보를 위한 ESS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엔켐은 이미 이러한 성장 흐름을 실적 확대로 연결하고 있다. 중국 소재 조장·장가항 공장에서는 ESS용 전해액 공급 비중이 3분기 누적 기준 약 70%에 달하며, 올해 상반기부터 본격 공급을 시작한 미국 시장에서도 매출 비중이 올해 10%, 2027년에는 20%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미국이 내년부터 중국산 ESS 제품에 고율 관세를 적용하는 ‘탈중국 공급망’ 정책을 강화함에 따라, LFP(리튬인산철) 기반 고객사를 확보한 엔켐의 수혜가 커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드론 분야에서는 고출력·고효율 전해액이 필수인 만큼, 유럽의 배터리 제조사와 공동연구 및 샘플 공급을 진행 중이다. 아울러 국내 방위산업 업체와 협력해 잠수함용 이차전지 전해액 조성 개발에도 참여하며 기술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지역 전략 측면에서도 엔켐은 인도와 동남아 등 신흥시장을 미래 핵심 거점으로 보고 공급망 확장을 추진 중이다. 인도는 정부의 ‘전기화·현지화’ 정책에 따라 배터리 수요가 급증하고 있으며, 이에 맞춰 현지 전해액 생산 능력을 확보하는 게 필수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폴란드와 헝가리 공장을 기반으로 현지 생산-공급-품질관리가 가능한 완결형 체계를 구축해 새로운 고객사 확보에 속도를 내는 중이다. 자국 내 배터리 공급망을 자립하려는 유럽의 정책 변화도 엔켐의 성장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북미·중국·한국 등 기존 주력 시장에서는 주요 고객사와의 관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도 신규 배터리셀 업체와 전동화 OEM 기업 발굴에 적극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북미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으로 배터리 소재의 현지 조달 비중이 높아지면서, 엔켐의 현지 생산기지가 중요한 경쟁 우위를 형성하고 있다.
EV 시장 부진이 이어지고 있지만, 업계는 재고 조정이 마무리되는 내년 하반기 이후 주요 고객사의 발주가 재개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엔켐은 이 시점을 새로운 성장 모멘텀으로 삼아 반등을 준비 중이다.
엔켐은 자사의 근본적인 경쟁력이 기술에 있다고 강조한다. 회사는 고안정성 ESS 전해액부터 NCM·LFP 기반 고출력 전해액, 전고체 및 반고체 전지용 특수 전해액, 나트륨이온 전해액, LMR(리튬망간리치)용 전해액 등 차세대 응용 제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아울러 관계사 TDL과 함께 전고체 배터리 소재부터 R-NMP 리사이클링까지 연결하는 순환경제형 밸류체인도 확립 중이다. 나트륨이온 배터리 분야에서는 국책과제 2건을 수행하며 기술적인 독립성을 강화하고 있다.
엔켐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이 일시적인 조정을 겪고 있지만 전동화 트렌드는 변함이 없다”며 “ESS와 드론 등 신산업과 신흥시장, 해외 신규 고객 확보를 지속 추진하고, 전고체·나트륨이온 등 차세대 분야에서의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곡선을 그리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