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남 한국마사회 회장. 출처:페이스북
김우남 한국마사회 회장. 출처:페이스북

[스트레이트뉴스 김영배 기자] '위기에 빠진 한국경마와 말산업의 재건.' 제37대 한국마사회장에 취임한 김우남 회장에게 주어진 과제이다.

세화고와 제주대를 나온 제주도 출신의 김우남 신임 회장은 17대부터 19대 국회의원을 지낸 3선 의원 출신이다. 의정활동 기간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활동하면서 19대에서는 위원장을 맡기도 했던 1차산업 분야 전문이가다. 마사회 뿐만 아니라 말산업 관련 종사자들이 신임 김 회장에게 거는 기대가 남다른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마사회는 '코로나19 공습'의 직격탄을 맞은 곳이다. 마사회는 지난해 2726회의 경마 경주를 계획했었지만 예기치 않았던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면서 모든 것이 꼬였다. 지난해 2월 23일 경마가 중단됐고, 우여곡절 끝에 경마 종사자 생계 안정을 위한 무고객 경마가 6월 19일 재개됐지만 한국경마 뿐만 아니라 말산업 전반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극약처방으로 지난해 10월 30일부터 고객의 20%만 입장시키는 제한된 경마를 진행하기도 했지만 코로나19 상황이 악화되며 다시 무고객으로 전환(수도권 사업장 11월 27일, 12월 11일 전국 사업장)된 상태다.

이에 따라 2020년 진행된 경주 수는 전년의 58% 수준에 그쳤다. 경마가 진행되기는 했지만 상당수가 무고객이거나 20% 제한 입장이다보니 경마를 통해 발생하는 매출 기여도는 거의 없었다.

경마중단으로 인한 마사회의 지난해 매출손실은 6조원이 넘는다. 현재 유보금으로 버티고 있지만 유보금마저도 바닥을 보이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경마산업에 의존하고 있는 경마관계자들과 축산농가들이다.

마사회가 제 살을 깎아가며 마주(馬主)들에게 경마상금을 지급하고 있지만 지난해보다 절반이 줄었다. 경주마 생산농가들은 팔리지 않는 경주마의 사양관리비까지 떠안게 돼 피해가 막심하다. 경마산업 관계자들의 손실액은 2000억원 가량으로 추정된다.

경마 중단은 경마장이 위치한 경기도와 부산광역시, 경상남도, 제주특별자치도의 세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마사회의 연간 조세 납부액은 1조5000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경마중단으로 지난해에는 1조원 이상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가축전염병 발생 시 축산물수급안정 등에 쓰이는 축산발전기금은 한국마사회 납입금으로 유지되는데, 지난해는 한 푼도 적립하지 못할 처지다.

◇ 첫번째 숙제는 '온라인 마권' 법안 통과

위기의 말산업을 재건할 수 있는 길은 온라인 마권 발매를 통해 경마가 다시 진행되는 구조가 가동되는 것이 현재로서는 사실상 유일한 대안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관련법 개정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온라인 마권 발매가 가능하도록 하는 '한국마사회법' 개정안은 김승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전남 고흥‧보성‧장흥‧강진)의 주도로 발의돼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개정안의 핵심은 전자적 형태의 발매방식을 포함하는 승마투표권을 판매할 수 있도록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마권 발매 근거를 신설하는 내용이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김승남 의원은 "우리와 유사한 장외발매소 환경을 가진 일본은 온라인 마권 발매 도입 이후 장외발매소 매출 비중이 절반 이하로 줄었다"며 "온라인발매를 도입하면 장외발매소의 과밀화를 해소하고 부정적 외부효과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면서 개정안의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이어 "온라인 마권발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있지만 코로나19 확산 방지와 말산업 피해 최소화 방안도 필요한 상황"이라며 "매출총량 초과 시 마권 발매 일시중단, 장외발매소 축소 등을 통해 우려되는 부작용들도 최소화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약 2만3000명이 종사하고, 3조4000억원의 경제 효과를 창출하는 말산업의 붕괴가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온라인 마권 발매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게 김 의원이 설명이다.

하지만 국회에 제출된 관련법안은 아직도 제대로 된 논의조차 이뤄지지 많고 있다. 마권 매출액의 73%는 배당금으로 마권구입자에게 환급되고, 나머지 27% 중 16%는 레저세(10%), 지방교육세(4%), 농어촌특별세(2%)로 납부된다. 마사회 운영경비는 7%, 이익금은 4%이며, 4%의 이익금 중 70%가 다시 축산발전기금으로 출연된다.

말산업 종사자들은 "스포츠토토는 2000년대 초반부터 온라인으로 발매돼 관련 스포츠산업을 뒷받침하고 있고, 사행성이 강한 로또조차 2018년부터 온라인 발매가 허용됐는데 레저세와 교육세, 농어촌특별기금 등으로 연 2조원 이상의 조세를 납부하는 경마만 도박의 프레임에 가둬 온라인 발매를 금하는 것은 형평성에도 어긋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또 “오히려 온라인 발매는 실명 기반의 구매수단이기 때문에 건전한 구매환경을 조성할 수 있고 IT(정보기술)를 활용한 자가통제기능도 가능해 오프라인 발매보다 장점이 많다”며 “사행성만을 이유로 온라인 발매를 제한하는 것은 디지털 시대에도 뒤떨어진 인식”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 말산업에 애착 많은 김우남 회장…기대도 커

제주시 구좌읍 평대리 출신인 김 회장은 3선의 국회 의정활동을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활동했다. 2011년에는 '말산업육성법'을 대표발의해 통과시키기도 할 정도로 말산업에 애착이 많다. 말산업육성법은 말산업을 선도할 말산업 특구를 지정하고, 이 지역에 대한 행정·재정적 지원과 세금 감면 등의 내용이 핵심이다.

김 회장은 지난 2014년 열렸던 '말산업 육성전략' 토론회에서 "말 산업은 고부가가치 육성업으로 생산과 육성·유통·이용에 이르는 전 과정이 농업·농촌 중심으로 진행된다"며 "말산업은 FTA와 구제역 등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새로운 소득원"이라면서 "말산업 구조를 승마·관광·관상·재활·교배 등 다양한 분야로 확산해 산업 전체를 조화롭게 재편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래서 김우남 신임 한국마사회 회장이 위기에 빠진 '한국경마와 말산업 재건'이라는 숙제를 슬기롭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는 이유이다.

한국마사회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경마 휴장 기간을 1주 추가 연장해 5월 10일까지 이어가기로 했다. 사진은 코로나 여파로 경마가 중단돼 텅빈 주말 서울경마공원 풍경/제공=한국마사회
경마 중단으로 텅 비어있는 주말 서울경마공원 풍경. 한국마사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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