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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시선] 유가족 요청보다 중요한 알권리?
[기자의 시선] 유가족 요청보다 중요한 알권리?
  • 신용수 기자 (press@straightnews.co.kr)
  • 승인 2020.11.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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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맨 박지선과 그의 모친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 장례식장
개그맨 박지선과 그의 모친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 장례식장

 

개그맨 박지선 씨가 지난 2일 사망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 그의 사망 소식을 알리는 기사도 쏟아지자 중앙자살예방센터는 '자살보도 기준안3.0'을 언론에 배포하며 유서에 대한 보도를 최대한 자제할 것을 권고했다.

다수의 매체들은 유서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일부 언론은 유가족이 공개하지 말라던 유서까지 공개하면서 보도 기준안을 무시했다.

특히 조선일보는 고인의 어머니가 남겼던 유서 내용에 병명까지 담아 기사내용에 담았다. 앞서 경찰 측은 박지선 씨의 모친이 남긴 것으로 보이는 메모를 발견했으나 유족의 뜻에 따라 공개하지 않겠다고 기자들에게 밝혔다. 유족들도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유서 공개와 부검을 원치 않는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유서까지 공개하는 이번 보도는 유가족의 요청보다도 먼저 독자의 알권리를 중요시 여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독자들의 반응은 달랐다. 100개가 넘는 댓글 중에서는 기사를 비판하는 내용이 담긴 댓글도 다수 있었다. 그중에서는 "가족을 둘이나 잃고 고통받을 유족을 먼저 생각해야 하는게 아니냐", "유족이 비공개를 원했는데 기사 꼭 써야했느냐"라는 댓글도 있었다.

독자들마저도 이정도로 비판할 정도의 기사라면 결국 언론 입장에서 알권리라는 방패를 내세우기도 어려웠다는 뜻이다. 실제로 최근 언론은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킬 정도의 사건이 아닌 이상에야 고인의 유서까지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는 알권리에 앞서 유명인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면 사회적으로도 자살 사망률이 높아지는 추세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한국기자협회도 관련 보도가 사회적으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보건복지부, 중앙자살예방센터와 함께 '자살보도 권고기준안'을 만들었다. 해당 기준안에는 "유가족의 심리 상태를 고려해 세심하게 배려해야 한다"며 "유서와 관련된 자세한 내용을 보도하는 것은 최대한 자제해 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불필요한 유서 내용이 보도되면 고인과 유가족의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부 신용수기자
신용수기자

그러나 조선일보가 유서 내용을 기사화하기 시작하면서 다른 언론사들도 지지않고 유서내용의 기사화에 나섰다.

만약 사망에 이르게 된 이유와 그 과정이 사회적으로 큰 의미가 있고 꼭 다뤄야 한다면 알권리가 앞설 수도 있다. 그러나 유족과 고인의 인권을 무시할 만큼 이번 유서 공개가 국민들에게 중요한 일이었나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

더욱 안타까운 점은 언론이 관련 보도의 기준안을 어긴 경우에도 어떠한 경고나 징계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유명인의 사망소식이 전해지고 이를 또다시 언론이 무분별하게 보도하더라도 언론의 자성 외에는 해결책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다 못해 자살보도 기준안만이라도 준수할 수는 없을까. 실제로 오스트리아에서는 자살 사건에 대한 상세한 보도가 줄어들면서 자살율이 실제로 줄어들었다는 보고서도 나온 바 있다.

언론 스스로가 경계하기 위해 만든 기준안을 따르지 않는다면 '유명무실'이란 비판을 벗어나기 어려울 뿐이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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