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 경제활성화법안과 노동법안은 대국민 기망법안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니... 아직도?」
「경제민주화 없는 창조경제는 허구」
「이제 비난의 초점을 국민에게 돌리고 대책을 숙려해야 할 때」
대통령의 이번 대국민 담화가 왜 대국민 기망인지 살펴보는 두 번째 시간, 오늘의 테마는 경제와 노동이다.
창조경제 허구
먼저, 박근혜 대통령의 언급부터 들어보자.
“우리 경제 곳곳의 상처가 더 깊어지기 전에 선제적인 구조개혁을 통해 경제 체질을 튼튼하게 하고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야 합니다.”
실소를 금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선제적인’이라는 말이다. 아직도 찾고 있다니... 이명박 정권 5년에 박 대통령 자신의 재임 3년간 도대체 무엇을 했기에 아직도 찾고 있단 말인가?
지난 대선에서 경제를 살리기 위해 그가 내걸었던 케치프레이즈는 경제민주화에 이은 창조경제였다. 그러나 창조경제는 경제민주화를 이끌 수장으로 영입했던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을 토사구팽시킴과 동시에 대책 없는 구호로 전락하고 말았다.

지난 3년간 주창해왔던 창조경제는 허구임이 드러났다. 그렇지 않아도 자화자찬 일색이라는 악평을 듣고 있는 담화 내용 중 창조경제를 언급한 부분이 단 한 곳뿐인 게 단적인 증거다. IMF와 OECD의 성장전략 평가를 들먹이며 ‘17개 창조경제혁신센터를 통해 성과를 나타내기 시작한 창조경제...’라고 말한 부분이다.
경제민주화를 토대로 창조경제를 구현하겠다고 했지만, 경제가 전혀 민주화되지 않았으니 무슨 수로 그 다음 정책이 실현될 수 있었겠는가. 경제민주화를 배제한 경제정책은 제반 경제법안의 통과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나하나 따져보자.
경제활성화법 기망: 기업활력제고특별법
경제와 관련, 문제가 되는 법안은 기업활력제고특별법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다. 먼저 기업활력제고특별법부터 살펴보자. 이 법안은 공급과잉 업종에서 기업간 인수・합병을 쉽게 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다.

그러나 이 법안은 대기업의 경영권 승계에 악용될 소지가 있고, 소액주주의 권리가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에 휩싸여 있다. 여야가 이 법안을 들고 대화 테이블에 앉았을 때, 야당은 당초 61개 대기업집단을 모두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맞섰다. 그러나 여당의 강경한 입장에 10대 대기업만 포함하는 쪽으로 대폭 양보했다.
하지만 정부・여당은 그마저도 수용하기를 거부한 채 국민들을 향한 호소로 일관하고 있다. 10대 대기업이 이 법안의 주요한 수혜자임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이는 경제민주화가 구현되지 않았기 때문에 드러나는 현상이다. 대국민 기망이다.
경제활성화법 기망: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다음으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서비스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규제를 완화하고 R&D 자금지원, 특성화 교육 등을 추진하는 법안이다. 그런데 이 법안은 의료 부문 영리화를 밀어붙이는 법안이라는 의심을 사고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이 법안에 따른 주요정책과 계획, 관련 사항을 심의・조정하기 위해 기획재정부 산하에 서비스산업선진화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한 조항을 우려하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모든 서비스산업과 관련, 막강한 권한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각 부처의 고유권한이 무력화된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 문제 역시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이미 청와대에서 만나 토의한 적이 있다. 지난 3월의 이야기다. 당시 여야 대표와 대통령은 보건의료 부문을 제외하는 조건으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통과시키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현재 정부・여당은 마치 개그콘서트에서나 볼 법하게 “그건 난 모르겠고...”를 외치며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그런 뻔뻔한 뒤집기를 할 수 있는 배경에는 “국민들은 등신이고...”라는 생각, “보건의료의 영리화가 이 법안의 핵심이다”라는 생각이 있는 것 아닌가. 이 역시 경제민주화가 구현되지 않았기 때문에 드러나는 현상임에 틀림없다. 대국민 기망이다.
고통스러운 노동법안: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법
정부・여당이 입안한 5개 노동법안 중 문제가 되는 것은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법’과 ‘파견근로자보호법’이다.
기간제법은 이미 2007년부터 시행되고 있는데, 기간제 근로자의 사용 기간을 2년으로 제한하고, 2년 이상 고용할 경우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을 의무화한 법안이다.
그런데 이번에 제출된 법안은 2년 이상 고용할 경우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내용을 백지화하고 비정규직 연수를 4년으로 늘여놓았다. 노동을 최소한으로 보호할 수 있는 법적 장치를 또 다른 법적 장치로 말살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가뜩이나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노동계에 비정규직만 더 늘어나게 할 뿐인 이런 법안이야말로 ‘친기업 노동자 피폐화’ 정책의 대표적 케이스 아닌가. 그런데도 박 대통령은 담화에서 어떻게 말했는가.
“기간제 법안은 비정규직의 고용안정을 위한 ‘비정규직 고용안정법’입니다. 현재는 비정규직으로 2년이 지난 분들이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않으면 당장 고용불안에 떨게 됩니다. 그래서 비정규직 고용안정법에서는 비정규직이 원하는 경우 같은 직장에서 계속 일할 수 있도록 근로자에게 선택권을 부여하여 고용안정을 도모하려는 것입니다.”
2년이 지난 이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을 의무화한 법안을 2년 더 늘이기로 했다는 내용은 어디에도 없다. 더군다나 이 말의 전제는 ‘2년이 지난 분들이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않으면’이다.
그걸 방지하기 위해 지금까지 기간제법이 시행되어 오지 않았던가! 그런데도 법을 지키려는 의지는 어느 구석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기업이 2년을 경과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적절한 규제를 가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도 기업이 좋아할 만한 법을 새로 만들기 위해 국민 기망에 몰두하는 정부라니! 경제민주화가 허공으로 사라져버린 자리에 태동한 경제독재화다. 대국민 기망이다.
고통스러운 노동법안: 파견법
다음으로 파견법. 지금까지 시행되고 있는 파견법은 32개 업종, 192개 직종으로 제한하고 있다. 콜센터, 청소노동자, 경비원, 급식업체 직원 등이 해당되며, 금형이나 주조, 용접 등 생산라인과 관련된 직종은 제외하고 있다.
이번에 제출된 파견법은 생산라인 직종까지 파견법에 포함시키자는 것이다. 어떻게 될까?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등 대기업 생산라인에서 근무하는 정규직 노동자는 언제든 파견 근로자로 대체될 수 있다. 그리고 앞서 본 기간제법을 적용해 2년이 지난 후에 2년 더 할 수 있을 뿐이다. 그 다음은? 개인의 ‘생활 절벽’이 기다리고 있다.
이 법안이 탄생된 배경으로 유추할 만한 사건이 하나 있다. 대법원이 현대자동차에 파견된 노동자들을 불법파견으로 확정한 판결이다. 만일 정부・여당의 파견법이 통과된다면 대법원의 확정 판결은 그야말로 무용지물이 되는 셈이며, 현대자동차의 생산라인은 정규직 대신 파견 근로자로 채워질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비단 현대자동차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모든 생산라인에는 값싸고 마음대로 자를 수 있는 파견 근로자들로 득시글거릴 것이다.
그런데 박 대통령은 이 법안을 어떻게 묘사하고 있는가.
“파견법은 재취업이 어려운 중장년에게 일자리 기회를 확대하기 위한 ‘중장년 일자리법’이며, 어려운 중소기업을 돕는 법이기도 합니다.”
입법, 사법, 행정이 엄격히 분리된 시스템을 민주주의라 부를 수 있을진대, 행정이 이처럼 입법을 동원해 사법을 무력화해도 괜찮단 말인가?
비정규직 양산법을 중장년 일자리법이라고 주장하다니, 노동자들을 모두 비정규직으로 만들기라도 할 참인가? 국민들 앞에서 어떻게 이토록 뻔뻔할 수 있을까. 그 배경에 깔려 있는 생각 역시 “국민들은 등신이고...”라는 생각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 역시 경제민주화가 구현되지 않았기 때문에 드러나는 현상이다. 대국민 기망이다.
노사정대타협 기망
먼저, 박 대통령의 관련 담화 내용부터 살펴보자.
“국민 여러분, 엊그제 한국노총은 노사정 합의가 파탄 났다며 노사정 합의를 파기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9・15 노사정 대타협은 일자리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노사정의 고통분담 실천선언이자, 국민과의 약속입니다. 그러한 국민과의 약속은 일방적으로 파기할 수 없는 것입니다. 어려움이 있으면 대화와 타협으로 풀어가야 합니다.”

그간의 타협 과정을 구구절절 얘기하기는 어려우니, 비유를 들어보자. 저녁으로 라면을 먹는 것이 좋겠다는 A와 우동을 먹는 것이 좋겠다는 B가 협의를 시작한다. 아빠가 지켜보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라면이냐 우동이냐다.
A는 라면을 먹되, 우동에 들어가는 다시마를 라면에 넣는 것을 제안하고, B는 라면만 자꾸 먹어 싫증이 난다며 우동을 고집한다. 우동에 라면 스프를 아주 약간 넣을 순 있다면서...
그런데 A는 머리를 짜내 배가 고프다고 우기며 5분 후에 다시 협의하기를 제안하고, A와 B는 그 협의안에 합의한다. 합의한 내용은 당연히 라면도 아니고 우동도 아니다. 다시 얘기해보자는 것일 뿐이다.
그러나 A는 1분 후에 배가 고프다고 징징거리고, 2분 후에는 라면이 맛있다고 짜고, 3분 후에는 배고픈 아빠를 바라보며 라면으로 결정한 것으로 하면 어떻겠냐고 읍소한다. 협의할 생각은 안 하고 분위기를 자기 쪽으로 몰아가기만 하는 A를 보다 못한 B는 협의하기로 한 합의를 깰 수밖에 없다고 소리친다.
그때, A는 B가 아닌 아빠를 향해 이렇게 말한다. “아빠, B가 합의를 파기한대요. 아빠, 배고프죠? 저녁 좀 먹자고 합의해놓고는 저녁을 안 먹으려고 해요. 이건 약속을 지키지 않는 거 맞죠? 일방적으로 약속을 파기하면 안 되죠. 어려움이 있으면 대화와 타협으로 풀어가야지...”
일국의 대통령이 협의와 합의를 혼동하다니... 일단 2009년 원혜영 민주당 원내대표를 향해 ‘협의와 합의가 어떻게 다른지도 모르느냐’며 빈정거렸던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에게서 한수 배워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런 질 낮은 기망에 대해 아빠는 어떻게 대응할까?
대국민 기망의 주체는 국민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대다수 아빠들은 A편을 들었다. 그런 아빠를 보며 A는 아마도 이런 생각을 하고 있지 않을까?
“아빠는 등신이고...”

라면만 먹고 살아온 이 땅의 ‘재벌 아닌’ 아빠들에게 충고한다. 정신머리 어디 뒀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고도로 계산된 경제 위기감과 안보 불안감에 휘둘린 채, A가 주는 라면만 주구장창 먹다 보면, 당신의 진짜 아들딸들이 굶어 죽을 수도 있다. 그 절박한 외침이 이미 N포 세대와 금수저, 헬조선으로 나타나고 있지 않은가.
말재주에 현혹된 나머지 B의 소리를 듣지 못하는 한, 아니 A가 진정으로 누구 편인지 모른 채 B의 소리를 애써 외면하는 한, ‘창조경제’, ‘중장년 일자리법’, ‘근로자에게 선택권을 부여하는 법’과 같은 혹세무민과 대국민 기망이 판을 치는 세상에서 교언영색의 희생자, 이념 재단자의 들러리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
겉으로는 정부・여당이 재벌 등 대기업의 편에 서서 국민을 상대로 기망 전술을 펼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이즈음, 이제는 국민을 기망하고 있는 주체가 바로 국민 자신이라는 생각으로, 정치시민교육 등 국민의 인식을 전환할 수 있는 대책에 관해 진지하게 숙려해보아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아빠는 등신이고...’라는 말을 더 이상 듣고 싶지 않거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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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현 두마음행복연구소 소장, 인문작가, 강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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