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의 2016년은? ‘경세’보다 ‘제민’을
「2016년 세계경제의 키는 미국보다 중국에 있어」
「심화되는 중국 부진의 여파, 탈출구 찾기 어려워」
「내수 활성화의 핵심은 중소기업 활성화 및 생산가능인구 늘이기」
「이제는 경제 대신 경세제민을 고민해야 할 때」
2016년, 세계경제는 작년보다 더 어려운 쪽으로 움직일까, 회복의 조짐을 보일까? 세계경제를 주도하는 미국과 중국, 그리고 불황의 늪에 빠져들고 있는 몇몇 신흥국들을 중심으로 올해 세계경제의 방향성을 예측하고, 우리 경제가 주안점을 두고 추진해야 할 사안들을 짚어본다.
G1(미국) : So So...
미국, 의심할 여지없이 세계경제의 흐름을 주도하는 국가다. 2016년 미국 경제에 대한 시장의 전반적 예측은 ‘So So(그저 그렇다)’다.
지난해 말,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를 0.25% 포인트 올렸지만, 시장에 주는 충격은 무시해도 좋을 정도로 미미했다. 이유는 옐런 FRB 의장이 꽤 오랫동안 금리 인상 가능성을 흘렸기에 시장이 기간을 두고 천천히 선반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올해 미국 경제가 괄목할 정도로 활성화되리라는 기대를 가질 수 있게 하는 전망은 별로 없는 반면, 잠재적 리스크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혹 경기가 호전된다 해도 옐런 FRB 의장이 지금까지 꾸려왔던 정책에 비추어 볼 때, 급작스러운 금리 인상도 없을 전망이다. 게다가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해이니, 루즈벨트 전 대통령의 뉴딜 같은 ‘과감한 정책적 도전’ 역시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거시적인 맥락에서 볼 때, 세계경제의 궁극적 영향력이 미국의 수출입과 내수에 있는 현실은 여전하지만, 위의 몇 가지 정황으로 유추하건대, 미국의 경제상황이 올해 세계경제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올해 세계경제의 키는 역시 G2, 즉 중국의 경제상황에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판단해 본다.
G2(중국) : 봉황열반 욕화중생
봉황열반 욕화중생鳳凰涅槃 浴化重生, 봉황이 스스로를 불사르고 더욱 강하게 부활한다는 뜻이다. 마치 아라비아 사막에서 500년마다 한 번씩 스스로 몸을 불태워 죽은 다음, 재속에서 다시 태어난다는 불사조phoenix를 연상케 하는 말이다. 이 말은 시진핑 국가주석이 중국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만천하에 공표하는 일성이었다.
중국이 미국 주도의 글로벌 분업체제에 적극적으로 뛰어든 지 20여년, 그동안 중국 경제가 걸어온 여정을 반추해 보면, 시진핑 주석의 자신감은 충분히 수긍할 만하다.

그러나 재작년과 작년을 거치면서 승승장구하던 중국 경제가 꼬이기 시작했다. 피천득 시인이 「수필」에서 언급했던 ‘한동안 붓두껍을 덮어놓아야’ 할 때처럼, 그동안 성장을 주도했던 국가 비즈니스 모델의 여력이 임계치에 접근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제조 부문에서 세계의 엔진 역할을 했던 수많은 노동집약적 설비들에는 ‘과잉 overabundance’이라는 딱지가 붙었고, 둔화된 세계경기로 인해 주인을 찾지 못한 반제품과 완제품이 창고마다 그득하다. 거기에 잉여 노동력도 넘쳐난다.
급기야 2016년 새해 첫날부터 중국 증시는 6% 넘게 빠지는 ‘블랙 먼데이’를 연출하면서 ‘서킷 브레이커circuit braker’까지 발동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제 패널들은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6% 선에 머물 것으로 보고 있다.
3% 성장도 버거운 우리로서는 꽤 괜찮은 수치 아닌가 싶을 수 있다. 그러나 전혀 그렇지 않다. 가장 큰 문제인 실업이 중국의 목을 조르고 있기 때문이다.
2008년 2분기까지 꾸준히 두 자릿수를 구가하던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골드만 삭스, 모건 스탠리, 메릴린치에 이어 세계 4위의 IB(투자은행)이던 리먼브라더스가 6,000억 달러(약 697조 원)의 부채를 떠안고 무너진 3분기에 9%로, 4분기에는 6.8%로, 그리고 2009년 1분기에는 6.2%로 떨어졌다. 그리고 메릴린치에 따르면, 당시 제조업체가 몰려 있던 중국 동부 연안 공단지역에서 2,000만 명에 가까운 근로자들이 직업을 잃어야 했다.

실업자 2,000만 명이란, 어떤 의미일까? 통계청이 발표한 ‘장래인구추계(2016.1.3)’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생산가능인구(만 15~64세)는 올해 3,700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2018년부터 본격적인 하락세로 접어들 전망이다. 2,000만 명이 얼마나 어마어마한 숫자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경제위기가 터지자마자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실업자가 된 이유는 경기변동에 매우 취약한 경제구조에서 찾을 수 있다. 그동안 경제구조는 크게 바뀐 게 없고, 그러니 실업률이 중국의 경제성장률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정책 당국자들도 그 사실을 명확히 인지하고 있으며, 그렇게 때문에 실업률을 감안하면 최소한 7%는 성장해야 한다(이 수치의 중요성에 대해 한국 언론들은 간과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를 포함, 전 세계 경제학 분야 석학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미니멈 수치다). 그게 시쳇말로 ‘똔똔’이 되는 성장률이다.
심화되는 중국 부진의 여파
올해 최소한에도 미치지 못하는 6%의 성장률이 예견되고, 지난 몇 년 동안 실질적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해온 중국 경제 탓에, 세계 경제는 재작년부터 곳곳에서 뚫린 구멍 때문에 비명을 질러왔다.
맨 먼저 구멍이 뚫린 곳은 원자재 시장이었다. 2004년 무렵, 중국의 고도성장을 예견한 전 세계 광산업자 및 투자자들은 철광석 광산, 구리 광산 등 수많은 광산 개발에 앞 다투어 나섰으며, 산유국들의 검은 펌프는 ‘더 많이, 더 많이’를 외치며 쉴 사이 없이 거친 호흡을 뱉어냈다. 특히 지난 6년간 미국까지 ‘원유 100% 증산’으로 산유국들의 증산에 가세하면서 ‘원자재 과잉 대란’을 부채질했다.
오늘날, 그 결과는 참담한 현실로 세계인의 코앞에 다가와 있다. 세계 최대의 원유 수출국인 베네수엘라를 비롯, 인도, 브라질, 인도네시아, 미국의 알래스카 등지는 심리적 마지노선인 배럴당 40달러를 뚫고 아래로 처박히고 있는 유가 때문에 모라토리엄까지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현재 사우디아라비아를 위시한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과 러시아, 미국, 캐나다는 감산할 생각이 없고, 이란까지 증산에 가세할 태세다. 더군다나 미국의 셰일가스협회는 생산성 향상과 비용절감에 큰 성공을 거두며 OPEC을 압박하고 있다. 철광석, 구리 등을 생산하던 광산에 찬서리가 내린 건 이미 오래전 일이다. 따라서 올해 원자재 수출국들이 걱정해야 할 가장 시급한 문제는 ‘재정위기’다.
물론 중동의 산유국들은 아직 버틸 여력이 있다. 파이낸셜타임즈FT에 의하면,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요 산유국들이 저유가로 재정에 압박을 받기 시작한 것은 사실이지만, 적절한 대책을 강구하는 데 향후 최소 3년의 기간을 쓸 수 있다.
문제는 개발도상국들, 특히 그중에서도 원자재와 원유에 지나치게 의존한 나머지 그동안 경제구조 다변화에 소홀했던 신흥국들이다. 철광석과 구리는 말할 것도 없고, 배럴당 140달러를 받던 석유가 졸지에 37달러까지 떨어졌으니, 나라 전체에 돈이 씨가 마른 것은 자명한 이치.

중국이 실질적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소비할 시장이 세계적으로 부족한 현실이 이어질 것으로 예측되는 현실에서, 무슨 돈이 있어 수입을 할 것이며, 무슨 돈으로 국가부채의 이자를 감당해 낼 것인가. 신흥국들이 수입을 할 수 없으니 가뜩이나 줄어든 소비시장이 더 위축될 것이며, 이자 낼 돈을 어디선가 또 빌려야 하니 그야말로 첩첩산중이고 설상가상이다.
지금 중국은...
지난해 열렸던 중국공산당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지방부채에 대한 연구보고서가 발표되었다. 발표에 따르면, 급여 중 90%가량을 지급하지 못한 산시성陝西省을 비롯, 일부 지방정부가 사실상 모라토리엄 상태에 처해 있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지방정부가 지고 있는 총부채가 2014년에 이미 15조4천 억 위안(2,770조 원, 금리 7%~20%)이었으며, 지금도 지속적인 증가 추세에 있다고 보도했다.
2,770조 원이면... 우리나라 내년 예산이 386조 원이니 대충 계산해도 일곱 배 하고도 68조 원이 남는 초거액이다. 그뿐인가, 올해 실질적인 성장률도 마이너스를 기록할 예정이니, 부채는 지속적으로 쌓여만 갈 테고...
중국의 고도성장이라는 잔치는 이처럼 끝을 향해 치닫고 있으며, 어느 사이엔가 중국이 뱉어내는 “하오하오好好”에 취했다가, 다시 중국이 쏟아내는 “부不”에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는 처지가 되고 만 세계는, 중국이 또 한 번의 봉황열반 욕화중생鳳凰涅槃 浴化重生을 외쳐주기를 강력하게 바라고 있다.
한국경제의 2016년은?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후보자가 서면으로 밝힌 3기 경제팀 정책 방향 중에 눈이 가는 부분이 있다.
공공기관 부채에 대해 외화채 비중이 높은 석유공사, 가스공사, 광물공사 등을 중심으로 관리를 강화하고, 국채시장 선진화를 통해 재무위험을 관리하는 등 재정건전성을 키우겠다고 한 부분이다.
그는 작년 3분기 말 기준, 1,166조 원을 기록한 가계부채에 대해 ‘관리가 가능한 수준’이라 했다. 이것저것 다 빼고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40%를 넘어선 국가부채 비율 역시 현 수준에서 관리하면 된다고 했다.

그러나 일반 정부부채(D2)에서 뭘 빼느니 공공부문 부채(D3)에 내부거래를 합산하느니 마느니 따질 것 없이, 가계부채 1,166조 원에 공공부채 1,000조 원을 더한 2,166조 원, 중국 지방정부의 부채 규모 2,770조 원에 비추어 볼 때, 이게 정말로 관리 가능한 수준일까?
지금으로서는 이제 막 경제팀 수장이 되려는 사람의 말이니 일단은 믿어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의 말이 현실화되기에는 우리 정부의 행태가 너무도 졸렬하다. 미국이건 중국이건 어디서건, 리스크는 느닷없이 다가올 수 있다. 특히 수출 의존도가 매우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그동안 느닷없는 위기에 ‘탈탈’ 털리기 일쑤였던 것이 사실이다.
이런 리스크 친화적(?) 경제시스템을 바꾸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경제의 ‘경’자만 아는 사람이라도 가장 핵심적인 사안이 ‘내수 활성화’라는 걸 안다. 그러려면 두 가지가 충족되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중소기업 활성화’,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생산가능인구 늘이기’다.
큰 기대는 하려야 도무지 할 마음이 나지 않고, 3기 경제팀이 바라는 대로 해줄 마음을 낼 것 같지도 않지만, 부탁이라도 해놓아야겠다, 싶다.
먼저 현재 운용되고 있는 대기업 위주의 경제 정책을 중소기업들도 큰 폭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대폭 확대해주기 바란다.
다음으로 2018년에 우리 노동계가 마주쳐야 할 현실인 ‘인구절벽’을 해결할 정책을 서둘러 시행해주기 바란다. 인구절벽 현상을 타개하는 데 가장 빠른 길은 생산가능인구를 늘이는 것이며, 그것을 현실화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출산율을 올리는 것뿐이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유아보육대란이 눈앞에 다가와 있는 실정이다. 가정마다 차이가 있겠으나, 가뜩이나 어려운 살림에 최소 20여만 원에서 최대 70여만 원까지 더 내야만 아이들을 유치원에 보낼 수 있다니... 날만 샜다 하면 ‘무상보육’이니 ‘어머니의 마음’이니 하며 떠들어댔던 대통령이 그 짧은 기간 동안 중증 치매에 걸리지 않았고서야 어떻게 이처럼 새까맣게 잊어버릴 수 있는가!

경제經濟는 ‘세상과 나라를 다스리고 백성을 구제한다’는 의미를 가진 경세제민經世濟民의 줄임말이다. 그러나 한국에서 경제의 의미가 ‘오로지 돈’으로 전락하고, 그 돈을 위한 ‘다스림’만 남은 것은 이미 오래전 일이다.
어려움에 빠진 백성을 돕는 ‘구제’는 도대체 어느 작자의 호주머니로 사라져버렸기에, 꼬맹이들 보육부터 아이들 밥 먹이는 일, 노인들 수발하는 일까지 이다지도 힘이 들어야 한단 말인가! 우리네 어머니들이 플래카드를 들고 악바리처럼 쳐대는 몸부림이 그렇게도 보이지 않는단 말인가!
2016년 새해는 ‘경세’보다 ‘제민’을 더 많이 생각하는 정치의 시작점이 되기를, 그래서 백성을 경제적 어려움에 빠뜨려온 뻔뻔한 거짓과 구태들을 씻어내고 한 사람이라도 더 구제하는, 그런 날들이 되었으면 하고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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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현 두마음행복연구소 소장, 인문작가, 강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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