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도 과학이다.

13일 안철수 의원이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했다. 야권 지지자는 물론이고 정치전문가조차도 온통 야권 분열론과 안철수 책임론뿐이다. 모든 선거에서 분열이면 곧 패배인가? 상식은 단결이 승리를 담보하지만 역대 선거데이터를 살펴보면 적지 않은 사례가 반대로 나타나고 있다.
대통령선거는 선거구가 단 1개뿐이고 정치적 이해가 첨예하게 충돌하므로 13대 직선제 대통령선거 부활 이후 분열은 곧 패배로 나타나기도 했다. 1987년 대선에서 양김이 55%의 득표율을 올리고도 36.6%에 그친 노태우 후보에게 패한 이유는 분열 때문이었다. 1997년 대선 때도 이회창 후보의 패인은 무려 19.2%를 득표한 이인제 후보의 독자출마를 막지 못한 탓이 가장 컸다. 그러나 반대의 경우도 만만치 않다. 2002년 대선의 경우, 노무현 대통령은 민주노동당의 권영길 후보가 무려 95만표(3.9%)를 잠식하는 가운데에서도 간신히 57만표(2.23%) 차이로 신승했다. 지난 2012년 18대 대선은 민주진보연대와 함께 중도성향의 안철수 후보까지 가세한 후보단일화로 1971년 이후 41년 만의 1 대 1 구도가 만들어졌지만 문재인 후보는 승리를 거머쥐지 못했다.
구도, 지역, 인물, 이슈 등 다양한 변수가 지배하는 총선과 지방선거의 경우에는 더욱 많은 경우 분열 곧 패배가 아니었다.
1988년 13대 총선 개표결과는 최초의 여소야대였다. 게다가 평민당과 통일민주당의 합계의석은 129석으로 민정당의 125석을 앞섰다.
1992년 14대 총선 당시 야권통합으로 나선 민주당은 75석에서 97석으로 약진했지만 독자적인 거대여당 민자당 견제능력이 없었다. 그러나 대구, 강원, 충청, 경·남북 등 민주당 취약지역을 중심으로 24명의 지역구 당선자를 배출한 중도성향 통일국민당의 출현 때문에 민자당 과반수가 저지됐다.
1996년 15대 총선은 여야 모두의 분열 속에 치러졌다. 그러나 개표결과는 또 다시 신한국당의 139석, 과반수에서 11석 미달로 여소야대였다. 충청-TK연합정당 자민련의 50석 획득이 결정적이었다. 그리고 국민회의와 통합민주당은 수도권에서 34석을 얻어 정확하게 14대 의석을 현상 유지했다. (수도권 야권 참패는 사실과 다르게 알려져 있다)
민주진영이 집권당으로 치른 두 번의 총선은 그때마다 개표결과가 달랐다. 2000년 16대 총선은 새천년민주당 115석, 한나라당 133석으로 여당이 승리하지 못했다. 야권분열로 민국당이 출현했으나 변수가 되지 못했고, 공동여당인 자민련은 교섭단체에도 미달한 17석에 그쳤다.
2004년 17대 총선은 열린우리당이 분당으로 임했고 진보정당과도 연대를 하지 않았으나 최초의 단독 과반수를 획득했다.
2008년 총선은 사상 최대의 표차가 벌어진 대선 직후 치러진 선거여서 통합된 통합민주당은 원내투쟁의 교두보 확보에 만족해야 했다.
2012년 대선은 최초의 민주진보연대로 자유선진당 강세지역인 대전·충남을 제외하고 1 대 1 구도를 만들었다. 그러나 개표결과는 정당투표 득표율 합계에서 46.75%에서 42.8%로 앞선 민주진보진영이 새누리당에게 과반수 의석을 허용하고 말았다.
이상 역대 총선 선거데이터를 분석해보면 1 대 1 구도가 반드시 야당에게 유리한 것이 아님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지방선거에서도 마찬가지이다.
2014년 지방선거 당시 강원도 정당투표 득표율은 새정치민주연합이 새누리당에 무려 23.8%나 뒤지고 통합진보당 후보까지 출마한 상태였다. 그러나 새정치민주연합 최문순 강원지사는 재선도전에 성공한다. 마찬가지로 정당투표 득표율에서 14.5% 지고 통합진보당 후보가 표를 잠식한 충북지사 선거에서 이시종 지사도 재선고지를 넘어섰다. 권선택 후보는 통합진보당과 정의당 후보가 모두 출마했지만 20년 만에 처음으로 대전시장에 당선됐다.
이와 반면에 경기도의 경우, 새누리당 정당투표 득표율이 47.6%에 그치고 통합진보당 백현종 후보의 막판 사퇴로 1 대 1 구도가 만들어졌지만 새정치민주연합 김진표 후보는 패배했다. 역시 부산에서도 통합진보당 고창권 후보의 사퇴로 1 대 1 구도를 만든 오거돈 후보가 당선되지 못했다.
그동안 6번의 지방선거 중 3번은 야당의 승리였다. 지역적으로 대표적인 스윙보터인 충청권이 야당에 투표하면 야당이 승리하고 그렇지 않으면 패배했다. 1995년과 1998년 지방선거는 자민련이 대전 및 충남·북을 차지하면서 야권이 승리했다. 2010년 지방선거는 자유선진당이 대전을 승리했고, 민주당이 충남북을 차지했다. 이는 출향 충청인들이 가장 많이 모여 사는 인천까지 영향을 미쳤고 민주당이 인천을 승리하는데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한편 2002년 정몽준 대선 후보의 후보직 사퇴 이후, 지역에 기반 하지 않은 제3세력은 사실상 사라져버린 상태이다. 2007년 대선 득표율 15.1%, 2008년 총선 18석, 2010년 광역단체장 1석, 2012년 총선 5석 등으로 꾸준히 유지돼온 충청권 정당도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에 흡수·합당됨으로써 완전히 소멸되었다. 이제 진보정당을 제외하고 제3세력은 전무한 상태이다.
역대 선거데이터를 살펴보면 제3세력은 이념적으로는 중도성향, 지역적으로는 충청권 등 중부권을 중심으로 세력을 확장해왔다. 그러므로 야권보다는 여권에게 훨씬 더 타격이 컸다. 그 세력들의 결말을 보면 더욱 확연히 알 수가 있다. 통일국민당은 민자당에 흡수됐다. 이인제 세력은 자유선진당을 거쳐 결국 현 여권의 품에 안겼다. 자민련의 후신도 2001년 DJP 공조 파기 후 한나라당에 투항했다. 정몽준 의원도 지금은 새누리당에 되돌아갔다. 이렇듯 보수정당은 제3세력의 독자세력화가 불리하므로 끊임없이 자신에게 유리한 구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 이렇듯 불리한 다자 구도를 해소하기 위해 제3세력을 끊임없이 포섭해온 쪽은 오히려 보수정당인 것이다. 명분 없는 소선거구제를 유지하고 비례대표제를 축소함으로써 인위적 양당체제 유지를 서슴지 않는 집단이 바로 보수정당이다.
역사적 교훈은 다자 구도가 야권필패 구도가 아니라는 것이다. 중도 확장이 야권에게는 오히려 기회일 수도 있다. 제발 ‘과학’이 아닌 ‘선입견’만 가지고 정치를 논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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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광 웅
참여정부 인사제도비서관
현 데이터정치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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