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투니스트 안종만, '나생나배' '만만우화'로 독자 노크

'나생나배', '만만우화'/안종만 저/도서출판 PWK/ 2020년 10월
'나생나배', '만만우화'/안종만 저/도서출판 PWK/ 2020년 10월

'코기토 에르고 숨(Cogito, ergo sum)'이라는 라틴어 명제가 있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로 해석되는 이 문장은 저명한 철학자 데카르트가 제시한 화두로, 근세 철학의 시초를 다진 명문이다.

패러디 좋아하는 만화가들이 이걸 가만 둘 리 없다. 어느 작가는 '고기 또, 아이고 숨 막혀'라는 비유로 '먹방' 예찬론을 펼치는가 하면, 또 다른 작가는 '거기 또, 에이고 숨었니'라며 뉴스 속 비리를 저지른 인물의 소재를 찾는데 차용하기도 했다.

안종만 작가는 이것을 '나생나배(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배가 고프다)'라는 말로 돌려 표현한다. 간단히 웃자고 지은 말 같지만, 작가는 사실 파편적인 상념이 담긴 카툰을 모은 이 제목에서 행복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생각이 많으면 피곤하다고 했다. 그러나 배부른 돼지보다 배고픈 소크라테스 되고 싶었던 작가는 안락한 '봉급쟁이' 생활를 과감히 접고 전업작가로 나선다. 20여년 전 광주지역 언론사에서 시사만화가로 근무하다 사표를 던지고 서울로 상경한 작가의 카투니스트 활동은 그렇게 시작됐다.

잡지와 기업 홍보물에 프리랜서 활동을 하면서도 작가는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는 자신만의 카툰을 틈틈히 화첩에(심지어는 포스트잇 메모장에도) 그려넣었다. 그러한 작업은 대학 강의를 위한 교안을 다듬는 과정에서도 멈추지 않았고 오롯히 두권의 작품집으로 묶여 나왔다.

상기 언급한 '나생나배' 말고도 또 다른 쌍둥이 작품집의 이름은 '만만우화'이다. 만화이면서 우화이기도 하고 겉으로는 만만해 보이는 심플한 그림이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메시지를 담은 카툰들이다. 

작가는 머릿말에서 그의 카툰을 '산해진미는 없지만 슴슴한 일상같은 콘텐츠'라고 소개했다. 또한 "행복을 만드는 20퍼센트보다 행복을 즐기는 80퍼센트를 찾기 위해 출발했다"며 자신의 카툰 작품 방향을 밝혔다.

작가는 아울러 "행복은 타인 가져다 주는 택배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중노동인 만화판에서 뇌에서 흘린 땀방울만큼 만화는 거짓말하지 않고 정직하다"는 점도 강조한다. 작가가 말하는 '배고픔'이란 이러한 물리적 고통에 더해 행복에 대한 질문, 그리고 거기에 대한 갈증까지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서라백
ⓒ서라백

우리는 행복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무수히 반복하고 찾아 해맨다. 그러나 파랑새는 저 멀리 무지개 너머가 아닌 자신의 마음 속에 있다는 것을 깨닫는 사람은 우리 중 몇이나 될까.

돈도 권력도 없는 그저 평범한 우리 일상 속에서 우리는 얼마나 자주 심연의 거울을 들여다 볼까.

작가의 카툰을 보는 동안 독자는 곧 미소를 짓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것을 우리는 '공감'이라고 표현한다.

그렇다면 작가가 기준한 행복의 가치란 무엇일까. 그의 카툰 중 눈에 띄는 작품에는 이런 주석이 붙어있다.

"쓰레기통에 보석을 넣으면 보석함이 된다, 보석함에 쓰레기를 넣으면 쓰레기통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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