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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시선] 광주시의 무사안일과 전남대병원의 용기
[기자의 시선] 광주시의 무사안일과 전남대병원의 용기
  • 차정준 선임기자 (cc6311@naver.com)
  • 승인 2020.12.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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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 속 응급의료시스템 붕괴 위기
중증환자 응급실 못찾아 '골든 타임' 놓쳐
전남대병원의 '용단'...코호트 격리 조기해제로 숨통
시 보건당국, 응급실 확보 민원에도 코로나 핑계만
전남대병원 전경
전남대병원은 지난 1일 코호트 격리를 해제하고, 4일부터 모든 응급환자를 대상으로 한 정상진료를 시작했다. (사진=전남대병원 전경)

[광주-전남=차정준선임기자] "길거리에서 사람이 죽어간다." 재난영화에서나 나올 것 같은 장면같지만 광주·전남 지역에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자 앞으로도 반복될 수 있는 시나리오다.

광주광역시 시민 A씨(52)는 지난달 11월 초 스텐트시술(혈액 순환을 위해 혈관에 기구를 삽입하는 시술)을 받은 후 혈압이 일정치 않고 170~200까지 오르는 상황이 지속되자 119를 요청해 차량에 탑승했다. 그러나 구급차는 15분동안 웬일인지 움직이지 않았다. A씨를 수송할 인근 병원을 찾느라 시간을 소비한 것이다. 혈압이 급작스레 오르며 뇌출혈 위기까지 직면한 상황임에도 받아줄 병원이 없었던 것이다.

이어 11월 29일 일요일 저녁 7시 30분 경, 심한 어지럼증과 무릎 통증을 호소하던 40대 여성 B씨가 119구급차에 실려 광주시 모 병원 응급실에 도착했다. 환자는 정밀검진을 위한 시티 촬영 중 상태가 급격히 악화됐고, 병원 측은 전문치료가 가능한 인근병원을 수소문했지만 여기서 30여분을 또 소요하고 말았다. B씨는 두어시간을 그렇게 허비한 후 9시30분 경에나 동구 K종합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이미 '코마' 상태에 접어든 상태, 이후 12월 3일 이날까지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1월 응급환자에 대한 신속한 조치를 위해 '응급의료체계 개선'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뇌출혈이나 심근경색, 중증외상 등 3대 중환자에 대한 현장 판단 시간을 최소화 해 지역별로 즉시 응급실로 이동이 가능한 시스템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광주·전남 지역에는 여전히 119구급차가 응급실을 찾지 못해 우왕좌왕하다 '골든 타임'을 놓치는 경우가 빈번이 발생하고 있다. 정부의 응급의료체계 매뉴얼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의구심을 품기에 충분하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까지 엎친데 더친 격으로 더해지면서 광주·전남 주요 거점병원이 외래 진료와 응급실을 제한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상황까지 더해졌다. 방역에 집중하다 보니 다른 질환 환자에 대한 의료체계에 구멍이 뚫린 것이다.

전남대병원의 경우 의료진 1명이 감염된 후 환자와 지인들에게까지 감염이 확산되면서 지난달 17일부터 코호트 격리 조치가 내려졌다. 이에 광주시 방역당국에는 "중증환자는 어디로 가야하느냐"는 민원 전화가 폭주하며 아비규환이 펼쳐졌다.

보다 못한 전남대병원은 코호트 격리를 애초보다 일주일을 앞당겨 해제하기로 하고, 이번달 4일부터 모든 응급환자를 대상으로 한 정상진료를 시작했다. 시 방역당국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머뭇거리는 동안 전남대병원 운영진이 짊어진 '십자가' 덕에 그나마 숨통이 트인 것이다.

전남대병원의 폐쇄는 곧 지역 거점병원의 기능상실을 의미함과 동시, 300만명에 이르는 광주전남 시도민의 건강과 생명의 위기를 뜻한다. '의료붕괴'를 우려한 병원 운영진이 더 이상 환자가 거리를 방황하는 상황을 외면할 수 없다며 '용단'을 내린 것이다.

전남대병원의 이번 결정에는 안영근 전남대병원 신임 원장의 책임의식과 운영진의 냉철한 현실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0일 취임한 안 원장은 일체의 외부활동을 즉각 중단하고 병원 조기 정상화 논의에 착수해 격렬한 논쟁 끝에 코호트 격리 조기 해제를 결정했다.

안 신임 원장은 당시 전남대병원이 진료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에 대해 사과의 뜻을 전하며, "모든 진료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운영됨에 따라 예전처럼 최상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불안감은 여전히 상존한다. 즉 응급실 현장의 방역에 전남대병원이 얼마만큼 철저히 신경쓰고 있냐는 것이다.

이같은 기자의 질문에 윤경철 전남대병원 기획실장(교수)는 "응급실 내원 환자와 입원 환자의 이동 동선, 수술실 의료진 방역 대책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며 "환자의 안전과 의료진의 감염 예방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답했다.

모든 결정적 판단에는 딜레마가 작용한다. 잘하면 '기본'이고 못하면 '책임'이다. 전남대병원의 이번 결정에는 추가적인 감염 확산 차단에 대한 자신감과 더불어 일이 잘못될 경우 비난까지 감수할 수 있다는 용기가 동원됐을 것이다.

차정준 선임기자(광주·전남 본부장)

이와 달리 시 당국은 코로나19 방역 업무 때문에 바쁘다는 이유를 들어 아직까지도 별다른 복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공연히 일을 벌렸다 욕을 먹느니 방역 지침이나 읊어 대며 몸을 사리는 게 최선이라 생각하는 것일까.

전례없는 코로나 시대를 맞아 현장의 의료진은 오늘도 고군분투 중이다. 환자는 환자대로 죽음과 사투를 벌이고 있다.

지역 각계에서는 궁여지책이지만 코로나19 속 응급의료시스템 구축에 대한 여러 제안들이 나오고 있다. 그 중 하나는 별도의 응급의료 전담팀을 구성해 의료진을 확보하고 인센티브 등 혜택을 주면서 상주 비상대기 시스템을 만들자는 안도 포함된다.

 '사람은 살리고 봐야한다'는 말이 있다. 시 당국은 무사안일과 타성에서 벗어나 이같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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