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으로 시작해 아리랑으로 마무리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군사분계선을 넘어온 지난달 27일 국군 전통의장대는 자유의집 앞에서 ‘아리랑’을 연주했다. 김정은을 북으로 환송하는 영상쇼 ‘하나의 봄’ 주제음악 또한 아리랑이었다.

남과 북이 만나는 자리에는 언제나 민족의 노래 아리랑이 있었다. 효시는 1953년 7월27일 판문점 휴전협정 현장이다. UN과 북측이 회의를 마치고 나오자 우리나라와 북의 군악대가 동시에 아리랑을 울려퍼뜨렸다. 

‘판문점 선언’을 낳은 남북정상회담이 ‘아리랑 통일’로 이어지리라는 기대감이 부풀고 있다. 아리랑도 남북분단 상태인 탓이다.

UNESCO 인류무형문화유산(인류 구전 및 무형 유산 걸작) 목록에는 아리랑이 둘이다. ‘아리랑, 한국의 서정민요’(2012)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아리랑 민요’(2014)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남과 북이 따로 등재한 아리랑을 통일, 공동등재하려는 운동에 힘이 실리게 됐다.  

이러한 공동 재등재 움직임을 북측이 외면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정치색 짙은 창작아리랑들을 배제한 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아리랑 민요’만을 UNESCO 인류무형문화유산 신청서에 기재했다는 점이 근거다.

‘아리랑, 한국의 서정민요’와 공동 재등재 가능성을 감안했으리라는 풀이다. 실제로 과거 김정은은 “아리랑과 씨름은 남북 간 협의가 필요하다”는 요지의 발언도 했다.

UNESCO도 공동 재등재를 반대할 까닭이 없다. 역사성이 동일한 무형문화유산은 해당 나라들끼리 함께 등재할 수 있다고 오히려 권고한다.

중국·몽골의 우르틴두(長歌), 북한·중국의 고구려 고분군(벽화), 중국·한국 등 7개국의 매 사냥 등 공동등재 보기는 적지 않다. 단, 각자 등재했다가 더불어 재등재하려는 문화유산은 아리랑이 처음이다. 

남과 북 공히 아리랑에 애정을 쏟고 있다. 아리랑 전승공동체가 50개 이상일 정도다. 이들 가운데 북측과 교류를 준비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아리랑 단체는 4곳이다.

한겨레아리랑연합회는 2002년 북의 ‘아리랑 축전’ 남측 관람자 모집을 위임 받았다. 그동안 ‘아리랑 전집’을 펴냈고, 유네스코 공동등재를 꾸준히 협의해 왔다. 올해는 강제징용 80주년을 기리는 제3회 ‘사할린 아리랑제’를 북과 공동개최하고자 사할린 동포단체들과 의논 중이다.

2012년 설립된 아리랑남북교류협의회는 남북 아리랑 합동공연을 준비해 왔다. 

아리랑전승자협의회는 북의 아리랑교류회와 대한민국 각 지역 한겨레아리랑연합회 회원단체 간 교류를 준비하고 있다. 

대한적십자사 총재를 지낸 고 이윤구 박사의 제의로 창립된 아리랑학회는북한의 아리랑 연구자들이 참석하는 남북 아리랑 학술대회를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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