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연합 당론은 시민 위에 서 있다

“한 도시만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국회의원이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를 위해 일하는 국회의원이 되겠다.” 경제시 신항만 개발사업에 반대해온 지역구 국회의원이자 여당 당협위원장인 진상필이 당원총회에서 목청을 높였다.

그러나 그는 당원 총투표에서 불신임을 받았고 위원장직에서 쫓겨났다. 수리조선소 해고자 출신으로 보궐선거에 당선되어 정치판에 뛰어든 진상필 의원에게 여의도는 매 고비마다 냉혹한 현실이다. 차기 총선에서 경제시 출마를 준비 중인 백도현 사무총장은 지역 유지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신항만 개발카드를 꺼내들었다. 청와대와의 교감 아래 추진되는 전형적인 토건사업은 막대한 개발이익을 소수 기득권자에게 가져다주지만, 자연환경은 파괴되고 농어민들은 대대로 일구었던 삶의 터전을 잃게 될 것이다.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거래 활성화정책이라며 여당은 찬성 당론을 정했지만 진상필 혼자 반대했다가 결국 윤리위원회에 회부된다. 믿을 것은 유권자 뿐, 지역구로 달려가 나 홀로 시작한 반대운동이 시민들의 진심에 닿더니 이윽고 진사모(진상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라는 든든한 응원군으로 발전해 나간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 중인 KBS 드라마 어셈블리의 한 장면이다.

이 드라마와 유사한 상황이 현실에서도 발생했다. 부천시는 새정치연합이 여당이다. 시정은 재선의 김만수 시장이 2010년부터 6년째 맡고 있다. 시의회도 정원 28명 의원 중 16명을 새정치연합이 차지하고 있으니 다수당인 새정치연합의 당론에 따라 웬만한 안건은 무사통과다. 그러나 최근 복합개발사업 문제로 제동이 걸렸다. 이에 화가 난 시의회 소속 새정치연합 의원 11명은 지난 1일 중앙당에 김정기 운영위원장과 우지영 비례대표 의원에 대한 징계청원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김정기·우지영 두 의원이 당론을 따르지 않아 관련 안건이 통과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 과정에서 징계지시를 내린 국회의원도 있다는 전언이다. 지방자치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다. 우 의원은 “시민의견을 수렴하는 공청회, 전문가 토론회 등의 절차를 마련하는 것이 먼저”라며 안건에 대한 보류 입장을 표시한 바 있다. 계속해서 당론에 맞섰던 진상필이 현실에서는 ‘징계청원서’로 나타난 것이다.

사건의 경과는 다음과 같다. 2013년 부천시의 재정자주도(일반회계의 세입 중 자체수입과 자주재원의 비율, 재정자주도가 높을수록 지방자치단체가 재량껏 사용할 수 있는 예산의 폭이 넓다)는 68%였다. 그러나 전반적인 부동산 경기 하락과 인구감소에 따라 금년에는 59.6%까지 급감했다. 부천시는 이를 보전하기 위해 시유재산 매각계획을 추진하고 아울러 20년 주민 숙원사업인 문예회관 건립사업도 이 과정에 포함되도록 한다고 밝혔다. 이렇게 해서 중동특별계획1구역 복합개발계획이 공개되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부천 진상, 우지영 의원이 앞장서서 자당 의원들과 뜻을 달리했다. 부천시 여당인 새정치연합의 당론은 ‘복합개발 매각승인’이었으나 그는 당론을 어기고 ‘시민들의 입장을 먼저 들어보자’며 개발에 유보적인 태도를 표시했다. 지난 7월 15일 본회의 반대토론에 나선 그는 “특혜, 담합, 개발, 민영화 등은 공공의 적이다.” 라며 발언을 이어갔다. 문제의 땅은 부천시청과 맞닿고 7호선 부천시청역이 지나며 상업지역 중 최고의 요지다. 그러나 부천시가 용역을 통해 제시한 계획서를 보면 초고층 난개발이 문제라는 점이다. 아파트가 최소 56~65층 4개동과 36층 규모의 호텔이 들어서고 부천필하모니 전용으로 의심되는 문예회관이 들어서도록 돼 있다. 우지영 의원은 김만수 부천시장의 비서팀장 출신이다. 노무현 재단 1기 장학생으로 선발돼 석사 과정도 밟았다. 마치 극중 진상필이 친청계의 공천을 받아 금배지를 달고도 주요 안건마다 주류와 의견을 달리하는 것이 흡사하다.

사진=부천시청

복합개발 매각 추진 이면에는 새정치연합 박병권 시의원이 있다. 지역신문 보도에 의하면 그는 개발지역에 3년 전 5억원 상당의 상가 4채를 취득했다가 올해 매각동의안 처리 직전 2채를 팔았다고 한다. 부동산 불경기 중임에도 그가 불로소득으로 벌어들인 돈은 3억5천만원, 무려 170%의 이익률이다. 개인 이권이 개입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기에 충분하다. 그는 또한 지난 5월 예결특위 위원장으로서 추경예산을 처리했는데, 복합개발 매각 안건이 승인되기 전이지만 해당 부지의 감정평가 예산 3억5천만 원을 증액 편성했다. 이에 따라 시민단체와 지역신문들은 이미 부천게이트로 부르기 시작했다.

부천시청의 설명대로 부천시의 재정상태는 정말 열악한가? 2015년 부천시의 재정자주도는 약 60%로 급감했다. 그런데 인구가 비슷한 이웃 경기도 도시들과 비교하면 크게 낙후하지도 않다. 수원 64%, 성남 70%, 안양 63% 안산 64%, 고양 60%, 남양주가 59% 등이다. 이들 도시도 부동산거래세 등 세입 격감에 따라 재정자주도 비율이 하락한 건 마찬가지다. 오히려 서울의 자치구들이 더 큰 문제다. 6개 자치구는 50%에도 채 못 미친다. 따라서 우지영 의원이 밝힌대로 “부천시가 재정악화를 겪는 건 사실이지만 후손들의 자산인 적금을 깨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재정악화를 이유로 시유지를 팔아서 해결하는 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이다.”라고 진단한 건 옳은 방향이다. 그의 말대로 우선 재정혁신부터 하고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모여 반쪽짜리 지방자치를 만든 중앙정부를 상대로 싸우는 것이 근본 해결책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설훈 의원이 개인 성명을 통해 ‘시민을 이기는 정치는 없다’며 서두르지 말고 단계별로 충분히 검토하고 수정 보완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했으니 그나마 안심이다. 지역신문은 ’설훈 의원은 당정협의 과정에서 논란이 되는 개발사업을 당론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보도했다. 부천시 자체 여론조사 결과 이번 안건에 대해 시민 76%가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설훈 의원의 자체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자신의 지역구 주민들 55.6%가 매각승인 건에 대해 ‘모른다’고 응답했다.

복합개발 매각은 시민의 재산 수천억원이 걸린 중대한 문제다. 개발사업 규모도 총1조5천억원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정작 부천시민들은 이 사실에 대해 대부분 모르거나 알더라도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다. 우지영 의원은 개인성명서에서 “당의 가치와 노선을 지키고자 시민과 소통하고 의견을 수렴하라는 것이 징계사유가 될 수 있는가”라고 언급했다. 그는 강제적 당론으로 압박해도 부천시민을 위해 지키고 싶은 가치는 재선의 배지가 아닌 공공성과 민주주의 수호라고 말한다.

어쩌면 어셈블리의 극중 진상필과 똑같다. 그는 부천 진상의원 우지영이다. 부천노사모, 부천시민연합, 부천YWCA 등 난개발저지 범시민대책위가 지난 8월 15일 새정치연합 중앙당을 찾아가 문재인 대표 등에게 반시민 반민주 반소통의 부천시장과 11명 부천시의원에 대한 항의서한을 전달한 바 있다. 최종 결정은 중앙당 몫이다. 4대강사업 등 온갖 토건비리를 비판해오던 새정치민주연합이 아니던가?

 

최 광 웅

참여정부 인사제도비서관
민주당 조직사무부총장
현 데이터정치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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