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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로 칼럼] 벼랑길로 내모는 제도 폭력 "상가임대차 보호법"
[통일로 칼럼] 벼랑길로 내모는 제도 폭력 "상가임대차 보호법"
  • 이호연 선임기자 (leehoyon84@daum.net)
  • 승인 2020.10.27
  •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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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울터미널·인천 지하상가, '우선임차권 보장' 안전판 긴요
이호연 스트레이트 선임기자
이호연 스트레이트 선임기자

오래 전부터 우리 사회에는 상가권리금에 대한 정의조차 규정돼 있지 않아 상가권리금관련 법적 줄소송이 이어왔다. 상가권리금과 관련된 법 규정이 없어 하급심에서의 판결은 오락가락, 갈지자였다. 급기야 대법원이 2002년 7월 26일 판결문을 통해 상가권리금에 대한 정의를 내렸다.

대법원 판결 이후 상가권리금을 인정하는 상가임대차 보호법 개정안은 무려 13년동안 국회에서 잠을 잤다. 국회와 행정부의 직무태만에 대한 원성에도 불구, 임대인 중심의 상가임대차 보호법 개정은 요지부동이었다. 급기야 이명박 정부 당시 2009년 1월 20일 용산참사가 발생, 아까운 목숨이 유명을 달리하기에 이르렀다. 여야는 임차인의 권리를 보장해주겠다고 약속했으나 입법의 구체화로 이끌어지지 않은 공약(空約)으로서 '눈 가리고 아웅'했다.

자영업단체들의 임차권 보호 강화를 위한 입법 요구가 빗발치자, 국회는 용산 참사 발생 이후 6년이나 지난 2015년 상가임대차 보호법을 개정했다.

개정 상가임대차 보호법은 '속빈 강정'이었다. 상가임대차법에는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 기업 자본가와 함께 지하도 상가 등 국공유재산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임차상인들에게 상가권리금 회수기회를 보장치 않았기 때문이다. 유통 대기업들의 입법로비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임차상인 보호에 솔선수범해야 할 행정부까지 입법로비에 가담 했다는 사실에 자영업체의 분노는 하늘을 찔렀다. 이런 예외조항이 법에 규정된 이유가 무엇인지 알아보려고 국회 속기록을 찾아봤지만 단 한 마디의 기록조차 없었다. 국회의원들의 비겁한 속내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지난 2018년 6월 7일 궁중족발 사건이 터졌다. 궁중족발 임차인은 개정 상가임대차 보호법에 따라 어떤 보호도 받을 수 없는 데 따른다. 2018년 10월 16일 상가임대차보호법이 개정돼 계약기간이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됐으나, 상가임대차보호법 제10조 제1항 제7호에 재건축 시 적용을 배제, 기존 임차상인들은 권리는 보호받을 수 없는 실정이다.

문재인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여론이 들끓자, 2018년 12월 20일 범정부 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자영업 성장·혁신 종합대책’에 ‘철거·재건축 시 우선 입주 요구권 및 퇴거 보상 인정 추진’ 정책을 명시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거대 여당 소속 어느 국회의원도 법안 발의조차 하지 않고 있다.

신세계측에 매각되면서, 동서울터미널에서 30년간 장사를 해온 임차상인들은 쫓겨날 신세다.
부동산개발 시행사인 신세계동서울PFV이 동서울터미널 복합개발을 추진하면서, 30년간 장사를 해온 임차상인들은 쫓겨날 신세다.

코로나19에 곱사등인 상가 임차인은 현재 동서울터미널을 비롯해 서울과 인천의 지하도상가, 대형 쇼핑몰 등지에서 우선임차권 보장을 간절하게 요구 중이다. 조세감면이나 재난기금 지원은 임기응변이라면서, 근본적인 생계 보장책을 바라는 이들의 목소리는 절규에 가깝다. 전국적으로 재개발 예정 지역의 상인들은 하루하루가 숨이 턱에 닿을 정도의 고통 속에 밤잠을 못 이루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는 사이 주택재개발과 관련해 주택임차인의 권리를 보장해주는 사례가 하나 둘 나와, 고무적이다. 이해 관계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서로 한발 물러서는 타협이 질곡의 코로나19를 함께 이겨내는 상생의 지혜이기 때문이다.

현대판 자영업에는 고릿적 반상과 같이 자가 자영업과 임차 자영업이 있다. 코로나 19로 모두가 보릿고개이나 속을 들여다 보면, 임차 자영업체의 속은 숯검정이다.

주거정비사업지구와 대형 유통, 지하상가 등에 임차 자영업체는 코로나19사태 발발 이후 셔터를 수시로 내리면서 문을 열더라도 파리 날리기 일쑤였다. 저성장 저금리 저물가의 뉴노멀 시대에 자활 복지가 화두다. 코로나19시대에 고통받는 주거정비사업지구 등의 상인들이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의 하나는 우선임차권 보장이다.

조물주 위에 건물주의 위세는 주거정비사업지구나 쇼핑몰, 지하도 상가에서 여전하다. 건물주 위에 세입자를 세우라는 건 아니다. 종착역이 오리무중인 코로나19에 원포인트라든가, 핀셋형 임기응변식 궁휼에서 탈피하는 궁극적인 영세 임차권 보장, 더 이상 미뤄서는 아니 될 일이다. 특히 임차 자영업체에 대한 임차권 우선보장은 심화되는 빈부 양극화의 문제 해결을 자임하는 문재인 정부가 선결해야 하는 과제이며, 코로나 19사태에 영세 상인의 깊어가는 겹주름을 펴주고, 눈물을 닦아주는 진정한 '자활'의 가치 실현이다. 

코로나19로 막다른 길로 몰리는 공공 지하도 상가.(연합뉴스)
코로나19로 막다른 길로 몰리는 공공 지하도 상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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