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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나라곳간 타령 말고 세금도둑 잡아라 ④
[이슈&] 나라곳간 타령 말고 세금도둑 잡아라 ④
  • 이호연 선임기자 (leehoyon84@daum.net)
  • 승인 2021.02.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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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곳간을 열라는 정치권과 곳간을 지키지 못할 때 더 큰 위험이 올 수 있다는 재정당국의 줄다리기가 4월 보궐선거와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팽팽하다. 그 사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불황 경기에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애타는 피눈물은 매서운 한파가 몰아치며 주렁주렁 차디찬 고드름이다. 민생을 살려야 나라가 있고, 곳간도 채울 수 있다. 지금은 꼭 써야 할 곳을 놓고 머리를 맞대야 한다. 동시에 혈세가 줄줄 새는 곳이 없는지, 빈 곳간을 채울 수 있는 묘책이 없는지도 눈을 부릅뜨고 찾아내야 한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나라빚을 줄이는 혜지는 세금도둑을 잡아내고, 세금도둑의 편에 선 공범이 자리할 수 없도록 하는 제도와 정책을 재정비, 조세정의의 세상을 만들어나가는 데로 모아져야 한다. <편집자 주>

<글 순서>

1. 사리사욕 채우는 의원 입법

2. 탈세 온상 상품권 

3. 원칙 어긴 재산소득 과세제도

4. 리베이트 천국 '세금도둑 마피아'

5. 기는 세무행정…나는 세금 도둑

6. 주택과세, 제대로 해라

'뒷돈이 경쟁력이다.' 리베이트 덫에 걸린 우리 산업과 사회에 대한 냉소적인 지적이다. 건설과 방산, 제조, 의약 등 모든 산업에 리베이트 수수관행은 해묵은 이슈다. 불법 리베이트 수수는 쌍벌죄로 엄히 다스리고 있으나 기업의 규모와 업종을 떠나 불법으로 지금도 횡행 중이다.

리베이트는 흔히 판매장려금이라는 말로 위장, 오랫동안 거래관행으로 이어오고 있으나 그 정도가 갈수록 그 수법과 규모가 지능적이고 지나치면서 시장질서를 교란하고 있다. 판매장려금은 일정한 기간 내에 일정 금액이나 일정량 이상의 거래를 한 매출처에 대해 장려의 뜻으로 일정률에 의하여 매출 대금의 일부를 환급해 주는 것을 말한다. 판매장려금은 거래조건에 근거해 현금 및 현물 지급 등을 모두 포괄한다. 판매수수료, 수탁자에 대한 지급수수료, 고객에 대한 증정품, 시설 이용 시 부수하여 제공하는 음료 등의 가액, 판매촉진목적으로 제공한 경품 등의 가액이 해당된다.

지난 15일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는 전날 JW중외제약의 서울 서초동 본사를 압수 수색했다. 2016~2019년 카드깡으로 수백억원대 자금을 조성해 여러 병원에 자사 약품을 이용하는 대가로 금품을 전달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정부의 리베이트 수수 거래를 근절하기 위한 노력은 말만 무성했을 뿐 실효적 대책은 마련되질 못했었다. 급기야 국회는 2010년 5월 27일 의료법, 약사법 그리고 의료기기법 개정을 통해 리베이트 쌍벌제를 도입했고, 6개월이 지나간 11월 28일부터는 의사·약사 등이 제약사 등으로부터 판매 촉진의 목적으로 부당한 경제적 이익을 받을 수 없게 됐다. 하지만, 업계의 집요한 로비가 작용해 행정부는 늑장 대응을 했고, 분야별로 상당한 유예기간이 지나간 이후에 실제 적용됐다.

리베이트 쌍벌제 적용 대상은 약사, 한약사, 의료인, 의료기관 개설자, 그와 관련된 종사자 모두가 포함된다. 금전과 물품, 편의, 노무, 향응, 그 밖의 경제적 이익을 수수했을 경우 리베이트를 제공한 자는 물론, 제공받은 자 모두 엄한 형사처벌을 받게 된 것이다.

쌍벌제 시행 이전에는 제약회사가 의료기관, 약국에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하여도 주는 자만 처벌하고, 받은 자는 처벌하지 못했었다. 형법상 배임수재죄는 의료기관과 약사 등에게는 적용이 제한적이었고, 뇌물수수죄 또한 공무원의 신분이 아닌 자에게는 적용할 수 없었다.

로비스트에 놀아난 세무당국과 국회

국세청은 2008년 4월 법인세 사무처리 규정을 개정해 ‘판매장려금 등 지급명세서’ 제출 제도를 폐지했다.

법인세법 사무처리 규정 개정 전에는 일정 규모 이상의 제약회사 등의 사업자가 판매장려금 등을 지급했을 경우 이를 국세청에 보고하여야 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았을 경우 세무서장이 직접 수집하도록 규정돼 있었다.

국세청은 해당 과세자료를 근거로 의사나 약사의 소득세 확정신고 자료의 과소신고를 판단할 수 있었다. 다수의 제약회사나 의약품 도매상으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았지만, 이를 소득세 신고 시 수입금액에서 누락해 과소신고 가능성을 예방할 수 있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는 기획재정부 장관을 상대로 국세청의 월권 여부에 대한 질의가 있었다.

당시 정부조직법 제23조에 국세청은 기획재정부 장관 소속으로 규정돼 있다. 그리고, ‘기획재정부 장관의 소속 청장에 대한 지휘에 관한 규칙’ 제3조에 따르면,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세청의 중요 정책의 제·개정은 기획재정부 장관의 사전 승인을 받도록 규정돼 있지만, 국세청이 독단적으로 사무처리 규정을 개정한 것이란 의구심이 든다는 것이었다.

해당 제도의 폐지로 국세청은 의사나 약사 등에 대한 과소신고 여부의 적정성을 제대로 판단할 수 없어 법인세나 소득세 징세는 상당히 줄어들었을 개연성이 높다.

더 큰 문제는 의약품 리베이트 쌍벌제 시행과 관련된 증거자료가 원천적으로 사라졌다는 점이다. 쌍벌제 도입이 가시화되자, 업계에서는 형사처벌의 근거로 활용될 수 있는 정보의 생성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기를 원했을 것이다. 이에 제약회사나 의사·약사 등은 정권에 강력한 로비를 통해 ‘판매장려금 등 지급 조서’ 제출 제도를 없애버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천문학적 규모의 의약업계의 리베이트

언론에 보도되는 기사를 보면 제약회사나 의약품 도매상이 병원이나 의사·약사에게 뿌리는 리베이트 금액은 천문학적 수준에 달하고 있다.

'뒷돈이 경쟁력이다.' 대한민국이 리베이트 덫에 병들어가고 있으나, 근절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연합뉴스)
'뒷돈이 경쟁력이다.' 대한민국이 리베이트 덫에 병들어가고 있으나, 근절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연합뉴스)

리베이트 지급방법은 가히 스파이 전쟁을 방불케 한다. 대학병원에 거액의 기부금을 제공하는 방식부터, 현금 리베이트 지급까지 천차만별이다. 종합병원에 제공하는 랜딩피는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다. 제약회사의 영업사원들은 해외에서 개최되는 학회에 참석하는 의사들과 동행하면서 수발을 드는 것은 물론 고가 선물까지 안겨주고 있다. 의약 분업 이후 제약회사의 영업사원들은 약국에서 의사의 처방전 매수를 확인하고 은밀하게 의사에게 현금을 지급하는 고도의 수법까지 발휘하고 있다.

쌍벌제 시행과 함께 품목취소 또는 면허취소 등의 강력한 행정처벌 제도가 시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리베이트 수수 관행은 근절되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건강보험 수가 책정액, 즉, 약값이 너무 높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제약회사들의 필사적인 로비가 작용하고 있다.

건강보험 수가가 높게 책정돼 있어 제약회사들은 높은 마진폭을 무기로 리베이트 지급 경쟁을 벌이기 마련이다. 제약회사들은 매출을 늘리기 위한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그 결과 건강보험 재정의 악화는 물론 환자 본인부담액도 늘어나게 되고, 병원 의사·약사들의 호주머니만 두둑해지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정부는 지난 2010년 전체 건강보험 등재 의약품 7500개를 대상으로, 약값을 평균 14% 인하해 국민의료비 절감액이 2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발표를 했다.

리베이트 수수 거래는 비록 의약품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의료장비나 기기와 관련된 리베이트 규모는 의약품과 비교조차 되지 못할 정도일 것으로 추정된다. 수입의료장비 구매가액 뻥튀기를 통한 해외 리베이트 지급거래는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홍콩 등에 판매회사를 설치하고, 리스 계약을 통해 뻥튀기시킨 후, 세관 통과를 위한 HS코드 변경 신고를 통해 수입신고를 하고 있다. 물론 가격 차액은 해외 비자금으로 조성돼 장비를 구입자 측의 몫으로 남게 된다.

치료제 등과 관련된 리베이트 규모도 상당하다. 과거와 달리 의약도매상 의 의약품 공급 규모가 커지면서 리베이트 수수 관행은 다차원 방정식을 방불케 할 정도의 고난도 기법이 동원되고 있다.

눈에 뻔한 누세도 잡지 못하는 세제

리베이트를 지급해야 하는 공급자로서는 회계 처리에 곤욕을 겪고 있다. 대학병원의 경우, 학교 재단법인에 기부금 지급방식을 취하는 경우의 회계 처리는 비교적 단순하다. 병원이나 약국 창업 시 고정자산을 무상으로 제공을 하거나, 현금보상이나 에누리, 할인 등 리베이트 지급방식도 천차만별이다.

과거 현금영수증 제도가 도입되기 이전에는 백화점 영수증을 구입해서 회계 증빙으로 붙여놓는 코미디가 연출되기도 했고, 적격증빙제도가 도입되기 이전에는 간이영수증을 무더기 증빙으로 처리하기도 했다.

세금계산서 발급 이전에는 매출에누리로 회계처리하기도 하고, 할증방식을 사용하기도 한다. 할증방식이란 거래명세서를 통해 15박스를 판매했지만, 월말 세금계산서 발행 시에는 10박스 값만 청구하는 것이다. 세금계산서 발급 이후에는 수금 할인, 수량 할인 등의 방식으로 외상매출금 감액 처리해 주기도 한다.

제약회사 등이 지출하는 리베이트는 접대비, 광고선전비 또는 판매부대비용 등으로 회계 처리가 된다. 접대비는 일정 한도까지만 손비처리가 가능하므로 가능하면 광고 선전비로 처리하기를 희망한다. 하지만, 세법이나 국세청 예규 등을 통해 사전 약정 여부 등의 기준을 통해 계정 구분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다.

중요한 문제는 접대비나 광고 선전비는 수취인의 소득을 증가시키지 않지만, 리베이트의 상당 부분은 수취인의 소득을 증가시키고 있다. 수취인의 소득이 늘어났다면, 당연히 법인세나 소득세 부담이 늘어나야 한다. 우리 세법은 근거 과세주의를 채택하고 있으므로 국세청은 정확한 자료에 근거해 과세해야 한다. 결국, 판매장려금 등 지급조서 제출 제도의 폐지는 리베이트 수취인의 과소신고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게 만드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지급명세서 제출제도 부활은 시대적 요구

의약품 리베이트 쌍벌제 시행 이후, 휴대폰 보조금 시장과 신용카드 밴업 시장에서 리베이트 문제로 시끄러운 적이 있었다. 신용카드 밴 업계에서의 리베이트 지급 금지가 법률로 정해졌지만 여전히 은밀한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고, 휴대폰 시장에서도 단말기 보조금 지급 등의 리베이트 수수거래가 여전히 나타나고 있다.

이호연 스트레이트뉴스 선임기자
이호연 스트레이트뉴스 선임기자

소비재 유통시장에서 대형마트 또는 온라인 거래 비중이 커지면서 리베이트 규모는 상상을 초월할 수준으로 늘어났다. 유통업계에서 세금계산서 발행 시 적용되는 단가는 대형마트나 골목상권이나 같지만, 실제 공급단가는 사후적 리베이트에 의해 결정된다. 하지만, 해당 리베이트가 공급받은 업체의 장부에서 누락되기도 하고, 검문소 비용 등으로 오너 일가의 호주머니 속으로 들어가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2011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판매장려금 등 지급명세서 제출 제도의 폐지가 정부의 숨은 세원 찾기 정책에 역행하기 때문에 제도의 부활을 요청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하지만, 국세청은 과세자료의 실효성, 국세행정의 효율성, 납세협력비용 발생 등의 사유를 들어 사실상 제도 부활에 강력하게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해당 제도의 폐지로 인해 리베이트를 받은 사업자가 수입금액 누락을 통해 세금을 과소신고하는 현상도 문제지만, 유통시장에서 리베이트 거래로 건전한 유통질서가 무너진 현상은 더 큰 문제일 것이다.

국회법 98조의 2에 따르면, 국회 상임위원회는 중앙부처 장관은 대통령령, 부령, 훈령, 예규, 고시 등의 행정입법을 제출받아 법률 위반 여부를 검토하도록 규정돼 있다.

하지만, 국회의 행정입법 검토 작업은 지극히 형식적으로만 운영되고 있다. 행정부가 행정입법 변경사항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는 사례도 부지기수이다. 국회의 의무 방기로 행정부의 월권행위가 난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른바 행정입법의 월권 현상이 보편화 현상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코로나19사태에도 상거래 전반에 불법 리베이트가 난무 중이다. 줄줄 세는 혈세, 판매장려금 등 지급조서 제출제도의 부활로 틀어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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