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세 총리 말레이시아와 30세 총리 오스트리아
국제정치 밑바닥에서 일어나는 큰 변화 상징
FT "인구 고령화는 현실 안주 의미하지 않아"

말레이시아와 오스트리아는 지난 한 해 동안 세계에서 가장 놀라운 정치 변화를 보여줬다. 말레이시아는 92세의 마하티르 모하마드를 새로운 총리로 선택했고, 오스트리아는 이제 갓 30세가 넘은 제바스티안 쿠르츠를 최연소 총리에 앉혔다. 말레이시아 인구의 평균 연령이 28.5세, 오스트리아 인구의 평균 연령이 44세라는 점에서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다소 극단적인 케이스이지만 양국은 현재 국제정치의 저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와 향후 방향을 상징할 수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분석했다. 투자업체 유리존SLJ캐피털의 스티븐 옌 공동 최고정보책임자(CIO)는 FT에 "전 세계에서 거대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어느 한 지역에 국한되거나 이례적인 현상이 아니다. 인구 고령화는 현실 안주 혹은 만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오스트리아 뿐 아니라 선진국에서는 이상할 정도로 젊은 지도자들이 연이어 탄생했다. 엠마누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40)부터 재신더 아댄 뉴질랜드 총리(37), 리오 버라드커 아일랜드 총리(39), 카트린 야콥스토티르 아이슬란드 총리(42),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43),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46)에 이르기까지 30~40대 지도자들이 넘쳐난다.
반면 신흥국에서는 젊은 지도자를 찾기 힘들다. 마하티르 말레이시아 총리 뿐 아니라 미셸 테메르 브라질 대통령(77), 무함마두 부하리 나이지리아 대통령(75),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73),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67)까지 대부분 고령이다.
일부 예외가 있지만 연금수령자 비중이 높은 국가일 수록 지도자들이 젊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라고 FT는 설명했다. 옌 유리존SLJ캐피털 CIO는 이러한 연령 분산에 대해 세계화에 따른 노동 아비트리지(격차)의 결과물이라고 설명한다. 옌 CIO는 "글로벌라이제이션과 아웃소싱으로 다국적 기업들은 해외의 저임금 노동력을 활용했다. 이로 인해 서비스와 재화의 비용이 높은 고임금 지역에서 막대한 긴장감이 생겨났다"고 말했다.

가로축: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중, 세로축: 최고 지도자 연령
파란색-선진국, 빨간색-신흥국
선진국의 경우 노동자와 자본가 사이 심각한 긴장감이 생겨났다. 신흥국의 경우 다수가 기존 체제에 대해 큰 불만이 없지만, 선진국에서는 노동자들이 외곽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선진국에서 불안과 불만이 커졌고 심지어 노인층까지 변화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옌 CIO는 지적했다.
변화에 대한 욕망이 반(反) 체제의 젊은 지도자들을 낳은 것이다. 옌 CIO는 "많은 젊은 지도자들은 변화의 승리자이며 기존 체제의 틀에 얽매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71)의 경우 일종의 '늙은 반항아'라는 다소 드문 케이스라고 그는 설명했다.
신흥국의 경우 지난 20년 동안 세계화로 수혜를 입으며 기존 체제가 유지되며 나이가 많은 지도자들이 승승장구하고 있다. 옌 CIO는 "신흥국 국민들은 세계화의 혜택을 입었다. 과거 신흥국 노동자들이 공정한 대접을 받지 못했을 수도 있지만, 이제 글로벌라이제이션으로 인해 '모든 배들이 떠올랐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흥국에서는 더 많은 일자리가 생겨 났고 그럴 수록 배를 뒤집으려는 이들도 적어졌다.
물론 신흥국의 경우 기존 정치인들이 선거를 통제하는 등으로 인해 초보 정치인들이 부족할 수 밖에 없는 현실도 있다. 에르메스 투자운용의 실비아 달안젤로 시니어 이코노미스트는 이머징 마켓에 대해 "제도가 미약하거나 비민주적인 경향이 있어 통치자들이 늙어서도 집권권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경향은 아프리카에서 가장 두드러진다"며 "아프리카는 가장 젊은 인구에도 가장 오래된 통치자들이 군림한다"고 덧붙였다.
선진국에서 정치적 변화 요구는 결국 기존 경제정책 패러다임까지 바꿀 수 있다고 옌 CIO는 전망했다. 그는 "전 세계 많은 곳에서 재정 및 경제 분야와 사회 및 정치 분야의 거대한 간극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